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떠나는 여행에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기차에 탑승한다. 출장을 이유로 자주 탔던 기차였으나 이번에는 여행을 목적으로 타니 기분이 상쾌했다. 서류 가방 대신 배낭을 메고 정장 대신 휴가 옷을 입고 피곤함에 젖은 가면 대신 웃음꽃이 지지 않는 얼굴을 장착했다. 다 완벽한 것 같았으나 무언가 허전했다.
나의 안부나 일정을 묻는 이가 없는 게 조금 슬펐다. 괜히 전화번호부를 찾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본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도넛의 가운데처럼 원래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익숙해질 수 있게 도넛과 같이 비어있는 것들을 자주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