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값은 12만 원, 발렛비는 3천 원이었다. 강남은 이상한 동네다.
난 어렸을 때부터 돈이 싫었다. 정확히 말하면 돈에 끌려다니는 인생이 싫었다고 해 두자. 어쨌든 어른이 된 지금도 돈은 싫다.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때론 삶의 전부가 되는 에피소드가 싫다. 돈이 있어야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사고 싶은 걸 사며, 돈을 많이 버는 인간이 가치롭게 여겨지는 세상도 신물이 난다.
회사를 차린 이후, 월급이란 개념이 없다. 그저 돈 들어오는 때가 월급날. 돈은 시도 때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들어온다. 그것은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월급이란 놈보다는 확실히 버는 재미가 있다. 돈이 싫다면서도 내심 들어올 때마다 기분이 좋고 오늘은 그 돈으로 무얼 먹고, 무얼 살까 고민하며 어른의 사치를 누려본다.
빵빵해진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밥 한 끼에 12만 원을 지출하고 나서는 길. 결국 돈이 싫다는 나도 자본주의의 노예.
제기랄, 우울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