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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선생님 Oct 09. 2024

나답게 우리답게 교실을 만들자

교실을 바꾸기로 마음먹은 걸 실천하다.

> 사랑하는 나에게 <

' 막상 실천해 보니 별거 아녔지? 마음속에 고민을 쌓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려움만 커져. 용기를 내서 두려움을 이겨낸 너를 칭찬해.  '



  드디어! 나는 아이들에게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얘들아, 선생님은 무무선생님이야. 선생님은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 담임선생님처럼 똑같이 해줄 수가 없단다. 너희가 지금까지 해오던 교실생활을 존중해 주고 유지해주고 싶어.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바뀌었으니 새로워진 우리답게 교실생활을 바꿔보면 어떨까?" 


  아이들의 대답은?  아이들은 내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소통이 가능한 존재들이었다. 아이들은 내 말을 들었다. 그리고 똑같이 따라 하며 말했다. ' 그러네요, 선생님은 선생님이지 예전 담임선생님이 아니네요. 얘들아, 우리 교실 규칙 바꿔야겠다. 선생님이 새로 오셨으니까! ' 아이들은 이런 뉘앙스로 함께 의견을 모았다. 감격스러웠다. 솔직히 내 의견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9살 꼬마친구들이기에 선생님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기존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떼쓸 줄 알았다. 내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대화할 줄 아는 존재들이었다. 


  학급회의에 긴 시간을 들여서 우리 교실의 수업시간 규칙, 쉬는 시간 규칙을 세웠다. 각 모둠에게 4절지 도화지와 사인펜을 주고 수업시간에 하면 안 되는 행동과 말을 쓰게 했다. 이를 통해 수업시간에 왜 한 명씩 발표권을 얻어서 말해야 하는지, 다 먹은 우유를 왜 수업시간에 버리러 가면 안 되는지, 수업시간에 왜 친구와 떠들면 안 되는지를 긴 설명 없이 아이들 스스로 납득시킬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쉬는 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을 모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유롭게 최대한 많이 써보게 했다. 복직하자마자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인 '선생님, 쉬는 시간에 뭐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심심해요. '라는 말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정말 창의적으로 많은 활동을 생각해 냈다. 이 활동 속에서 자발적으로 학급신문 만들기, 시 쓰기 동아리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감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은 적응력도 참 빨랐다. 학급회의가 끝나자마자 교실의 쉬는 시간 모습은 곧바로 달라졌다. 아이들이 너도 나도 시를 짓고 우리 반 뉴스를 제작하여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교실이 되었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창작물을 봐달라며 나에게 가져왔다. 내가 읽어 봐도 아이들의 글들은 참 멋졌다. 나만 보지 않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창작물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도록 교실 벽 한쪽을 '아이들 전용 게시판'으로 만들어줬다. 아이들은 게시판의 등장에 환호했다. 안 쓰는 벽 하나를 내어준 것뿐인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기뻐하니 내가 대단한 일을 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돌이켜볼수록 감동, 감탄, 감격, 감사... 느껴지는 바가 참 많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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