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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사랑 Jul 30. 2023

함께 키움, 함께 자람

감사합니다 선생님

만 5세가 된 둘째를 집 앞 병설유치원에 보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친구들, 가림이 있는 둘째가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첫째의 행복했던 병설유치원 생활을 떠올리며 입학을 결정했다.

코로나가 끝나가고 있는 무렵의 유치원은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와글와글 가득했다. 긴장한 얼굴로 유치원에 들어서던 둘째의 얼굴이 점차 환해졌다. 집에 오면 가족들을 모아 앉혀두고 배운 것을 선생님마냥 가르쳐 주었다.


 "이제는 집으로~ 똑딱똑딱! 가야할 시간~ 똑딱똑딱!"
언제나 웃는 얼굴의 유치원 누리반 선생님께서는 4월에 입학한 둘째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친구 이름 기억하기 놀이, 유치원 하루 일과를 기억할 수 있도록 일과 노래 부르기를 매일 하셨다. 오늘 어떤 놀이와 활동이 있을지 기억하게 하니 둘째는 어렵지 않게 유치원의 일과에 참여할 수 있었다. 둘째의 반에는 개인책상이 두 개씩 붙어 있었고 짝 바꾸기를 매주 했다. 그래서 둘째는 그동안 말을 안해본 친구와 가까워질 기회를 매주 얻었다.


이렇게 배려했어도 아이들 사이에 친한 그룹이 이미 구성된 터라 짝꿍 사귀기가 쉽지 않은 듯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둘째에게 오늘 뭐가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선생님과 소꿉놀이한 것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자주 답했던 걸 보면 말이다. 마침내 7월에 새로 입학한 친구를 만나 둘째가 '나랑 노는 짝궁'이 생길 때까지 감사하게도 상냥한 선생님이 둘째의 유치원 베프가 되어주셨다.


둘째는 유치원에 다니는 걸 매우 좋아했다. 방학이 되어 선생님과 당분간 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하니 눈물을 흘릴 정도로. 둘째는 글을 터득하자 '선생님 사랑해요' 라고 삐뚤빼뚤 편지를 써서 선생님께 드렸고 방학 선생님 고운 답장이 집으로 왔다. 덕분에 둘째의 일곱살은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했다.

사실 해 나는 몹시 바쁘고 불안정했다.

2년 전 부터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버거워져 개인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자라는 듯 자라지 않는 첫째를 돌보는 일에 무력감이 길게 이어졌다. 많은 일을 해냈으나 모든 일에 피로감을 느끼며 실패에 대한 날카로운 불안감을 가지고 임했다.
둘째를 유치원에 제 시간에 등하원 시키는 일마저 꾸역꾸역 억지로 하게 되어 종종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지각이 잦으니 나중에는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선생님께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못 드릴 정도였다. 감사하게도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항상 웃으시며 별일 아닌듯 나를 대하셨다.


끊이지 않는 작고 큰 실패감에 젖어있던 내게, 상담 선생님께서는 이 시간이 지나면 성숙해질 자신을 기대하라고 이야기 하셨다. 힘든 시간을 지나 이제 돌아보니 나름 성장한 것 같다. 그러나 그 기간에 내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둘째는 건강하고 친절한 아이로 성장했다. 노란색 입학가운을 입은 둘째가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학교 입학식에 참여하자 시간을 내어 보러 와 주신 유치원 누리반 선생님은 대견함과 작별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셨다. 선생님의 따듯한 사랑은 여렸던 둘째를 반듯하게 키워주었고, 힘들었던 엄마의 마음마저 다독여주었다.

초등학교 첫 면담시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 둘째를 크게 칭찬하는 1학년 담임선생님께 유치원에서 만난 훌륭한 선생님께서 둘째를 잘 가르쳐 주셨다고 말씀 드렸다.
여덟살 둘째의 성장은 자기 안에 있는 좋은 것들을 피워낸 둘째 스스로의 힘과 둘째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어쩌면 나를 포함한)의 따듯한 돌봄 덕분일 것이다. 아이를 훌륭히 키우는 일이 전부 내 몫이 아니였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다.

우리 가족은 상냥한 선생님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지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만 타인의 친절한 격려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다 자란 어른도 누군가의 따듯하고 상냥한 마음에 의지하여 오늘을 살아내 진다. 러므로 나와 내 가족을 돌보아주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친절한 마음에 감사를 아끼지 않으며 살고싶다.

둘째의 성장과 엄마의 회복을 따듯한 마음으로 기다려 준 누리반 배0림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저도 둘째도 더욱 자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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