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하 Aug 15. 2020

오차즈케와 로산진

로산진의 글을 옮기며

오차즈케(お茶漬け)라는 말은 차(茶)에 담근다(漬け)는 의미로, 단순하게 말해 밥에 찻물을 말아먹는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차’와 ‘밥’ 외의 재료는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수 있지요. 오차즈케라는 음식 전반을 지칭할 때는 ‘오차즈케’ 또는 ‘차즈케’, 특정 재료를 넣은 오차즈케를 말할 때는 재료 이름을 붙여 ‘연어 차즈케’ ‘김 차즈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도 재료나 방법이 천차만별입니다.


일본에서 이 오차즈케는 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식사로, 또 술자리에서 속을 달래주는 마무리 음식으로, 등산할 때 식은 밥을 따뜻하게 데워 먹는 방법으로도 친숙한 음식입니다. 차뿐 아니라 가다랑어포를 우린 국물을 부어 만들기도 하는데, 밥 위에 올리는 재료에 따라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냉차를 부어 차갑게 즐기기도 하고, 식욕이 없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시큼 짭짤한 우메보시를 얹은 뜨끈한 오차즈케면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곤 하지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오차즈케를 파는 일본 가정식 식당이 많이 보이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인스턴트 오차즈케도 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스턴트 오차즈케라면 아마 기타오지 로산진 씨가 질겁을 할 것입니다.




기타오지 로산진은 20세기 초에 활동하며 일본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 요리사이자 도예가, 미식가입니다. 현대 일본 요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지요. 재료를 깐깐하게 따지고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을 스스로 만드는 등, 자신의 미학과 철학을 요리에 한없이 쏟아부으며 음식에 관한 수많은 글을 남겼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그중 ‘오차즈케’에 관한 글을 모아보려고 합니다.


로산진은 미식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재료로 만든 오차즈케 이야기를 하다가도, 김이나 다시마로 만든 소박한 맛의 오차즈케를 칭송하기도 합니다. 공사장의 노동자가 도시락 뚜껑에 물을 부어 만든 송어 수프를 보며 감탄하는 한편, 낫토에 간장을 한꺼번에 붓지 말고 한두 방울씩 나눠 넣어 끊임없이 젓기를 귀찮아하지 말라고 질책합니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재료 이야기를 하고 시판되는 제품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는 1900년대 초에 쓰인 글이니만큼 요즘의 산지 상황, 가격과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인정신으로 섬세하게 재료를 다루는 방법들이나 미식의 극한을 추구하는 열의만큼은 충분히 전달되리라 봅니다.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오차즈케도 몇 가지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마음이 끌리는 오차즈케를 찾아 따뜻한 한 그릇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일러스트 토브(@tovemar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