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하루아침에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겠지. 작은 기침이나 열에도 '내가 혹시?'라는 생각을 품게 되고, 타인을 만나는 게 이리도 어렵고 불편한 일이며, 고독의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것을 누구도 짐작하지 못 했을 것이다. 정상이 아니었던 것들이 정상이 되어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타국에서 아이를 낳고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기저귀를 갈 줄 몰라 남편과 아기 다리를 한쪽씩 잡고 쩔쩔매던 시간을 지나, 눈을 맞추며 소리를 내던 아기는 스스로 뒤집고 앉고 기더니 이제 제법 걸음마를 뗄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 1월 중순 아기가 태어났다. 출산 즈음 시간을 내어 여기에 오겠다는 엄마를 말렸다. 아!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3주간 휴가를 낼 수 있는 남편과 둘이서 모든 것을 해내 보고 싶었다. 남편이 그 시간을 통해서 집안일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우기를 내 맘속으로 계획했다. 3주간의 휴가가 끝나갈 무렵 세상에는 팬데믹이 퍼지고 있었고, 이곳에서 한국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어렵게 되어버렸다.
남편과 사랑해서 만나고 사랑을 키워 결혼을 했지만, 오롯이 남편과 나만 아이를 돌보기는 버거운 순간들도 많았다. 예뻐만 해 주고 사랑만 해 주고 싶은데, 지쳐버린 몸과 마음에 가끔은 이 작은 아기가 밉기도 했다. 맘속으로 아이와 남편을 미워하고 나면 어김없이 자책감이 몰려왔다. 우리 셋은 아무도 아무런 잘못도 없고 그저 서로의 일을 묵묵히 할 뿐인데 힘겨운 순간들이 오는 것이 싫었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내 어린 시절의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도 그래서 그랬구나 뒤늦게 이해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남편과 이 조그만 아이와 무거운 짐을 나눠지고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뵈러 한국에 간다.
내가 1년간 정성껏 보듬었던 나의 가정을 보여드리러 가는 길. 긴 여행에 아이가 지칠까, 남편이 힘들까 두려움부터 앞서지만, 쓰잘데 없는 걱정일랑 내려놓고 애써 설레는 마음으로 바꿔 채워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