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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하 Aug 17. 2020

오차즈케의 맛

로산진의 오차즈케 시리즈 1

글 / 기타오지 로산진

번역 / 박소하



오차즈케뿐 아니라 요리라는 것은,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 생선회나 소고기나 어떤 재료든 전혀 부담 없이 손에 넣는 사람이라도, 호화로운 요리에 질려 소박한 맛이 끌릴 때가 있다. 영양분이 차고 넘쳐서 더는 필요 없다고 몸이 말할 때이다. 이럴 때 오차즈케가 생각난다.


하지만 평범한 오차즈케로는 부족하고 고급 요리처럼 먹고 싶을 때, 특히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맛있는 오차즈케가 먹고 싶을 때는 아무 연어나 사다 얹어서는 만족하기 힘들다. 연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대로 된 자반연어를 구한다면 오차즈케도 거의 완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좋은 자반연어를 구하기 어렵다. 아무 데서나 파는 연어라면 미식가의 미각을 채우지 못하고 곧 다른 맛을 찾게 된다. 어디 맛있는 반찬은 없나, 맛있는 건어물은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혹은 오차즈케 재료를 도미로 바꾸는 등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것은 지갑에 여유가 있어야 쓸 방법이다. 이처럼 요리는 지갑 두께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잡지나 라디오에서 요리연구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내놓는 요리는 고급 요리보다는 대중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미식과 거리가 멀었다.


어쩌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오차즈케만이 아니라 고급 요리에 관한 이야기다. 미식가 중의 미식가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요즘 젊은이들은 비싸기만 하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할 것은, 요리는 재력의 차이뿐 아니라 연령 차에 따라서도 취향이 갈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세대가 좋아하는 요리란 거의 없으며, 연령을 나눠 각각의 취향에 맞추지 않으면 만족하기 힘들다. 당연히 지갑이 얇은 사람은 듣도 보도 못한 비싼 요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맛있는 요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습관을 들여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맛을 깨닫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한편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누구나 음식의 맛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식가도 여러 단계로 나뉘니 일반인은 더욱 그렇다. 요컨대 미식은 마치 서예처럼 아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오차즈케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오차즈케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그냥 밥에 소금과 찻물만 끼얹어도 맛있을 때도 있고, 비싼 도미를 얹어야 맛있을 때도 있다. 몸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당기는 것이 다르다. 도미 차즈케를 오늘은 맛있게 먹었지만 내일도 모레도 같은 것을 먹는다면 어떨까. 


결국 자신의 몸과 솔직한 대화를 나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장어가 좋다, 소고기가 좋다, 아니면 다쿠앙(신맛이 적고 쫄깃한 식감의 일본식 단무지)이 좋다, 그렇게 그때 상태에 따라 몸이 원하는 오차즈케를 먹어야 자연스러운 진짜 미식을 느낄 수 있다. ‘비싼 것이 맛있다’ ‘싼 것은 먹기 싫다’며 비싼 재료만 고르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고작 오차즈케를 먹을 때라 해도 이런 사고방식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차즈케가 먹고 싶어 졌을 때, 몸이 원하는 오차즈케를 먹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이것이 곧 영양의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이론은 오차즈케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적용된다.


무엇보다도 음식이란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형성하는 기본이 되므로, 그 의미를 생각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결국 음식에 대한 사람의 욕구는 몸이 그 음식을 원하기 때문에 생긴다고도 할 수 있다.

평소 고급 요리를 먹어오지 않았다면 그 맛을 잘 몰라 굳이 비싼 음식을 찾지 않지만, 돈을 많이 들이며 음식을 먹어온 사람은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 몸에 익숙해 그런 음식을 원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는 참치를 비싸게 사 먹지만, 미식으로 유명한 오사카 사람들은 참치에 돈을 쓰지 않는다. 옛날부터 1등급 참치는 오사카에서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참치의 맛을 잘 모르는 것이다.


또, 자라온 환경에 따라 먹어온 것들이 다르므로 음식에 있어 이런 이야기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각각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고, 먹는 기쁨을 얻을 수 없다. 서론은 이 정도로 하고 진짜 먹는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일러스트 토브(@tovemarine)



원문 / お茶漬けの味,「魯山人味道」中公文庫、中央公論社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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