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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r 08. 2021

에피큐로스 행복론 | 이진우 시인



삶 뒤의 죽음을 알 수 없으니 

모르는 죽음을 두려워 말아요 

모르기는 삶도 마찬가지 

삶을 두려워 말아요 

어차피 삶은 공평하게 한 번뿐 

행복하세요 

행복만 하기에도 삶은 짧아요 


큰 집이 행복을 줄 거 같죠 

혼자인 집은 커질수록 외로움도 더해요 

안정된 직장이 행복을 주나요 

안정감이 커질수록 자유는 줄어요 

큰 집,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 따르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돈과 지위를 좋아할 뿐이죠 

좋아하는 사람과 자유와 생각을 남의 손에 맡긴 채 

행복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죠


돈은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되요 

그만큼의 자유는 지불해야겠지만 

나머지 자유는 꼭 움켜진 채 

곁에 있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행복과 

보이지 않는 불행에 대해 

늘 생각해요 

그래야 흔들리지 않아요 


생각하다 막히면 

자유를 느끼고 

자유가 지겨우면 

옆 사람 손을 잡아요 

그래도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을 잠시 잊고 

불행해 보세요 

남이 말하는 행복, 

남들의 행복을 가지지 못하는 고통은 

어차피 내 것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좀 모자라게 

좀 겸손하게 

좀 자유롭게 

좀 더 생각해보면 

행복은 불행의 짝이 아니죠 

남의 것인 불행은 떨쳐버리고 

늘 행복하게 지내봐요, 우리 



.

시집 ( 보통 씨의 특권}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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