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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진 Dec 23. 2021

작은 구원

2021-06-15

나를 하늘로 떠올려줄 노래를 찾는다. 음이 위아래로 요동칠 때마다 기분 좋은 떨림이 심장을 스친다. 깊은 밤, 한낮의 태양빛이 떠오를 만큼 쨍쨍한 음이 날 비추고, 나는 가만히 그것에 스며든다. 


음악은 가라앉아 있던 기억을 순식간에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 내 마음을 그대로 베껴 놓은 듯한 가사를 편지에 고이 담아 보내던 내 모습이 반짝 떠오르기도 하고, 모두와 함께 둘러앉아 한껏 상기된 분위기가 그대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외로움에 민감해진 마음에 닿는 것은 오직 두 가지 뿐이다. 다른 이의 영혼 혹은 음악. 영혼과 영혼이 맞닿기는 쉽지 않지만 음악은 이어폰 하나로도 날 곧장 다른 이의 영혼 안 쪽으로 데려가준다. 


나를 묶어 놓던 것이 사라지고 해방감에 들뜬 것도 잠시, 외면하던 사이에 덩치를 키운 외로움을 똑바로 마주해야만 했다. 물러설 곳도 없어 온 몸으로 감당하길 반복하자 이젠 내 몸과 완전히 뒤섞여 무엇이 외로움인지 분간하기도 힘들어졌다. 잠잠하던 성욕까지 가세하여 난 도저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큰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정처없이 떠돈다. 누군가의 손길만이 이 저주의 해결책이라고 되뇌이며, 어서 날 구해주기만을 기도한다. 더 이상 사랑할 자신은 없고, 더 이상 혼자일 자신도 없다. 사랑 없는 섹스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을지 가늠해본다. 외로움에 켜켜이 덮인 나는 아름다움을 잊는다. 아니, 아름다움과 더러운 것은 가까운 친척 간이라고 예이츠가 말했던가. 나는 언제나 같은 것을 쫓을 뿐이다. 


성욕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 것임을 깨닫자 웃음이 나왔다. 내가 바라던 것은 단지 나를 온전히 담는 시선 한 줌이었을 뿐인데, 낭만은 날 벌거벗겨 내쫓았다. 추방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온기가 느껴지는 고깃덩어리들을 쫓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별 뜻없이 고른 노래 하나가 나를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껴안아 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 멈춰 있던 심장을 움켜쥐고 쿵쿵 소리가 울릴 때까지 몇 번이고 주무르는 음악에 나는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구원은 지척에서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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