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y Sunil Angrey
이제 모든 것을 놓쳐버린 지금 물끄러미
바라보는 벽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
- 장 아메리, <늙어감에 대하여>
치매 걸린 노인의 기억이
자신의 꽃다운 시절로 회귀하는 것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봄날이 있다.
어느 여름날 마루턱에 걸터앉아
부채질해주시는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앞마당 감나무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뭐라뭐라 슬프겠다, 뭐라뭐라 아프겠다,
뭐라뭐라 잊으려무나 중얼거리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어린것이 시인이네’ 하셨다.
정말 봄날은 그렇게 오고,
그렇게 가버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