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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당Sadang Sep 14. 2020

[D-DAY] 자기계발서 읽고 바뀐 사람, 있기나 해?

무스펙 흙수저 대학 중퇴자 스물다섯 살이 자기 인생을 가지고 실험한 사연

이 글은 2020년 9월 1일에 작성 완료되었고, 2020년 9월 14일 브런치 작가 승인 처리 후 업로드하였습니다. 읽으시는 데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중국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허리케인이 일어나는 게 세상이라지만, 지독하게 덥고 습한 여름날 내가 인생을 뒤엎을 수도 있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별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즐겨하던 모바일 게임의 파밍이 너무 지루한데다, 통장 잔고가 문자 그대로 '0원'이라서 술을 마실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같은 사람이 지금부터 대충 1년 동안 자기계발서에 적혀 있는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과연 뭘 이룰 수 있을까?






이 고래상어 인형은 앞으로 자주 찬조출연(?)할 '꾹꾹이'이다. 인사하렴, 꾹꾹아.




솔직히 내가 이제와서 노력한다고 뭘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스물다섯 살 여자인 나는 작년 초봄 무렵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고 고향 집으로 내려왔고, 올해 봄 다니던 대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제적 처리되어 '최종학력 고졸'이다. 이력서에 쓸 스펙은커녕 토익 성적이나 운전면허증조차 없고, 평생을 문과 공부만 한 탓에 다른 돈벌이가 될 기술도 하나 없어서 편의점이나 식당 홀서빙 아르바이트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나마도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져 자의반 타의반으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집에서 하는 일은 딱 두 가지. 잠에서 깨자마자 모바일 게임에 접속해 몇 시간이고 파밍을 하다가, 질리거나 해가 지면 편의점에서 술을 사 와서 마시는 게 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의 전부였다.


마땅한 수입은 없는데 휴대폰 요금은 매달 나오는 상황에서, 나는 '막장 인생'다운 선택을 했다. 브로커를 통해 저축은행에서 소액대출을 받은 것이다(당연히 어머니께는 절대 비밀이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현재는 사실이 밝혀졌고 지금은 어머니와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중이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신용등급과 연 20%에 가까운 이율을 볼 때는 두려웠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 융통할 돈이 생기니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술집에 들락거리게 되었다. 며칠 만에 수십 만원을 써 버렸다.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매일 술을 마시고 고칼로리 안주를 폭식하니 체중도 나날이 늘어서, 150cm 초반 키인 내 몸무게는 마지막으로 쟀을 때 78kg이었다. 그 이후에는 '체중 앞자리 숫자가 8인 걸 내 두 눈으로 보기 싫다'라며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을 거부해서 어쨌든 내 공식 체중은 78kg이다.




실제로 제2금융권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승인된 후 받은 문자. 이자율이... 참... 높다... 여담으로 실제로 받은 돈을 전부 다 쓴 건 아니다. 이는 차후에 이야기할 예정.




어차피 지금 정신 차려 봤자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부모님이 유학을 보내 주거나 가게를 차려 주시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배우기 위한 학원 수강료도 지원받을 수 없었다. 살아생전 너무나 무능했던 아버지 때문에 반평생을 가장으로 일하느라 온몸의 관절이 다 망가진 어머니께는 용돈 5천원 받기도 쉽지 않았다. 등록금이 전액 면제됨에도 2년간의 서울 생활비가 없어, 간절히 원하는 대학 재입학도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의지? 미안하지만 나는 만 3년 반째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우울증 환자이다. '오늘부터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매일 결심했지만 변화는 길어야 반 년이었고, 오뚝이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이 수십 번 반복되자 '나는 바뀔 수 없는 사람'이라는 확신은 강해져만 갔다.


그럼에도 나는 절실한 소망이 있다. 연봉 2천… 아니, '연봉'이라는 것이 계산되는 직장에 취직해 어머니께 매달 용돈 40만원을 부치는 것이 이 인생의 거의 유일한 소원이다. 이것조차도 지금의 내게는 '자기계발서에 적혀 있는 대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쉽게 이루어질 일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나는 서류상 스펙, 실제 능력, 뭘 해볼 돈 모두가 '전무'한 방구석 게임 폐인이다.






실제로 실험 시작과 함께 작성하기 시작한 플래너. 플래너 양식은 직접 만들었다. 플래너에 대해서도 추후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




그럼에도 나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열망이 아닌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를 바꾸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런 막장 인생이 과연 어디까지 바뀔 수 있을까?'가 너무 궁금해져서였다. 그냥 열심히 노력하려고만 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르니, 유명한 자기계발서의 방법론을 매일 하나씩 내 삶에 적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반드시 성공하는 방법'이라면 설령 실천하는 사람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성공의 발가락 털끝까지는 데려다 줄 수 있을 것 아닌가? 그것조차 안 된다면 어차피 성공할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 책을 왜 팔아먹는가?


그리고 시간을 내어 그날그날의 노력의 과정과 결과를 앞으로 300일 동안 (가급적) 매일 공개된 글로 남기기로 했다. 사실 2~3천자 정도의 글을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게다가 브런치라는 연재처의 특성상 매일 제목과 부제를 정하고, 커버 본문 중간중간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고, 모바일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독성을 조절하는 데도 노력이 든다. 어찌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연재를 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이왕 시작한 실험을 끝까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개된 공간에 내 의지와 계획을 드러내고, 매일 실천 결과도 써야 한다면 적어도 용두사미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둘째로 이 실험의 결과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궁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실험이 전혀 학문적 가치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 개인이 노력으로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해/불가능해'라는 각자의 생각에 참고는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쑥쓰러운 이야기이지만 내 꿈이 원래 작가인지라, 이 연재분을 묶어서 나중에 책으로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왕 이리된 김에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 볼까? 사실 이 첫 화를 완성하는 데만 무려 2주나 걸렸기 때문에 더 이상은 꾸물거릴 시간이 없거든.


앞으로 300일 동안 연재될 <저는 이대로도 괜찮지가 않아서요>는 '무스펙 흙수저 대학 중퇴자', '막장 인생'인 글쓴이가 자기계발서의 방법론을 실제 삶에 적용해 얻은 변화를 진솔하게 기록하는 '자기계발 일기'입니다. 참고한 자기계발서나 기타 인용문의 출처는 해당 연재분에 표시할 예정입니다. 본문에 삽입된 사진의 경우 특별히 출처 표시가 없다면 전부 글쓴이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즐겁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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