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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원 Mar 27. 2022

변화에서 공감으로

2030 성장 에세이


  “글쓰기는 변화를 다루는 예술이다.” 이슬아 작가가 그의 수필집에서 한 말이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변화를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뻥 차였을 때, 취업이 되지 않아 사회의 낙오자로 생각될 때, 식탁 위에 부모님 이혼서류가 올라와 있을 때, 그럴 때면 내 삶이 물속에 가라앉는 듯하다. 발버둥쳐서 수면 위로 다시 올라가던지, 차오른 물을 빼내던지, 침잠하는 것들에 변화를 줘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내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내 마음을 바꾸면, 내가 달라지고 세상도 변화하리라 생각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성어처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니까.


  실제로 마음을 바꾸어, 삶이 변화한 경험이 있다. 회사 초기에는 ‘나의 일이니, 책임감을 갖고 일하자’의 마음으로 일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사소한 문제점이 생겨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진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 일이 아니라, 회사 일이야’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한결 수월하게 업무를 해 나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삶이 힘들 때면 ‘내 마음은 어떻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로부터 내가 느끼는 것들을 쓰곤 했다. 펜을 들고 노트 위에 휘갈겨 썼다. 종이 위에 잉크가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돈했다. 자신을 다독이며, 더 나은 내가 되자고 다짐했다. 일종의 일기였다.




  글을 쓰다 보니, ‘혹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느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표현의 욕구가 일며, 나의 글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얼마 전 브런치 작가로 데뷔해,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용서, 그리고 스스로의 성찰을 주제로 하는 글을 올렸다. 그 글에 독자 한 분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작가님 글을 몇 편밖에 못 읽었지만,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 그 하나가 저에게 크게 와 닿는 것 같아요. 가족들의 마음을 살펴보려는 마음, 잘 읽고 갑니다.”


  가슴속에 작은 울림이 일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었다는 오묘한 감정이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공감’임을 알았다.




  더듬어보면, 나는 멋진 글을 읽을 때 다양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소설 속 비운의 주인공에게서는 아련함을, 그가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통쾌함을 느꼈다. 또 진심 어린 에세이에서는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고, 이로부터 오는 삶의 교훈을 얻기도 했다. 그때마다 느꼈다. 이 세상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내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데, 당신 역시 그랬구나’라는 공감 말이다. 그 공감은 불완전한 나를 인식하고 기꺼이 포용할 수 있게 했다.


  변화를 위해 시작했던 나의 글쓰기도, 공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이야기해주고 싶다. 당신만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라고, 여기 내 안에도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고, 그리고 꿋꿋하게 헤쳐 나가고 있다고.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이다.


강연균 -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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