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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로망 Nov 30. 2021

눈을 뜨셨나요? 헬스장으로 모시겠습니다.

[7일 챌린지] 매일 헬스장에 가기

 다가오는 겨울, 난 결심했다. 운동을 하기로. 

 사실 이 결심은 한 서른 번쯤 했나. 진짜 매달 한 것 같다. 그런데 또 매달 못 지킨다. 그래서 헬스장에 다니기로 했다. 돈을 쓰고 다 같이 운동하는 장소에 간다면 내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헬스장을 등록하러 간 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저녁 7시 헬스장 풍경은 장관이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마스크를 쓰고 아령을 들거나 기구에 앉아 훅훅거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나만 내 몸 관리를 안 하고 있었네.




 체형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자격지심이다. 저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비웃으면 어떡하지? 내가 제대로 못 하는 꼴이 우스워 보일 거야. 이런 작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혀 결국엔 포기하고 과자나 먹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나는 헬스장 오픈 시간인 새벽 6시에 운동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직장인들은 퇴근 후인 저녁 시간에 많이 가고 아침에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덜 창피할 것 같았다. 기구에 빈자리도 많겠지? 굳건한 마음으로 카드를 긁었다. 헬스장 출석은 화요일부터 하기로 하고, 워밍업으로 일요일과 월요일에 집에서 하체, 상체 운동을 했다.


1일 차. 11월 23일 (화)

 5시 45분에 알람이 울렸다. 순간적으로 엄청 후회했다. 내가 왜 그랬지, 왜 안 하던 짓을 하려고 하지... 조금이라도 더 자자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 사이 다시 잠에 들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 하자, 나 자신아. 그냥 갔다만 오는 거야. 첫날이라도 해내자.

 야심 차게 사놓고 안 입던 레깅스를 입었다. 그 위에 추리닝을 입고 롱 패딩으로 무장한 채 헬스장으로 출발했다. 내게는 이미 레깅스도 추리닝도, 작은 물병도 머리끈도 있었다. 운동할 조건은 다 갖춰져 있었는데 내 마음만 준비가 안 되어있던 것이다. 조금 반성하며 헬스장에 도착하니 이미 운동하시는 분이 몇 명 계셨고 직원분들이 살갑게 인사를 하셨다.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인바디를 쟀다. 점수는 67점. 열심히 하면 충분히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수치라서 욕심이 생겼다. 세 달 안에 90점 이상을 받으리라 결심한 후, 스트레칭을 한 뒤 세 가지 기구로 하체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스쿼트 40개, 러닝머신 10분. 총 30분 만에 운동 종료.

 헬스장에서 나오는 길에 나는 거의 뿌듯함에 절여져 있었다. 약간 '멋진 나'에 취한 기분이었다. 그게 나쁘지 않아서 집에 도착해 간단히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을 때까지도 그 기분을 누렸다. 피곤하면서도 뿌듯한 하루였다.


2일 차. 11월 24일 (수)

 4시 45분에 눈을 떴는데, 잠이 더 오질 않았다. 그래서 아침운동을 하기 전 과일을 갈아 마시면 좋다는 말이 생각나서 사과를 갈아 마셨다.

 오늘은 상체운동을 했다. 벤치 프레스는 너무 무거워 보여 시도도 못 해봤고, 대신 5~9kg 정도를 드는 기구를 처음 써 봤다. 가슴과 등 운동을 주로 했는데 내가 올바른 자세를 갖췄는지 모르겠어서 누가 옆에서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유튜브 영상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근력운동을 20분 정도 하니 너무 피곤해서 러닝머신을 10분 뛰고 집에 바로 갔다. 조금 누워있다가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했는데, 가슴이 쫙 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체 근육을 잡아주는 게 어깨를 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다만 자세가 잘못되었는지 오른쪽 어깨와 팔이 아팠다.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나 보다.


3일 차. 11월 25일 (목)

 어제 어깨에 무리가 간 데다 나흘 내내 운동을 한 상태라 몸에 부담을 줄까 봐 새벽 운동은 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굉장히 피곤했다. 헬스장은 가지 않았지만, 저녁에 잠깐 실내 자전거를 탔다.

 근 사흘간 실내 자전거나 러닝머신을 탈 때는 일부러 tv를 보지 않았다. tv 속 화면에 집중하다가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러닝머신에서 넘어질 것 같길래 tv를 안 켰는데, 가만히 걷고 있자니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었다.


4일 차. 11월 26일(금)

 전날 쉰 덕분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깨는 덜 아팠다. 그래서 새벽 6시에 헬스장을 갔다! 가기 전 운동 영상을 보니 아침운동 전에 액상과당이 많이 포함된 식혜나 과일 주스를 마시라고 권했다. 생과일을 갈아 마시게 되면 오히려 장기에 무리를 준다길래 식혜를 마시고 출발했다. 수요일에 과일을 갈아 마셨을 때보다 훨씬 덜 피곤해서 신기했다.

 올바른 자세와 루틴도 봐 둬서 효율적인 루틴으로 운동할 수 있었다. 스쿼트 > 레그 프레스 > 이너 레그... 어쩌고. 기구 이름은 아직 다 못 외웠지만 생김새는 대충 눈에 익었다. 끝나고 나니 훨씬 상쾌했다.


5일 차. 11월 27일(토)

 약속을 다녀온 후 5시에 헬스장에 갔다. 평일보다 오히려 사람이 적길래 편하게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가슴운동으로, 견갑골을 고정시키려 의식하며 기구를 활용했다. 배운 대로 했더니 어깨 통증 후유증도 없고 가슴 근육에 힘이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신기해서 운동에 정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6일 차. 11월 28일(일)

 planfit이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매일 운동 루틴을 추천받는 앱인데, 꽤 체계적이어서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아직 어려워하는 벤치 프레스나 덤벨 운동을 많이 추천하길래 쫄아서 그냥 집에서 대체할 수 있는 운동을 했다. 일요일이라 밖에 나가기 싫은 것도 한몫했다. 그렇게 하체 운동을 30분 정도 하고 실내 자전거도 탔다.


7일 차. 11월 29일(월)

 눈은 5시 30분에 떴지만 오늘 할 팔 운동은 기구를 하나만 쓰는 것이라서 저녁에 집에서 아령으로 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잤는데... 다시 7시 10분에 기상했을 때는 오히려 더 피곤해져 있었다. 게다가 6시에 헬스장을 가려다가 못 가고 세미나에 붙잡히는 이상한 꿈을 꿔서 찜찜했다. 대신 저녁에 작은 아령으로 팔 운동은 달성했다.




 여전히 운동은 내게 고비이지만 그래도 한층 성장한 기분이다. 점차 운동의 균형을 찾아 가고 흥미를 붙이는 과정이 재미있다. 홈트레이닝만으로 습관 다지기가 힘든 경우,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출석을 하게 된다. 주 3~4회만 가도 체력을 기르기에는 충분하다.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가볍게 다가가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마치고 난 후 좀 더 멋진 어른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러닝머신만 타다 와도 뿌듯하지만, 막상 다니다 보면 기구를 써서 운동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Tip. 처음 헬스장에 등록했는데 PT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가기를 추천한다. 유튜브에 양질의 헬스 관련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으므로, 기구를 쓰는 방법부터 운동 시간에 대한 조언까지 다양한 지식을 알 수 있다. 잘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운동했다가는 다칠 수 있으니 꼭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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