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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Sep 29. 2022

선생님을 제거하라

학교폭력 좀 멈춰!

교실에서 누가 사냥감인가? 

확실히 나 인 것 같다. 교사인 나를 제거하려는 게 분명하다. 

선생님을 제거하라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아이들이 나를 제거하기 전에 먼저 연습이라도 하는 걸까?


학교 폭력 건이 발생했다. 월요일 체육 시간 강당. 

A와 B는 서로의 부모님 안부를 물으며 대선 투표 직전 여야 대표 못지않은 토론을 하셨고

(A는 ADHD 및 반항장애가 매우 매우 확실해 보이나 집에서는 독서치료만 진행 중. B는 분노조절장애 치료 중. 이번 사건 터지고 나서 알게 됨. 왜 학교에 말을 안 할까?) 

진짜 상극 중에 상극. 분노 유발자와 분노자와의 대면. 

나의 중재로 토론을 마저 끝내지 못하자, A는 체육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반토막 내시며 강당에서 퇴장하셨고, B는 분노의 여운이 남으셨는지 벽에 기대어 울분을 토하셨다. 죽여버리겠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A, B의 퇴장과 함께 수업은 진행했고. 그대로 끝을 냈어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체육을 너무도 사랑하시는 B를 끝까지 쉬게 하다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날 듯하여.

B가 좀 진정이 된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수업에 참여시켰다. 


그리고 B는 곧 화만 내는 것을 넘어서 폭력을 행사했다.

경기 규칙을 가지고 말다툼을 하던 C의 목을 치고, 잡고, 옷자락에 구멍까지 냈다. 

힘으로 B를 떼놓으려 하니, 내 팔뚝에 손톱자국까지 내고 말았다. 그나마 내가 바로 앞에 있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더한 폭력으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잠시 서로 안정을 취하게 하고 나머지 아이들만 먼저 교실로 보내려고 하던 찰나.

B는 앉아 있던 C에게 달려들어 한 손으론 C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다른 한 손으론 얼굴을 때렸다. 

나는 바로 달려가 한 손으론 B의 머리카락 움켜쥔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B의 몸통을 휘감았다.  

그리고 머리카락 쥔 손을 놓으라고 소리쳤다. 20여 초가 지났을까? 엄청 긴 시간이었다.

B의 손을 내 약력으로 압박을 주는데 반응이 없어서, 다른 한 손으로 목덜미 쪽으로 헤드락을 걸었다. 

남이 보면 이거 진짜 내가 두 놈 다 때려잡는 것으로 보였을 듯. 

반 아이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놔" "손 놔" "OO야." "손 놔" "놓으라고" 

그리고 웃기게도 그 순간에 내 머릿속에 든 생각. 

'씨발 내가 이 새끼 손 세게 움켜쥐고 헤드락까지 걸었는데, 이 새끼 다치거나, 안 다쳐도 집에다 얘기했다가, 나 고소라도 하면 난 곧장 아동학대죄로 처벌인데. 어차피 본 애들이 증인인데, 나한테 유리하게 증언해 주겠지? 아니면 증언 조작이라도 해야 될까. 아니다. 얘랑 친한 애도 있을 텐데, 그건 안 되겠지?'


현행 법규상 교사가 처벌을 받지 아니하면서 이런 사건을 해결하려면, 

먼저, 가해 학생에게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아니하면서 행동을 멈추도록 유도하되, 피해학생을 보호하는 의무도 같이 지면서, 동시에 주변 아이들의 신변도 보호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피신하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함과 동시에 피해학생도 대피시켜야 한다. 분리가 절로 된다면 다행이지만, 분리가 안 되어 피해학생의 피해가 더 커진다면, 교사의 피해학생 보호 의무를 저 버리게 되고, 물리적 수단을 통해 가해학생을 분리했다가는 가해 학생에게 아동학대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분리를 했더라도, 차후 가해학생에 대한 수업권 침해 소지가 있으니 대피와 동시에 가해학생이 따라온다면 수업을 하면서 대피해야 한다. 


내적 갈등은 극에 달했고, 지옥은 곧 내 마음속에 있었다. 

'하수에게는 지옥, 고수에게는 놀이터 아니겠는가'

추락하는 코스피, 코스닥은 지옥도 아니었다.

14년을 했는데, 그럼 난 아직도 하수인가. 


가해학생인 B 학부모와 통화를 하는데... 

가끔 내가 정체되어 있는 건지. 세상이 변한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소셜믹스를 제대로 경험했다. 

B의 잘못을 알고 전반적으로 사과의 뜻을 나타 내셨으나, 

"단! C학생이 아이들 다 보는 앞에서 대놓고 앞담화를 해서, 우리 B의 자존감에 상처가 나 화가 난 것도 있다."라고 하심.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걱정이 됨. 내가 B 막는다고 B의 손을 움켜쥐고, 목에 헤드락 건 걸 문제 삼으면 어떡하지? 다행히 별 말 없었음.)

바로 앞 적군이다. 오버! 

정답이 딱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는데, 서술형이니 논술형이니 해서 알쏭달쏭해도 정답으로 인정해주니 

개소리를 맞는 소리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AI 로봇 상담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 줬다. 

"네, 이번 사건의 과정상에서의 원인도 짚을 필요도 있겠습니다만, C학생이 아이들 다 보는 앞에서 B 앞 담화한 것과 B학생이 아이들 다 보는 앞에서 손톱에 옷이 찢길 정도로 C의 목덜미를 치고, 잡고, 그리고 교사가 말리고 나서도 C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머리를 가격한 것. 이 두 행위의 경중을 비교하는 것은 차후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판단을 내려 주실 텐데, 그전에 누구의 자존감에 더 큰 상처로 남을지는 부모님께서 먼저 잘 판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B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한 모양인데. 그래도 어른인데 이리도 사리분별을 못하는 부모님과 그리고 B를 위해서 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 

그리고 나는 피해학생인 C 학부모에게도 이런 사실을 넌지시 알렸다. 

섣부른 선처로 후회를 남기지 마시고, 학교폭력 신고와 경찰 신고를 통해 잘못에는 곧 벌이 따른다는 정의를 아이에게 보여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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