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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l 31. 2023

강원도 X, 경기도 강릉시?

그깟 공놀이:직장인은 축구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광주 출신으로서(고향은 광주가 아니다. 다만, 초중고는 광주에서 나왔다.) 서울에서 살면서 자차까지 있으니 참 좋은 점은 강원도에 놀러 가기 좋다는 점이다. 광주에서 강원도(강릉이나 속초처럼 해변가)처럼 서울과 부산도 대각선 오르내리는 루트지만 KTX나 비행기가 잘 다니는 서울-부산과는 다르게 광주-강릉은 KTX도 없고, 양양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도 노선이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순출신인 여자친구는 서울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를 강원도에 놀러 가기 좋은 점을 꼽곤 한다.


나 역시 뻘도 있고 탁한 바다를 가진 서해보다 푸른 바다가 있는 동해를 훨씬 좋아하기에 서울에 살면서 심심하면 강원도에 놀러 가곤 했다. (그래서일까, 군생활도 그렇게 좋아하던 강원도에서 했다.) 여자친구와도 틈나면 강원도로 놀러 갔다. 아침 일찍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기도 하고,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생선구이를 먹자고 속초에 가기도 했다. 이래서인지 우리는 강릉이나 속초는 강원도가 아니라 경기도라며 떠들곤 했다.


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강원FC는 이번 시즌 전반기에는 춘천에서 홈경기를 치렀다. 서울에서 춘천의 송암스포츠타운까지 가는 길이 참 이쁘다고 하길래 꼭 가보고 싶었는데 광주는 전반기에 강원 원정이 없어서 가보지 못했다. 춘천에 가 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동해바다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강릉 원정은 놀러 가기 좋은 핑곗거리였다.


직관 필수품이다.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고, 1박 2일 일정을 위해 짐을 챙겼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서울에서 봐야 할 일을 마치고 배부르게 점심도 먹은 후에야 강릉으로 출발했다. 평소에는 주말에 강릉을 자주 갔었기에 엄청 일찍 출발하는 게 아니면 서울을 빠져나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고양시 옆에 붙어있는 동네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기 위해서는 한강을 따라 구리와 남양주 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워낙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이고, 강원도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이라 주말에는 많은 차들도 교통체증은 필수였다. 조금 늦게 출발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도 잠시, 생각보다 많이 막히지 않고 서울을 빠져나가 오후 4시 30분쯤에 예약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뷰. 대단하지는 않지만 오션뷰는 좋다.


푸른 동해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잠시 쉬다 경기장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사러 ‘메밀애감자’라는 곳으로 갔다. 갈레트라는 요리와 메밀감자치즈쉐이크를 파는 ‘메밀애감자’. 인터넷으로 맛집 검색하다가 찾은 곳인데 생긴 건 피자인데 피자가 아니고 갈레트라는 프랑스요리를 강릉식으로 재해석해 메밀전을 베이스로 만든 음식이었다. 경기가 저녁시간에 열리다 보니 미리 저녁을 먹고 가기보다 택시를 타고 가서 경기장에서 맥주와 먹기 좋은 음식을 찾고 있던 우리에게 딱 맞는 음식이었다. 마침 식당도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주문한 음식을 픽업해 택시를 타고 경기가 열리는 강릉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으로 가는 택시에서 메밀감자치즈쉐이크를 먹었는데 우리의 입맛에는 그다지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이 돈이면 그냥 콜라나 마실 걸 싶었다. 갈레트는 경기장에 도착해서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시간이 지나 식어버렸음에도 맛도 있었고, 먹기 불편하지도 않았으며, 맥주와 마시기 딱 좋았다. 강릉에 축구 보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할만했다.


가게는 작다. 앞에 차에 더 눈이 간다.
매장 인테리어가 특이하다.
우리 취향은 아니었던 메밀감자치즈쉐이크. 갈레트는 먹어 치우기 바빠 사진이 없다.


나는 평일 저녁에 열리는 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경기 일정이 빠듯해서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경기가 있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금요일 경기는 특히 더 싫다. 내가 알기로는 중계 일정 때문에 이렇게 경기를 배정한다고 하는데 금요일 저녁 경기는 관중들이 모이기도 쉽지 않고, 원정팬들 역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관중수가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시간 내 가기 어렵다는 개인적인 이유로도, 관중수가 줄어들어 시즌 평균관중이나 티켓 매출도 줄어든다 생각하니 팀을 생각할 때도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날의 강릉은 달랐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경기 시작 15분 정도 전에 도착했는데 경기장 주변으로는 주차와 통행을 하기 위한 차들로 붐볐고, 넓은 주차장에는 주차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 빼곡했다. 이번 시즌 강원의 평균관중은 광주보다는 많았지만 K리그1 전체 11등일 정도로 많은 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평일 저녁에 열리는 경기, 비인기팀인 광주와의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근처에서 무슨 행사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보여주기 어렵다.
축구장에서 차는 전주에서나 볼 수 있는 거 아니었나...?
매표소에도 줄이 길었다.


경기장 주변에는 각종 부스들도 화려하게 차려져 있었다. 자동차도 전시하고 있었고, 여러 대의 푸드트럭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원정석 입구를 찾아 경기장을 걷는데 다나카의 팬사인회가 열렸던 부스를 발견했다. 난 두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다나카…?


