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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하 Oct 03. 2020

낫토 차즈케

로산진의 오차즈케 시리즈 9

글 / 기타오지 로산진

번역 / 박소하


사람들은 낫토 차즈케가 맛있는지를 모른다. 미식가 중에서도 소수만이 낫토 차즈케의 맛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지만, 다들 낫토 차즈케를 모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낫토 준비하기     


낫토를 준비하는 방법이란, 낫토를 섞는 법을 말한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섞지 않으면 낫토의 맛이 죽는다. 낫토를 그릇에 담고 다른 것은 아직 넣지 않은 상태에서 젓가락 두 짝으로 잘 휘젓는다. 그러면 낫토에서 실이 나온다. 연꽃 줄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끈적한 실이 점점 많아지고 뭉쳐서 더는 젓기 힘들어진다. 이 실이 많을수록 낫토가 맛있어지니,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지런히 손을 놀려 끝까지 저어줘야 한다.

뭉쳐서 단단해지면 간장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다시 젓는다. 또 뭉치면 간장 몇 방울을 더 넣고 젓는다. 요컨대 간장을 아주 조금씩 부어가며 젓는 것을 반복해 실의 형태가 없어지고 흐물흐물해졌을 때, 낫토에 겨자를 넣고 잘 섞는다. 이때 기호에 따라 파를 잘게 썰어 고명으로 조금 넣으면 맛이 한 단계 더 진해진다. 오차즈케로 먹지 않더라도 낫토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

간장을 처음부터 넣어버리는 것은 하수의 방법이다. 낫토 마니아라는 사람들은 간장 대신 소금을 쓰기도 한다. 낫토에 소금을 넣으면 깔끔한 맛이 되어 확실히 만족스럽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간장이 무난하다.




낫토 차즈케 만들기


참치 차즈케처럼 밥을 그릇에 조금만 담고 앞서 만들어 둔 낫토를 적당히 얹는다. 낫토 차즈케에는 무조건 뜨거운 밥이 좋다. 여기에 센차를 붓는데, 낫토에 섞인 간장만으로 짠맛이 부족하다면 밥 위에 간장을 몇 방울 끼얹는다. 처음부터 오차즈케로 먹을 생각이었다면, 낫토를 섞을 때부터 간장을 넉넉히 넣어도 좋다. 본디 낫토가 가진 좋은 맛에 화학조미료는 불필요하다. 낫토의 양은 밥의 사 분의 일 정도일 때 가장 맛있다. 낫토가 너무 적으면 맛이 없고, 너무 많으면 입안이 복잡하여 먹기 힘들다.

낫토 차즈케는 정말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 당장, 가을의 계절 음식으로 입을 만족시켜줄 때가 아닐까.


illust bt 토브(@tovemarine)


낫토 고르기     


낫토는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이 있다. 맛없는 낫토는 휘저어도 실이 생기지 않고 버석거린다. 충분히 발효하지 않아 덜 숙성된 낫토다. 콩이 끈적끈적해지지 않으면 어떤 수를 써도 살려내기 힘들다. 그래서 실이 나오지 않는 낫토는 먹을 수 없다. 잘 빚어낸 낫토는 콩이 자잘하다. 가장 맛있는 것은 센다이와 미토에서 나는 알이 작은 콩으로 만든 낫토다. 칸다에서 유명한 알이 굵은 낫토도 맛있다. 다만 옛날처럼 맛있는 것 같지 않아 유감이다. 콩은 많아져서, 모르는 사람 눈에는 좋아 보일 수도 있겠다.



원문 / 納豆の茶漬け, 「魯山人味道」中公文庫, 中央公論社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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