그간 누군가 내 별명을 물으면 ‘김밥천국’이라고 대답하며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유를 설명할때마다 자존감에 스크레치를 내왔다.
나는 어릴적부터 참 다재다능하였다. 무엇을 했다하면 무조건 중간 이상은 했다. 그러나 뭐하나 특출난 것은 없었다. 고등학교때 무용과 학과장이 그런 나를 두고 '김밥천국'이라고 말했다. 지나가듯 말했던 그녀의 ‘김밥천국’이란 표현은 십년째 나를 대표하는 단어였다.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었기에 더 나은 표현이 없나 고민했지만, 나를 긍정하지 못했기에 그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했다. 그 사실이 참 씁쓸하다.
많은 재능이 있지만 딱히 써먹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빗대 '계륵'이란 단어도 붙었고, '중구난방' '뷔페' 등의 별명도 붙었다.
다른 사람이 붙인 별명은 아니다. 김밥천국의 늪에 빠져 자학하면서 스스로를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단어의 힘은 그래서 참 무섭다. 그 한 단어가 내 십년의 마인드를 좌지우지 했으니)
나를 긍정하려 다재다능에 관한 책들 (ex, 폴리매스, 모든 것이 되는 법 등)을 읽어보아도 그 마음가짐이 길게 가지 못했다. 결국 나는 한 우물을 판 사람이 부러웠다. 내가 그러지 못했기에
그런데 최근 한 유튜브를 통해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긍정의 단어를 최초로 찾게되었다.
바로 ‘커리어노마드’이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일을 하는 현상을 일컫는 '디지털노마드'에서 파생한 단어다.
분야와 규모에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해온 나에게 '커리어노마드'라는 단어는 드디어 찾은 한줄기 빛 같은 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