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 라오스
기냥 흘려보낸 계곡의 물줄기는
누군가는 그리워할 지난날의 봄
돌아오지 않을 추억을
염탐하여 음미하다
깨끗한 산과 호수가 품어 안은 순수한 마을에 발을 담갔다. 개발이 시작되어 중심가에는 호텔도 많이 지어졌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 자연과 공존하는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리어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마당에는 빨래가 널려져 있다. 배고픈 닭들은 먹을 것을 찾아 끊임없이 마당 앞을 돌아다닌다. 음식도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프랑스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빵을 비롯한 대부분의 음식 맛이 매우 우수하다. 방비엥은 가장 좋아하는 동남아 도시 중 하나이다.
다른 여행지와 달리 방비엥에서는 캠핑장을 숙소로 잡았다. 자연과 더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해 짐을 놓고 냇가에 들어가려는데 옆 캠핑장에 한국인 어르신들이 단체여행을 왔는지 한국어가 들려온다. 외국에서는 한국어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다리를 오고 가는 길에 의도치 않게 엿들은 어르신들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여가 우리 어렸을 때 동네 모습이랑 참 비슷해서 마음이 요상하구먼’
그제야 다시 보이기 시작한 방비엥의 풍경. 다시 보니 사진으로 보던 전쟁 후, 또는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흙길, 나무로 만든 울타리, 노점, 소와 닭, 직접 만든 의자,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 언뜻 어렸을 적 외갓집 마을의 풍경과도 비슷하다. 숨을 크게 쉬며 잠시 시간여행을 해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리웠을 풍경이다. 함께 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함께 없는 추억을 대신 돌이켰다.
해가 저물자 옆 캠핑장 어르신들은 노래방 기계를 켜고 윤수일의 아파트를 계곡이 떠나가라 열창하신다. 기계는 어떻게 구해오셨을까. 개구리 소리를 듣고 싶은 밤이었지만 어르신들의 들뜬 마음을 이해하고 아파트를 함께 흥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