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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호 May 28. 2024

푸코의 파레시아(Parrhesia)

자기배려와 자기투쟁

 오늘 소개해드릴 철학 개념어는 바로 푸코의 ‘파레시아’입니다. 근현대하면 빠질 수 없는 철학자로 알려진 프랑스 구조주의의 정중앙에 위치한 미셸 푸코는 ‘권력-지식 담론’을 통해 각 시대마다 행해지는 권력의 근저에는 그 권력을 작동하게 하는 지식이 존재한다라는 이론이 가장 유명하죠. 사실 푸코는 이러한 정치철학 이론 말고도 여전히 ‘비주류’로 분류되는 동성애 남성으로서 사회의 정상적 기제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계보학적으로, 그리고 고고학적으로 탐독한 학자인데 그의 대표적인 주서로는 『성의 역사』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등이 존재하고 그의 많은 강연들은 여전히 문자화되어 책으로 발간중에 있습니다.

 ‘파레시아’는 푸코의 윤리학적 귀결점이라 볼 수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맑시즘에 영향을 받은 푸코의 정치철학적 귀결점으로도 지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봅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프랑스 지성사는 맑시즘의 강력한 영향 하에 놓여 있었고,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공산당에 가입해있었죠. 푸코 또한 맑시스트로 공산당에 가입하지만 당(당시 공산당은 정치적 정당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내 규칙 중에 동성애를 엄금한다는 규칙 때문에 얼마 가지 않아 탈당하게 됩니다. 이후 푸코를 반맑시즘 진영으로 파악하는 흐름이 있는데, 푸코의 이론들은 맑스의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과 탈당 이후에도 여전히 맑시즘의 잔재들을 주춧돌로 자신만의 이론을 펼친 점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푸코는 맑시즘의 테두리 내에서 맑시즘을 변형, 수정, 보완하려 했던 신세대의 독립적인 맑시스트라고 바라보기도 합니다.

 

 푸코는 『담론과 진실』에서 '파레시아'라는 개념을 기술해가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모든'을 뜻하는 'pan'과 '말'을 뜻하는 'rhesis'가 결합한 단어로 여과 없이 모든 것을 전부 얘기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발언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타자의 발언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용기 있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의제기하며 바로 그 정중앙에서 투쟁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더욱이 '권력 밖에 권력은 없다'고 제창한 푸코에게 있어 "그렇다면 어떻게 권력 관계를 재편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파레시아'를 제시할 수 있는데, 실제로 푸코 또한 앙가주망적 지식인으로 콜레주드 프랑스 교수를 역임하며 여러 사회 문제를 탐독하고 학생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강연해 가는 등 몸소 '파레시아'의 본보기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그는 그의 철학적 이론과 일상적 실천을 조화하며 살아간 철학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푸코의 이론은 대거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 사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예컨대 니체의 '힘에의 의지'를 차용하여 '권력에의 의지'를 전개했다는 점, 그것의 정점에서 자기 자신의 언표를 스스로 생산해내는 '위버멘쉬'를 제창한 니체였고 푸코 또한 자신의 이론 정점에서 '파레시아'를 제창 했다는 점에서 또한 겹치는가 하면, 이들의 철학적 탐독 방식 또한 '계보학적 방법론' '고고학적 방법론'으로 그것의 근원점을 파고드는것이 아닌 그 시대에 한정된 근원점을 밝혀가는 것으로 동일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푸코를 20세기의 니체라고 칭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그는 니체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파레시아'라는 철학적 개념은 니체의 위버멘쉬를 차용한 것이 아닌 고대 그리스의 문헌들을 횡단하며 선배 철학자들의 사상을 발췌하고 차용하여 만들어낸 푸코만의 실천적 테제라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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