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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성 Apr 07. 2023

기억의 습작, 나의 인생이야기

나의 첫 기억


기억. 마치 머리에 진열장이라도 있는 걸까. 어떤 것을 보면 그와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고, 어떤 냄새를 맡으면 그 향기에 담긴 추억이 떠오른다. 기억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첫 기억

내 첫 기억은 5살 때 맹장 터진 날. 맹장이 터져 마취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기억이다. 그날 되게 아팠는데 너무 아파서 비몽사몽 할 정도였다. 마취주사를 맞았는데 너무 아파서 울면서 잠든 기억이 난다. 눈 감기 전 엄마랑 의사 선생님이 보였는데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울다가 그 뒤로는 기억이 안 난다.



색칠공부

내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할머니가 병원에 찾아왔다. 그날을 특별한 날이니까 병원 밥을 안 먹고 병원 앞 설렁탕집에 갔다. 국밥을 먹었는데 섞박지가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마트를 지나갔는데, 매대 앞에서 ‘색칠공부’를 발견했다. 나는 오직 그것만 바라보고 쪼르르 달려가 말했다.


“엄마!! 나 이거 사줘! “

“너 오른손에 링거 꽂았잖아.”

“괜찮아!! 할 수 있어!”


엄마와 할머니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고, 나는 득템을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색칠공부할 생각에 신안 나는 먼저 병원으로 달려갔다. 지루한 병원생활 중 색칠공부는 내게 한줄기의 빛과도 같았다. 그날 병실에 가자마자 열심히 색칠공부 했던 기억이 난다. 오른손이 뻐근했는데 아픈 것도 모르고 열심히 칠했다. 그래서 피멍까지 들기도 했다. 근데 오히려 그 멍이 내가 색칠을 열심히 했다는 흔적 같아서 뿌듯했다. 마치 훈장 같은 느낌이랄까. 색칠공부 열심히 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



퍼즐

몇 살인진 모르겠으나 6~7살쯤.

집에서 혼자 퍼즐을 맞추던 어느 날. 낮 해가 쨍쨍할 시간, 텅 빈 집안에 나 혼자 있었다. 언니는 학교나 학원에 갔을 테고 부모님은 일하러 가고 나 혼자 심심해서 텔레비전 아래 진열장에 있는 퍼즐을 꺼냈다. 고요한 정적과 함께 묵묵히 퍼즐을 맞췄다. 퍼즐을 다 맞추면 다음 퍼즐을 꺼내 또 맞췄다. 그렇게 계속해서 새 퍼즐, 새 퍼즐, 새 퍼즐. 우리 집엔 퍼즐이 10개 넘을 정도로 많았다. 그만큼 내가 퍼즐을 좋아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외로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퍼즐을 맞춘 것 같다. 퍼즐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외로움을 잊으려고 퍼즐을 맞춘 거였구나. 한 가지에 몰두하면 외롭다는 생각이 안들테니까.



생일파티


가장 행복했던 생일날. 8살 때 생일파티. 인생 처음으로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 생일파티를 한 날이었다. 나는 고깔모자를 썼고, 테이블엔 엄마가 해준 푸짐한 음식들과 치킨. 양념반 후라이드반 맛있는 치킨 냄새와 친구들이 불러주는 생일 노랫소리. 너무너무 행복했다. 눈앞엔 맛있는 음식들과 사랑하는 친구들. 내가 좋아하는 것만 가득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엄마가 해준 음식이 맛있다고 해줘서 뿌듯했다.



계곡


11살 때까지 매년 여름철마다 계곡에 갔다. 계곡에 관한 기억은 너무나도 많아서 뭘 고를지 고민이 된다. 앗 아프다. 순간 계곡 바위에 종아리 쓸린 느낌이 기억났다. 그래 이 날로 해보자.


우리 동네는 작은 시골의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3층짜리 빌라 네 건물, 그리고 주택 몇몇 채. 주택은 아마 열 채도 안될 거다. 그중에서 우리 집이랑 친한 두 집이 있다. 한집은 바로 B동 빌라댁, 뛰어서 30초 걸어서 1분 거리. 한집은 터 좋은 주택집. 이날은 우리 집 포함 세 집안의 여성들끼리 계곡엘 갔다. 엄마 3명, 딸 둘둘 하나 총 5명.


엄마들은 우릴 내려놓고 어디론가 가고 우리들끼리 놀았던 날이었다. 우리들끼리 돗자리 펴서 고기 구워 먹고 라면 먹고. 아, 그리고 계곡물에 수박이랑 복숭아도 담가뒀다. 물놀이하다가 허기지면 복숭아 베어 먹고, 중간중간 돌아가면서 고기를 구우며 먹으면서 놀았다. 후식으로 라면까지 완벽했다. 다 맛있었는데 특히 구운 김치랑 먹는 삼겹살이 진짜 너무 맛있었다. 엄마들 없이도 알아서 잘 놀고 잘 먹었다. 그래서 뭔가 더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이날 계곡 위에서 튜브 타고 내려오다가 종아리도 쓸렸는데 아픈지 모르고 계속 놀았다. 진짜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논 날 중 손에 꼽을 것 같다. 아 너무 배고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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