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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현 Nov 04. 2020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 #40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40, 7월 21일, 스트라스부르 (Strasbourg)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비옷을 꺼내 입었다.  유럽 의회(Parlement européen de Strasbourg)를 견학하는 날이다. 


출입구에서 방문자들의 이름과 국적을 기록한다.  공항 검색대처럼 철저하게 짐 검사를 한다. 원통형으로 유리로 지어진 의회 건물은 각국의 의원들의 사무실과 대회의장이 있다. 윗부분은 건물을 완전한 원통형으로 채우지 않고, 공간을 비워두었다. 언제든 아직 EU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에게 열려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유럽 연합 의회 건물



의회 건물 내부는 모던하며 세련되게 꾸며져 있다. 각종 전자기기를 통해서 의회 건물과 의원들에 관한 설명을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유리 천장에서부터 길게 내려온 덩굴 식물 덕에 실내가 마치 정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람객들은 반원형의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흰벽면 천체가 스크린으로 사용되는데, EU에 관한 소개 영상을  보여주었다. 유럽연합에 관한 간략한 소개와 유럽 의회가 하는 일, EU가 존재하는 이유와 미래 비전에 관한 이야기였다. 뉴스에서 자주 들었던 이름이지만 우리와 큰 관계가 없는 지구 반대편의 그들의 이야기였는데, 직접 의회 건물에 와보니 이 기구가 실제로 존재하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친환경적인 의회 건물


넓고 쾌적한 의회 건물 내부


유럽연합 의회의 초대 의장은 시몬 베이유(Simone Veil)이라는 프랑스의 정치인이었다. 온 가족이 아우 슈비츠로 끌려갔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의 부모와 오빠는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고, 그의 팔목에는 독일인이 새긴 ‘78651’ 수인번호가 평생 문신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번 달에 파리의 판테온에 그의 남편과 함께 안장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무엇보다 시몬 베이유는 무려 53년 전에 프랑스 의회에서 낙태 합법화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초대 유럽 연합 의회장 시몬 베이유


EU 회원국의 의원들이 모두 모여 회의하는 대회의장도 둘러볼 수 있었다. 각 국가의 인구비율에 따라 의원 수가 정해진다. 총 751명의 의원 중 인구 비율에 따라 독일이 96석으로 가장 많은 의원을 보유한 나라이다. 의외의 사실은 대회의장의 좌석은 국가별로 배정되지 않고, 범유럽 정당 연합에 따라 정해진다. 미리 유럽 연합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익히고 간다면 아이들에게도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어서 좋다. 아이들에게 유럽의 수많은 나라들이 어떻게 하나의 기구를 만들어 서로 협력하여 살아나가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각국의 의원들을 검색해볼 수 있다. 



대회의장(회원국의 의원들은 국가별이 아닌, 국민당, 사회당,  보수개혁연합, 자유당,  좌파연합, 녹색당, 자유민주 그룹, 유럽 민족 자유 그룹, 무소속 등의 정당별로 나누어 앉는






이 정도 큰 규모의 도시라면 분명히 한국식당도 있으리라. 구글맵에서 검색하여 가깝고 평이 좋은 한식당으로 갔다. 비가 제법 강하게 내리기 시작한다. 


가게 안에는 이미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앉아 있는데, 한국인은 우리 셋뿐이다. 파전과 막걸리, 제육볶음과 잡채를 시켰다. 한 달 만에 먹는 제대로 된 한식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행복한 점심식사였다. 옆 테이블의 커플이 우리가 한국 사람인지 묻는다.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한국의 문화를 좋아한다는 커플과 인사를 나누었다. 맵지만 맛있다면서 즐겁게 먹는 모습에 내가 만든 음식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다. 


비 내리는 쌀쌀한 날 타지에서 먹는 따뜻한 파전과 제육볶음






다행히 비가 그쳐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비옷을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어제는 밖에서만 바라보았는데 오늘은 좁은 계단을 올라가 옥상의 전망대까지 가보았다. 때마침 교회 첨탑에서 종소리가 시작되었다. 스트라스부르의 주황색 지붕들이 발아래 펼쳐지고, 종소리는 낮게 드리운 구름 아래 지상 아래로 쉼 없이  퍼져나간다. 제비들 수십 마리가 종소리에 놀란 듯 어지럽게 날아다니다. 이 종소리가 퍼져나가 이 땅위의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것만 같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Cathédrale Notre Dame de Strasbourg)


개인적으로 유럽 여행의 묘미가 성당과 성당 주변의 마을을 둘러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좁은 계단으로 내려와 성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황금빛 장식과 붉은 프레임으로 장식한 검은빛 파이프 오르간이 매우 독특하다. 어두운 실내에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한 화려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은은한 조명으로 거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도시의 아직 돌아보지 못한 구역을 탐험해 보기로 한다. 푸 헤흐(Rue des Frères) 거리를 지나갔다. 어제 갔던 쁘띠 프랑스와는 다른 분위기의 현대적이고 모던한 카페와 상점들이 있는 거리이다. 그중에 Seoul Station이라는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가게 내부에는 서울에 관련된 사진과 문구가 적혀있고, 모니터에서는 끊임없이 K-pop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프랑스 현지인으로 보이는 직원에게 주문을 하려고 하니 너무나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감자튀김을 ‘감튀’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한다. 감튀와 핫도그를 시켜서 먹었다. 길어진 여행 탓에 한국 음식을 만나니 정말 반갑다.


서울역이라는 한국식 분식집겸 카페



아시안 식료품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에서는 너구리와 신라면, 불닭볶음면까지 발견해서 사 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스트라스부르 대학(Université de Strasbourg)을 가로질러 걸어보았다.  이 대학의 졸업생과 교수진 중에는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넓은 부지와 많은 건물들을 지나면서 부모로서 아이들이 이런 학교에서 공부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내 마음을 눈치챈 건지 딸아이가 경계를 한다. 엄마 지금 우리가 이런 대학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지?  " 하하하. 아냐 아냐 엄마는 너희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기를 원할 뿐. 엄마는 뒤에서 응원만 할게." 


스트라스부르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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