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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선 Dec 24. 2020

<나의 한국 현대사> / 유시민

더 나은 우리 사회를 기대하며 



『나의 한국 현대사』 (유시민 作)




몇 년 전부터 읽어야지 마음만 먹다가 뭔가 엄청 내용이 방대할 것 같아서 뒤로 미루고만 있었던 책. 그러다가 어느 날씨 좋은 날, 내가 좋아하는 장소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고, 서문이 너무 압도적이었기에 바로 구매를 해버렸다. 

날이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있었고, 서문에서 뭔가 짜릿함을 느꼈고 그래서 이 책을 만났달까. 

한번 읽기 시작하자 역시 쓱쓱 잘 읽힌다. 역시 유시민. 갓갓갓시민!


유시민 작가님의 책을 5권 정도 읽어 본 것 같은데 그중 가장 재미있었다. 유시민 작가의 살아있는 역사가 담겨 있기도 하고 주제 자체로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그리고 있기도 하고.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아니 너무너무 잘 배웠다. 고등학교 때 배우던 근현대사 교과서보다 이 책 한 권이 낫구나 하는 생각.


"유시민의 살아있는 현대사. 깔끔하고 명쾌한 유시민의 문체로 복잡한 우리 현대사를 읽는 것은 그 자체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책이다. 서문만으로 이미 압도적이다."라고 책 끄트머리에 나름대로의 감상을 남겨 보았지만... 총 418페이지의 이 방대하고 엄청난 지식들을 어떻게 정리하지... 내가 접어놓은 페이지만 반이 넘어가는데 말입니다. 


그냥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유시민 같이 믿고 따르고, 배우고 의지할 수 있는, 시대를 상징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낀다. 존경하고 좋아한다. 스스로 지식소매상이라 칭하는 유시민 작가님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엄청난 행운이니 앞으로 유시민의 글을 읽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자 그럼 이제 정리를 해볼까.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모든 페이지마다 너무 주옥같았고 모든 것을 기억해두고 싶었지만 역시나 책을 덮자마자 1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래서 쓴다. 계속 기억하기 위해서.

근데 아무래도 대한민국 현대사는 거의 정치사라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현대사가 고스란히 흘러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는 "현재"가 되고 있기 때문에 기록을 할 때도 조심스럽기는 하다. 내가 정치색이 아예 없는 회 색론 자도 아니고,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기록을 하다 보면 나의 색도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해본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현대사... 는 뭐랄까 풀지 않은 숙제가 너무도 많이 묻혀 있는 채로 분열하고, 싸우고, 막 정신없는 혼란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유시민은 서문에서 대한민국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p24) 

유시민이 정의하는 '산업화 세력'은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정권 +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거대 재벌, 종편방송을 거느린 거대 언론들, 권력기관의 고위인사들, 그리고 그들 모두를 정치적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이라 정의한다.(p23) 반면 '민주화 세력'은 그 외 정권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시민단체들과 노동조합, 협동조합, 언론운동단체를 포함하는 크고 작은 공동체이며, 정치적으로는 민주당과 정의당, 그 외 작은 진보정당들이라 말한다. (p24). 


이 두 세력은 지금 30대를 살아가는 내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순간부터, 그 훨씬 이전부터, 그리고 현재까지도 항상 늘 대립해왔다. 그것도 엄청 치열하게. 내가 기억하는 가장 뚜렷한 대립이 바로 2012년 대선이었다. 박근혜와 문재인, 내가 가장 혈기 왕성하던 20대 초중반 때, 가장 치열하게 고민을 많이 하던 대학생 때, 동기들과 단골 술집에 모여서 2012년 대선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싸움까지 났던 기억이 난다. 운동권 시대를 직접 살아본 우리도 아니었고, 누구 하나 시민의식이 엄청나게 투철한 사람도 없었지만 2012년 대선 때 우리는 누구보다 정치와 우리가 사는 현실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때 그 동기들과 다시 2016년 겨울, 종로 촛불집회를 함께했다. 4년간 그냥 회색분자처럼 살다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우릴 종로로 이끌었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주기적인 송년회가 있던 때, 2016년 송년회 장소를 정하면서 "얘들아, 우리 그래도 우리끼리 한번 집회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니? 나중에 우리가 2016년 촛불 혁명 때 뭘 했는지 되돌아볼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너무 창피하지 않겠니?"라는 말에 함께 집회에 참여했었고, 그 뜨거운 혈기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소주 한잔 하면서 우리는 다시 2012년 대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었지. 



