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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윤 박사 Nov 26. 2020

중국 청나라 황제가 마셨던-의방 왕자산의 만송 보이차

진짜보다 가짜가 많은 보이차 중에 ‘의방의 만송 보이차’는 더욱 더 가짜가 많다. 필자가 2019년 2월 운남성 이무에 방문 했을 때의 일이다. 친하게 지내던 임영호 차장 사장이 자산의 손자가 화상을 입얼 때 긴급히 요청한 화상 약을 보내 준 것에 감사하다며 2018년 만송 춘자 고수차로 진한 대접을 받고, 2015년 만송 춘자 고수 보이차도 선물 받았다.     



춘차 고수차를 맛본 것은 행운 

또 다른 천보차장을 방문했을 때는 오랫동안 만난 인연으로 귀한 박하당 고수차와 만송 춘가 고수차로 후한 대접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만송마을에 오랫동안 방문해도 추자 고수차, 춘자 소수차를 대접받았던 적은 있었지만, 춘차 고수차를 맛본 것은 행운이었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만송 보이차


중국 문화혁명 때 차산이 황폐화되어 봄철의 찻잎을 채집하는 시기가 아니면 고수차는 동이 났다. 때문에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것이 만송 보이차다. 실제로 2019년과 2020년에 유난히 가물었던 운남성 이무, 맹해 지역 보이차산은 춘차의 찻잎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었고 찻잎 채집 시기도 늦어져 차 맛에 호불호가 갈렸다. 대부분 보이차산의 생잎 차 가격은 작년 대비 대동소이했으나 유난히 만송 보이차는 많이 올랐다.  


보이차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포도밭 등급처럼 찻잎이 생산되는 지역과 마을에 따라 차가격이 형성된다. 현재 최고의 보이차는 이무지역의 만송(曼松), 괄풍채(刮风寨), 박하당(薄荷糖), 맹해지역의 노반장(老班章), 임창지역의 빙도(冰島), 석귀 (昔归), 최근에 곤록(困鹿) 마을이 부상했다.  

    

서쌍판납주의 보이차산은 크게

구(古)육대차산과 신(新)육대차산으로 구분 

구 육대차산의 대표적인 이무(易武)지역은 보이차의 고향으로 청나라 건륭 43년(1778년) ‘전해우형지(滇海虞衡志)’에 ‘보차(普茶)’라는 이름은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                         


 

유락차산은 경홍시(景洪市)에 속해 있다. 나머지 5개의 차산은 맹랍현(勐臘縣)에 있다. 맹랍현의 만살차산(曼撒茶山)은 이무향(易武鄕)에 속해 있고, 나머지 차산은 상명향(象明鄕)에 있다. 이무(易武)는 태족(泰族) 언어로 ‘미녀 뱀이 사는 땅’을 뜻하며, 보이공차(普洱貢茶)의 고향이다.     



청조(淸朝) 옹정(雍正) 2년(1724년) 이무(易武)에 몰려드는 차상(茶商)과 공인(工匠)이 수십만에 이르러 “산(山)마다 다원이 있고 어디든지 인가가 있다(山山有茶園,處處有人家).”고 할 정도로 번창했다.


의방(倚邦)은 명나라 말기부터 석병(石屛)의 한족과 초웅(楚雄)에 거주하던 이족(彛族)이 집단이주해 차 산업을 일으켰다. 


청나라 초기에 사천성(四川省) 농부들이 유입되면서 사천에서 가져온 소엽종(小葉種) 차나무를 대량 증식. 의방의 만송마을은 대엽종과 소엽종 찻잎을 병합해 만든 보이차로 청나라 ‘황실공차’가 되었고, 조정 대신과 외국 사신에게 하사품으로 사용되면서 전설적인 보이차가 됐다. 

    

만송 보이차는 해발 1,340m 이상에서 자라고 향기가 좋으며 마시면 쓴맛이 거의 없고 단맛이 입 안 가득하므로 한번 맛을 본 사람은 평생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필자의 취미가 된 왕자산 차산을 탐방 

필자도 보이차를 연구하기 위해 운남성 이무, 맹해, 임창, 보이 등의 차산 곳곳을 20회 다녀왔다. 2013년부터 매년 만송(曼松) 마을에 가서 현지인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왕자산의 차산을 탐방하는 것이 취미가 됐다.  

   

만송마을은 서쌍판납주 맹랍현(勐臘縣) 상명향(象明鄕)의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이무를 거쳐 상명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15km를 약 40분 정도 좁은 산길과 개울물을 건너 굽이굽이 돌아서 가야 했다. 2018년에 이르러서야 마을까지 좁은 길에 도로가 포장되어 자동차로 20분 걸리고, 20세대의 낡은 전통가옥이 현대식 주택으로 탈바꿈했다.     


