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미 Sep 05. 2021

끝까지 쓰는 용기-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믿고 읽는 정여울  저자의 신간은 반가움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담고 있어 더 반가웠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공감 가는 글귀를 보낼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콧등이 시큰한 부분도  많았다. 과거의 상처, 부모와의 이야기 등은 나도 모르게 눈가에 촉촉이 눈물을 맺히게 했다.  이 모든 것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정여울 작가가 수년간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과 나누었던 이갸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양한 목적으로 글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며 데뷔한 지 18년 만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내놓았다. 

1부는 길 잃은 예비 작가들의 공통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을 엮었다. 2부는 매일 쓰며 배우고 느낀 회로 애락에 관한 에피소드를 모았다. 3부는 한 권의 책을 만들 때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쓰기 안에서는 내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쓰고 있는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진정으로 집중하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거든요.

글을 쓰는 기쁨을 느끼는 때도 그런 순간이에요.

나의 문제와 세상의 문제 사이에 교집합을 발견할 때요.

나의 문제를 폄하하지 마세요.

사적인 이야기라고 자신의 삶을 낮추지 마세요.

나의 이야기를 중시하 되나의 삶을 타인의 삶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으세요."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라 밑줄을 긋고 별표도 했다. 개인에서 보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의 이야기가 일종의 불쏘시개가 되어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선별해야 되는 이유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와 '타인과의 공감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첫 문장 혹은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쓰나요?"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몇 번을 읽었다. 첫 문장은 질문, 호기심, 설렘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충족하거나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하면 좋다. 첫 문장은 그만큼 모든 것의 실마리이자 자동차의 엔진 같은 문장이 바로 첫 문장이다.  마지막 문장은 논리적 귀결과 설득의 문장이 중요할 때는 문장의 아름다움보다 주장의 선명함을 더 중시한다. 


첫 문장을 쓴다는 건 조사나 연구를 통해 질문을 찾는 일이고 마지막 문장을 쓴다는 것은 그 조사나 연구가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대해 쓰는 것이다. 


"에세이스트는 
시인의 언어적  감각
소설가의 스토리텔링
칼럼니스트의 순발력
이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사소하거나 기이한 글감을 던져줘도 마치 뛰어난 대장이처럼 그 무엇으로도 '훌륭한 글이라는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에세이스트다. 에세이스트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를 알게 해 주었던 대목이라 솔깃했다. 내 이야기로 시작하여 타인의 삶으로 확대되는 공감력을 잡아내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내 안의 오랜 꿈을 이루어 주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금 쑥스럽더라도

완전히 다른 나 자신이 되어 보는 것

그리하여 다정하게 타인에게

말 걸 수 있는 용기를 내 보는 것

그것이 글쓰기가 제게 가르쳐준

희망과 용기의 비밀입니다.

물론 글쓰기만으로 없던 집이 생기고

잃어버린 사랑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글을 씀으로써

여전히 살아 있는 나 자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                   


하루 종일 일이 풀리지 않아 속상한 날 그 내용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끄적끄적이고 나면 해맑은 나로 돌아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렇듯 글쓰기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은 내 안의 또 다른 나, 더 눈부신 나와 만나는 일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글쓰기야 말로 지금의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도구가 아닐까. 


"쓰고 싶지만 시작하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저자처럼  내 관심의 안테나가 가닿는 곳곳에 이야기의 씨앗을 뿌려놓고 그 이야기가 언젠가 아름드리나무처럼 성장할 때를 기다려보자.  매일 글을 쓰며 나 자신을  조금씩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가고, 식물의 나이테처럼 조금씩 자신을 갱신하며,  마침내 언젠가는 깨달음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아름드리나무로 자라게 될 사유의 묘목을 키우는 사람이 글 쓰는 사람이니까.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을 풀어놓았다. 글을 쓸 때 궁금한 점부터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까지.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까지 쓰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저 깊은 곳에서 쓰고 싶은 마음이  막 올라왔으니까. 매일같이 글을 쓰며 희로애락을 느껴보자. 꾸준함이 당신을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드리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식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