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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하 Oct 13. 2020

교토의 망둑어 차즈케

로산진의 오차즈케 시리즈 10

글 / 기타오지 로산진

번역 / 박소하



교토에서 ‘고리(ごり)’라 불리는 물고기는 가모가와강에 많았는데, 요즘은 상류까지 꽤 올라가지 않으면 찾기 힘들다. 가츠라가와강에서는 지금도 많이 잡힌다. 고리는 얕은 여울물이 아름답게 흐르는 강에 서식하는, 길이 3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물고기다.

고리를 모르는 사람은 망둑어의 일종이라 생각하면 된다. 배에 지느러미로 된 흡반이 달려 있는데, 강바닥의 돌에 달라 붙을 수 있어 빠른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는다.

망둑어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고리는 작은 망둑어로 3센티 넘게 크지 않는다고 한다. 자그마한데도 알을 밴다는 점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몸집은 작지만 매우 맛있는 물고기다.


교토의 민물고기 요리에서는 붉은 된장 미소시루에 고리 일곱 마리를 넣는 것이 정석이다. 이렇게 작은 것 일곱 마리만으로 훌륭한 교토 명물이 되니, 그 맛이 어떨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조림으로 만들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안 잡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림으로 만들어 먹는다니, 고리 차즈케는 천하일품의 진미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생물이 한 되에 2천 엔 정도 할 것이다(1932년 물가). 이것을 조림으로 만들면 부피가 줄어드니 이만큼 사치스러운 조림이 있을까. 고리 조림은 이 비싸고 조그마한 망둑어를 간장으로 조린 것이다. 이것을 열 마리 정도 뜨거운 밥 위에 얹고 차를 부어 먹는다.


illust by 토브(@tovemarine)


예로부터 망둑어 차즈케는 유명했지만, 아마 교토에서도 먹어 본 사람은 적을 것이다. 교토 사람이 아니라면 이름도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많으리라.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고리 차즈케를 오차즈케의 왕이라 부르며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막상 먹어보려고 하면 못 먹을 것도 없다. 비싸다고는 하지만 한 그릇에 열 마리가 고작이니 그리 큰돈은 아니다. 다만 다섯 마리, 일곱 마리로 명물 취급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눈 딱 감고 조림으로 만들어버릴 용기가 나지 않을 뿐이다. 아깝다는 마음이 먼저 드니, 역시 미소시루에 넣어 평범하게 먹게 된다.


망둑어는 어느 강에나 있지만, 교토의 고리는 작아서 크기가 일정하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교토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요릿집에 간장으로 조려달라고 부탁해서 한번 먹어보면 어떨까. 이것을 먹으면 오차즈케의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다.


참고로 다른 이야기지만, 교토의 ‘사기시라즈(피라미의 치어)’라는 작은 물고기도 맛있다.



원문 / 京都のごりの茶漬け, 「星岡」,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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