유시민은 2012년 대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시대와 김대중, 노무현 시대가 부딪힌 역사의 전장이었다. 그것은 과거와 과거의 싸움인 동시에 서로 다른 미래를 품은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박정희의 시대가 승리했고 김대중, 노무현의 시대는 패배했는가? 그렇지 않다. 후보와 정당들은 승패를 갈랐지만 국민들은 52 : 48의 비율로 둘 모두를 긍정했다." (p23)  

"고령의 유권자들이 박근혜를 투표함으로써 자신의 삶과 시대를 인정받으려 했다고 추측한다. 참혹한 전쟁과 절대빈곤의 고통을 견뎌내고, 기나긴 군사독재의 시대를 통과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대한민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후 빈손으로 노후를 맞았다.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그 삶과 시대를 인정받으려는 소망을 표현하는 적절한 표현방법은 아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2012년 12월에는 그것 말고는 적절한 표현방법이 없었다. (중략) 하지만 나는 이 가설로 2012년 대선 결과를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 (p22-23)   





#. 4.19와 5.16

제2장에서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초 시민혁명인 4.19 혁명과 4.19 혁명의 정신을 짓밟은 5.16 군사쿠데타에 대하여 설명한다. "4.19과 5.16 둘 모두 일정한 성공을 이루었다. 4.19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5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점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다만 10년으로 끝나버린 진보세력의 집권과 심각하게 흔들리는 오늘의 민주주의는 4.19의 승리가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5.16도 성공했다. 박정희 장군이 18년 동안이나 권력을 누렸으며 그 후예인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12년 더 집권했다. 서거 33년이 지난 시점에 딸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으며, 이유가 무엇이든 그는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세계사에서 이만큼 성공한 군사쿠데타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 (p100) 


이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는 결국 4.19와 5.16의 그 연장선상의 어느 지점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60년에 일어난 4.19와 1961년의 5.16은 2020년 현재도 광화문 거리에서 대치중인 것은 아닌가. 매일 싸우는 보수와 진보세력은 (사실 그 명확한 구분이 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역사의 연장선상이다. 





#. 부정부패

글이 길어지고 있다. 기억을 하기 위해서 기록을 하고 있지만, 모든 걸 다 기억할 수는 없는 건데 부여잡고 싶은 마음에 다 쓰고 싶어 진다. 그럴수록 점점 쓰는 일이 귀찮아지기 마련인데 한번 쓰기 시작하면 또 이렇게 길어지게 되다니.

지금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시작도 안 했는데 또 너무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추리는 중이다. 

무엇을 추리나 이 주옥같은 책의 주옥같은 이야기들 중에서. 

그렇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도 가슴이 먹먹한 그 이야기. "세월호."


세월호 사건은 벌써 6년 전,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당시에 나는 "세월호야 말로 현 대한민국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점을 짚어낸다.


"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되어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 탑승객 등 305명이 사망 실종되었다. 대한민국 건설사가 중동 국가를 비롯한 외국에서 지은 건물과 교량이 무너진 일은 없었다. 그런데 나라 안에서 지은 것은 종종 무너졌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부정부패였다. " (p149)



"세월호 사건은 (중략)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배가 전복된 근본적 원인은 제어하지 못한 탐욕과 부정부패였다. 그렇게 많은 생명이 희생당한 직접적 원인은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능과 무책임이었지만 그 배후에는 넓고 깊은 구조적 원인이 높여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돈을 섬기는 제도와 행태, 문화와 관행이었다. (중략) 세월호의 비극은 산업화 시대 이후 사회를 지배해온 물질적 욕망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생얼'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 (p410~412)



여태까지 우리나라에 많은 참사가 있었지만, 세월호 사건만큼 이토록 가슴이 아팠던 사건이 있었나 싶을 만큼 마음이 너무 아픈 사건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랬다. 유시민도 말한다.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많이 슬퍼하고 미안해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근데 정말 그 감정은 미안함과 죄책감이었다. 왜 어른들의 욕심에 아무 죄가 없는 아이들이 희생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노와 내가 그런 어른인 것 같아서, 내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죄스럽고 미안하고 마음이 쓰렸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절대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해놓고 6년밖에 안 지났는데 묵념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나가는 해가 많아지는 것 같다. 결국 나도 똑같은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건가. 


정말 그렇게는 죽어도 살지 않겠다고 그렇게 호기롭게 장담해놓고서. 결국 나도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지향하고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세월호 안에 답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결코 세월호를 만든 어른들과는 같은 어른이 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 우리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하나는 대한민국을 떠나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로 가서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는 길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갔다.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을 그런 나라로 바꾸는 길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그 길을 선택했다. 나도 거기 있었다. (p174)" 


유시민과 같은 많은 분들이 그 길을 선택했고, 그래서 지금의 우리는 꽤 괜찮은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를 이루었고, 높은 시민의식을 갖게 되었으며,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나서야 할 때는 올바른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감동적일 때도 많다. 

