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가 말하길 “너는 눈 가운데 서서 무엇을 구하느냐?" 그러자 중생은 제자신이 눈보라 몰아치는 벌판 중에 서 있단 걸 깨닫는다.
저를 향한 칼끝을 숙이며 중생이 묻는다.
"좀 전까지 저는 꽃밭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또 다른 미래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대사가 답하길 "모든 부처님의 법은 오랜 시간을 두고 정진하시어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하고 참기 어려운 일을 능히 참으셨나니 어찌 적은 덕과 지혜를 가지고 최상의 도를 구하려고 하는가."
채 느려 뜨리지 않은 칼끝이 빛난다.
이내 중생이 입을 열자, "수백, 혹은 수천 번 반복했을 생입니다. 이 고통에 그만 또 다음으로 기대를 향해버렸습니다.그럼 이번 생에 깨달은 이유들은 다 잊은 채 또 똑같은 반복을 했을 터죠. 지난 생에 바랐던 게 이런 지금인데 말입니다."
그의 얼굴을 가까이 하자 눈물짓고 있다. 눈발이 이어진다.
"완전한 포기나 낙심이 부처님이 말하시는 진리라면 이 윤회도 그만 끝이겠어요. 제 인격으로 사유하고 궁리하는 시간들을 지나, 그만 무의 경지에 다다르겠지요.착각할 뻔했습니다. 말하길, 진리는 깨달은 곳에서, 깨달은 이 인격으로, 깨닫게 해 준 모든 것들과 어울려 살아감으로 이루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사가 말한 오랜 시간이 삶이고 참음의 끝이 죽음이라면 최상의 도를 지금의 인격으로 볼 순 없겠지만, 윤회하여 또다시 사유하고, 반복하여 다시 한번 능히 인내하여 그저 어느 땐가, 우연한 삶에서 우연히 최선의 도를 구해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중생의 얼굴은 그만 눈보라에 감춰져,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