왕자산(王子山)을 올라가는 길은 매우 험하고 길이 없다. 왕자산에서 듬성듬성 볼 수 있는 차나무를 발견할 때마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현지인들은 깊고 험한 열대 우림의 왕자산을 샌들을 신고 잘 올라가지만, 필자는 등산화를 신고도 너무 힘들었다.   

  

왕자산 정상에는 도굴로 흔적도 없는 ‘주가황제(朱家皇帝; 일반 가정집에서 자라고 있는 왕자를 민가에서 부른 명칭)’ 무덤이 있다.    

                     


만송 보이차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이유

만송보이차는 중국 운남성에서 출판된 ‘판납문사자료선집(版納文史資料選輯)’에 청나라 황실에서 마셨던 공차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에는 ‘보이차를 마시려면 의방 보이차 중에 만송보이차가 가장 맛이 좋으므로 만송 보이차를 맛보고 의방보이차를 맛보아야 한다.’ 또한, ‘청나라의 황제는 6대 차산의 보이차 중에 만송 보이차를 공차로 지정했고, 다른 마을에서 생산되는 보이차는 필요 없다.’라고 기술되어 ‘황제의 보이차’로 ‘황가다원(皇家茶园)’이 됐다.     



왕자산 차나무의 파괴 

1956년 중국 공산주의 정권이 정부를 수립하면서 개인 차창이 없어지고 서쌍판납주에 있던 국영 차창 ‘맹해차창’이 만송 보이차를 소량 생산했다. 그 당시 왕자산 꼭대기에 있었던 만송마을은 워낙 교통도 좋지 않고 찻잎 채집도 많지 않아 고가여서 만송 보이차를 찾은 구매자가 거의 없었다.     



맹해차장은 교통이 불편하여 만송보이차 운송에 문제도 있었지만, 회사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자 구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만송마을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수령 300년 이상 된 차나무를 베어내고 곡식을 심게 되면서 차산은 파괴되었다. 그리고 왕자산 꼭대기의 만송마을은 식수가 고갈되면서 마을 주민의 일상생활이 어렵게 됐다.   

  

1984년에 정부의 도움으로 왕자산 꼭대기 마을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산 아래쪽 계곡 언덕에 새로운 촌락을 꾸려 이주했다. 그때 집집마다 몇 그루의 고차수 차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 전부였고 왕자산의 차나무는 만송 주민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다시 인기를 얻은 만송 보이차 

2004년부터 보이차가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이 만송 보이차를 찾았지만 이미 몇 그루 남지 않은 왕자산 차나무는 깊은 열대 우림 속에 묻혀 버려졌다. 만송 마을주민은 땅을 치며 후회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원래 살았던 산꼭대기 마을로 올라가 옛 차산을 찾고 험한 열대 우림 수풀을 헤쳐 가며 흩어져 있는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집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6~7시간 동안 찻잎의 양은 매우 소량이었다.


만송 고수 보이차는 1년 동안 쇄청모차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약 20~30kg 정도. 매년 봄이 되면 상명향에는 만송 보이차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차상이 모이지만 빈손으로 돌아가는 차상이 허다해지면서 더욱더 품귀현상을 빚고 가격은 매년 올라가고 있다.     


필자가 찾아간 왕자산 꼭대기의 모습  

필자도 동네 청년의 안내를 받고 험한 산길을 2시간 걸어서 왕자산을 꼭대기의 옛날 마을이 있던 곳에 가보았다. 소학교 운동장은 물론 마을의 흔적도 사라졌고, 집터와 그릇 등이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을 주변에 여기저기 몇 그루의 차나무만 일행을 반겨 주었다. 내려오는 험한 길옆 언덕에 대기업이 밭을 일구고 새로 심은 어린 재배 차나무는 아마도 몇 년 후에 품질이 떨어지는 만송 보이차를 비싸게 판매될 것을 생각해보니 허망한 세월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매우 귀한 만송 보이차의 맛 

만송 보이차산은 연간 강수량도 적정하며, 천혜의 자연조건, 즉 떼루아 덕분에 찻잎의 상당수가 진한 녹색을 띠고 두꺼우며, 토양은 주로 자홍색(紫紅色)의 간석토(磵石土)이고 운무가 항상 산허리에 걸쳐 있어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만송 보이차는 매우 귀한 것으로 순료 100%로 만든 춘차 고수 보이차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춘차와 추차, 그리고 고수차와 소수차의 가격도 10배 이상이 차이가 나므로 구입할 때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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