서민들이, 청년들이 다리 뻗고 살기에 막막한 양극화 속에 숨이 막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옛날보다는 꽤 괜찮은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잘 사는 놈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 짚어낸 재벌 이야기. 유시민은 " ~ 이 모두가 재벌 탓은 아니겠지만, 부패문화의 진원지가 재벌과 정치권력의 유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재벌은 애증의 대상이다. 재벌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럽다. 국민들은 재벌기업이 지은 아파트에 살면서 재벌기업이 만든 텔레비전, 냉장고, 에어컨을 쓰고 재벌기업이 만든 승용차를 탄다. 재벌기업이 만든 옷을 입고, 재벌기업이 생산한 스마트폰을 쓰며,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프로야구와 축구경기를 본다. (중략) 재벌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으며, 어쩌면 우리의 미래마저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재벌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가권력을 통한 정치적, 민주적 개입과 통제뿐이다. 나는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 (p151)고 말한다. 



거대한 공룡 같은 재벌. 하지만 누구나 재벌 회사에 가고 싶어 한다. 나도 보내주면 엎드려 절하면서 가고 싶을 듯. 거대한 공룡은 생태계를 독식하겠지. 재벌기업에 딸린 하청업체들만 몇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최고로 인식되듯, 돈이 최고 많은 재벌이 결국 지배계급이 되는 건 너무 당연하잖아.


유시민 작가가 이 파트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정경유착의 뿌리, 부정부패가 만들어 낸 수많은 인재를 지적하고, 올바른 경제민주화로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말이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향해야 할 점인 것은 명확하지만 "국가권력을 통한 정치적 민주적 개입과 통제"라는 말이 도덕책에 나오는 말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국가권력'과 '민주적 개입과 통제'라는 말이 공존할 수 있는 말이긴 할까? '민주'와 '통제'는 서로 너무나도 모순적인 단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투명하고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지향해야 할 지점이란 소리겠지? 다시는 세월호 같은 비극이 없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나 같은 일반 시민은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나도 재벌기업의 물건이 좋고, 돈이 좋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고. 나 같은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올려주는데 조금씩 기여하자, 정도일까. 프랜차이즈 찾지 말고 동네 작은 식당을 찾고, 대형마트 두 번 갈 거 한 번은 재래시장 가고. 그렇게 조금이라도 실천을 하면 더 나은 사회가 될까?

그렇게 하면서도 재벌기업이 일자리 준다고 하면 너도 나도 달려들 것이 아닌가. 그 연봉과 그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신념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맥도널드와, 스타벅스, 나이키는 사지 않는다는 우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참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선. 나는 무엇으로 그 선을 지켜야 하나.





#. 민주화운동

유시민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서울역 회군 이야기. 너무 재밌게 읽었다. 전두환의 12.12 사태 이후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광장에 있었던 유시민.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대한민국을 상상하니 설레면서도 동시에 겁이 났다고 한다. "이 혼돈에서 도대체 무엇이 나올까? 피가 강물처럼 흐르고 주검이 산더미를 이루는 끔찍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당시의 두려움을 적었다. (p223)


"이 광장에 무장한 군인들이 들어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난 아마 죽을 거야. (중략) 벌써 죽어야 하나? 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시위를 주동했으니 억울할 거야 없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지 않는가. 그 피가 내 피일 수도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건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온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저 신입생들은 어찌 될까? 자신과 세상의 관계에 대해, 권력과 역사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깊게 고민한 적 없이 선배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와 착한 아이처럼 줄지어 앉은 저 청년들의 죽음을 누가 책임져야 하나? 책임을 질 수나 있는 것일까?" (p224) 


당시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당시에는 산발적으로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는데 대학 학생회들끼리 휴교령이 내릴 경우 연속적, 동시다발적, 전국적 시위를 벌이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p232) 하지만 신군가 전국 주요 대학에 계엄군을 투입함으로써 학생시위가 막을 내리가 되면서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유일하게 그 약속을 지킨 곳이 바로 광주였다고 한다. (p232)



대학생들로 시작한 시위에 시민까지 참여하면서 도시 전체가 봉기했던 광주 민주화 운동. 개월 전에 광주 구전남도청 지구에 있는 전일빌딩에 다녀왔다. 아직도 전일빌딩에 박혀있는 총탄 자국이 떠오른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품을 수 있을까. 감히 품어낼 수야 있을까? 찾지 못한 시신만 몇백 구인 것을.



이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파트가 제4장, 한국형 민주화 파트였다. 유시민의 실제 이야기부터 6.29 선언까지 거침없이 서술하며 한국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분. 복잡하게 공부했던 현대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쓴 유시민 작가님은 역시 갓 시민.... 글을 너무 쑥쑥 잘 읽히게 쓴다. 그렇다고 가볍게 쓰는 것도 아니고.. 넘 좋다.





결론적으로 일단 너무 재밌게 읽은 책. 역시 주변에서 재밌다고 하는 이유가 있구나.

그냥 이 책 자체가 하나의 방대한 지식 집합체라서 뭘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그냥 이 책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두서없게 글을 쓴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그 책을 언제 내가 읽었던가 싶기에 뭐라도 끄적여본다. 



유시민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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