갑자기 다나카가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경기 전 팬사인회를 마친 다나카는 경기장에서 특별공연도 진행했다. 나는 갈레트와 함께 마실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가느라 직접 보지는 못하고 경기장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들었다. 아마 다나카의 섭외가 오늘 관중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연예인을 경기장에 섭외하는 건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축구장을 찾아오고 재미를 느껴 다음에 다시 경기장을 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홍보방법이라 생각한다. 다만,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는 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니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이 날 강릉종합운동장에는 7000명이 넘는 관중이 방문하며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역대급으로 많은 관중들 앞에서 강원FC와 광주FC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렇게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나 싶었을 때, 광주FC의 티모가 추가시간에 골을 넣으며 광주가 극적인 승리를 가져가나 싶었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터진 강원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광주와 비기긴 했지만 치열한 강등권 싸움 중인 강원 두 팀 모두 아쉬웠을 경기였다.


선수들의 모습이 크게 걸려있다.
종합운동장의 시야는 아쉽다. 지금은 가변석 공사 중이라고 한다.
많다, 많다 했는데 진짜 많은 거였다.


경기 후 숙소가 있는 영진해변으로 돌아왔다. 밤바다를 좋아하기도 하고,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는 좀 아쉬워 산책도 하고 야식이나 먹을까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곧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경기 시작 후 해가 저물자 시원해지면서 축구 보기 좋았던 날씨는 어느새 추워졌다. 강원도가 확실히 서울보다 시원한 건 맞는 거 같다.


강원도의 밤은 여름인데 춥더라.


날이 밝았다. 경기를 즐겼으니 이젠 강릉을, 강원도를 즐길 시간이 되었다. 강릉을 여러 번 왔지만 여전히 가보지 못한 맛집과 좋은 장소들이 많았다. 우리는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작은 마을에 식당이 있나 싶은 곳에 있는 ‘동해막국수’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막국수는 수육이랑 먹어도 맛있고, 닭갈비랑 먹어도 맛있다. 그냥 언제 먹어도 맛있다.


정직한 간판.


한국인은 밥을 먹었으면 디저트를 먹어줘야 한다. 특히 관광지에 왔다면 더더욱. 잠시 강문해변에서 바다 구경을 마치고 SNS에서 본 예쁜 카페도 갔다. 다른 인기 카페들처럼 이곳에도 빵이나 굿즈를 팔았는데 다른 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독특한 컨셉의 인테리어와 ‘크룽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요즘 유행하는 음식이라는 ‘크룽지’를 나는 이곳에서 처음 봤다. 크로아상을 납작하게 눌러서 파는데 이게 너무나 맛있었다. 이 맛있는 음식을 이제야 먹었다니… 참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 집 오는 길에 먹기 위해 추가로 ‘크룽지’를 추가로 포장하면서 더 열심히 싸돌아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독립서점도 두 곳이나 들렀다. 그중 ‘윤슬서림’이 내 취향의 책들도 많았고, 가게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사장님이 계시지 않았지만 책은 매장 내에 적혀 있는 구매방법을 따라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게 한편에 걸려있는 유럽 축구팀들의 머플러와 전북 유니폼을 보니 아마 사장님께서 축구팬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이것 때문에 더 마음에 들었을지도.)


간판이 크게 없어서 못 찾을 뻔했다.
분위기가 웬만한 카페보다 좋다.


슬슬 서울로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다음 날도 일요일이라 쉰다고 생각하니 벌써 집으로 가기는 좀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는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한계령을 넘어 국도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계령을 넘어가는 44번 국도는 전에도 몇 번 넘은 적이 있었다. 돈이 없던 대학생 때 친구들과 강원도에 놀러 왔다가 돌아가던 길에 내야 할 톨게이트 비용이 아까워 국도를 타고 돌아가다 처음 달려 본 44번 국도. 운전을 좋아하는 나에겐 큰 재미였고, 한계령 휴게소에서 보는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그래서 새하얗게 눈이 내린 날에도 조심스레 한계령을 넘어보기도 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44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한계령 휴게소가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이곳저곳 다녀본 곳은 많지만 또 가야지, 남들에게 보여줘야지 하는 곳은 굉장히 적은데 한계령의 모습은 여자친구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아쉽게도 이 날은 안개가 많이 껴 멋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대단히 특별할 게 없는 장소지만 이상하게 난 이곳이 좋았다. 이곳까지 오는 길도 좋았고, 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에 눈이 오면 한 번 더 한계령을 넘어보기로 했다.


안개 낀 모습도 멋있긴 하다.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많은 우리 라포.


우리는 8월에 또 강원도를 간다. 강원도는 자주 갔지만 질리지 않고, 매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맛있는 식당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강원도를 경기도 가듯이 간다. 우리가 서울 살아서 참 다행이다.


밤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다.






1R 수원삼성 0:1 광주FC / 승

2R 광주FC 0:2 FC서울 / 패

3R 전북현대 2:0 광주FC / 패

4R 광주FC 5:0 인천유나이티드 / 승

5R 광주FC 2:0 수원FC / 승

6R 포항스틸러스 2:0 광주FC / 패

FA컵 3라운드 광주FC 2:1 부산아이파크 / 승

7R 대구FC 3:4 광주FC / 승

8R 광주FC 0:0 강원FC / 무

9R 광주FC 0:1 제주유나이티드 / 패

10R 울산현대 2:1 광주FC / 패

11R 광주FC 0:0 대전하나시티즌 / 무

12R FC서울 3:1 광주FC / 패

13R 광주FC 0:2 대구FC / 패

14R 인천유나이티드 1:1 광주FC / 무

15R 수원FC 0:2 광주FC / 승

16R 광주FC 4:2 포항스틸러스 / 승

17R 광주FC 2:1 수원삼성 / 승

18R 대전하나시티즌 1:1 광주FC / 무

19R 광주FC 2:0 전북현대 / 승

20R 광주FC 0:1 울산현대 / 패

21R 강원FC 1:1 광주FC / 무


번외 경기

K리그1 8R FC서울 3:1 수원삼성


2023 시즌 광주FC 직관 성적

11경기 3승 4무 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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