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애 낳기보다 어려웠어요.
물컹! 하고 아이가 산도를 빠져나온 직후 조산사는 내 가슴팍에 바로 뜨끈하고 축축하고 묵직한 것을 올려주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하고 있는데(실은 10개월이 되어가는 아직도 내가 애를 낳은 건지 실감이 안 날 때가 많다.ㅋㅋ) 조산사가 내 왼쪽 젖꼭지를 잡아 허공을 헤매는 아이의 입에 넣어주니 열심히 빨아댄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텐데 아주 열심히 쪽쪽거리는 게 싫지 만은 않았다.
모유수유가 좋다고 하니 모유수유를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게다가 슈퍼 짠순이인 나는 분유 값과 젖병 값 외에 분유를 먹인다면 사야 할 가재도구들이 몹시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먹고 나면 젖병을 씻고 소독해 말려야 하는 일들은 누가 하랴?
처음에는 음료수 팩에 빨대를 꼽아 쯉쭙 빨아먹는 것처럼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거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아니었다. 나에게 모유수유는 애 낳기보다 더 어려웠다. 왜 아무도 모유수유가 어렵다는 걸 내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이게 좋다는 말만 하고, 왜 어렵다는 건 아무도 말하지 않은 거지?
처음에 아이는 젖꼭지를 잘 물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이 내 젖꼭지를 잡아서 일(ㅡ) 자로 쭉 늘려 아이 입에 갖다 대어 겨우 물렸다. 남편이 못 도와줄 때면 아이는 젖을 입에 제대로 무는 데만 2-3분이 걸리곤 했다. 배가 고파 성질이 날 텐데 젖을 눈앞에 두고 허공을 헤매며 끊임없이 도킹을 시도하는 아이가 대견했다. 나라면 진즉에 때려치웠을 것이다. 어떻게 나같이 참을성 없는 사람에게서 이런 끈기 있는 존재가 태어났을까 감동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뱃구레가 작아서인지 내 젖이 충분치 못한 건지 아이는 쉴 새 없이 젖을 찾았다. 책에서는 보통 2-3시간에 한 번씩 수유하면 된다던데, 아이는 한 시간에 한 번꼴로 먹기를 원했다. 검진을 가서 소아과 선생님께 설명을 해도 "음.. 그래요?" 할 뿐이었다. 엄마 속은 '너 도대체 왜 그래?' 하며 답답해 죽겠는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아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배가 고픈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는 그냥 애가 계속 울고 또 젖을 물리면 일단 조용해지니 주구장창 젖을 권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젖몸살이라는 것도 있다. 어른들도 어느 날은 입맛이 더 있다가 없는 것처럼 이 작은 아이도 그러나 보다. 고객님께 맞춤 모유 양을 생성하는 엄마의 몸인데, 어느 날 고객님께서 생산량을 다 소비해주지 않으면 공급과잉으로 문제가 생긴다. 탱탱 불은 젖은 무겁고 아팠다. 울고 싶었다. 급기야 가만히 있어도 젖이 줄줄 흐르기 일쑤였다.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 찝찝하고 끈적거리는 윗도리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또 아이가 열심히 빨다가 고개를 돌려 잠시 딴청을 피울 때면 젖은 물총처럼 이불, 배게, 아기 얼굴 그리고 나에게 튀었다. 제발 집중해서 쉬지 않고 먹어주면 좋으련만, 아이는 고개를 돌려 세상이 잘 있나 한참이나 확인을 한 후에 다시 젖을 물어주었다. 이 모든 것을 옆에서 함께했던 남편에게 조금 민망한 마음도 들었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참고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루하루 아이에게 열심히 젖을 들이밀고, 내가 지금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 진지에 남은 유일한 아군인 남편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힘든 나를 표현해보려 노력했다.
악악 소리를 지르고 싶은 나날들이 지나갔다.
만 9개월이 넘은 지금 이 사랑둥이는 진작 프로가 됐다. 가슴을 들이밀면 진공청소기처럼 젖꼭지를 찾아 물고, 기분이 좋으면 먹다가 눈을 맞추며 옹알옹알거린다.
그간 열심히 버텨온 내가 자랑스럽고 뿌듯한 나날들이다. 하. 내가 해내다니?
"고객님 오늘 쭈쭈가 입에 맞으세요? 특별히 LA갈비 맛으로 준비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