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들레 Oct 02. 2023

내 삶의 한가운데

도전과 안정 사이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루이제 린저. 1911년 독일 출생. 교편을 잡다 33세 반나치즘 활동으로 감옥 생활

(최근 반나치가 아닌 친나치의 활동이 드러나며 충격에 빠짐. 그의 작품을 더 깊이 읽어보게 된다.)

사회. 정치문제. 인본주의. 정의. 자유·옹호. 39세 <삶의 한가운데> 출간. 91세 타계.

작품 속 주인공 니나를 통해 린저의 삶과 이상향을 담아낸다.

 



니나의 언니 ‘나’ 1인칭 서술자가 '슈타인'이 '니나'에게 보낸 편지. 일기(서간체)를 읽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27년 만에 독일의 어느 호텔 카페에서 니나와 마주친다. 깡마르고 까칠했던 소녀가 매력적. 야성적인 여인으로 변모했다.  ‘낙심한 상태’로 보이는 니나가 걱정된다. 니나의 38번째 생일날 언니를 초대한다. 생일날 소포가 한가득 도착한다.  니나를 평생 사랑하다 죽은 슈타인이 쓴 일기·편지가 가득 들어있다. 나와 니나는 함께 읽어가기 시작하며 서로의 삶을 알아간다. 편지의 시작은 니나의 나이 19세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니나는 결혼 1년 후 이혼했으며. 히틀러 정권 체포된 니나는 사람들에게 ‘도도’‘매력’‘자유분방’‘존경심’을 받는 존재다. 진하고 쓴 커피와 위스키를 단숨에 마시는 니나. 그녀의 굴곡진 삶을 암시한다. 니나는 영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슈타인의 일기는 뒤섞인 인생처럼 뒤섞여있다.






19세 패혈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니나를 보며 슈타인은

 ‘그녀가 문턱을 넘어왔을 때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 내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야 하리라.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40쪽)

 쌀쌀맞고 심각하고 갈색의 깡마른 니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무한한 자유를 위해 죽고 싶던 니나는 죽음을 이겨내 보기로 한다.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지적으로 무척 뛰어난 니나에게 슈타인은 매력을 느끼며 삶의 소중함을 넌지시 건넨다.

“죽음을 이제는 원하지 않았어. 삶 쪽으로 돌아서게 된 거야”(51쪽) (니나는 정말 자신이 죽을병인걸 알아 삶을 미리 포기해버리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삶에 대한 애착으로 두려워한 것일까?)


슈타인의 사랑을 담은 보내지 못한 편지들을 읽어가면서도 니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 척한다. 나는 슈타인의 일기·편지에 빠져든다. 동생의 삶을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니나는 수시로 멍한 우울함을 보인다. 거짓 우울이 아닌 진실된 우울에 허우적거리는 니나의 마음을 대화를 통해 느끼기 시작한다.


 ‘진실된 우울’ “정말로 우울이 깃들인 눈에는 활기·집중. 분주함 같은 것들이 있지. 그러나 이것은 무대의 막일뿐이야.”(65쪽) (니나의 말에 공감이 전해진다. 타인 앞에서 활기와 분주함으로 보이고 싶은 건 우울함을 감추고 싶은 이유이지 않을까?)


니나의 삶을 돌아보며 안이하게 살아오던 내 삶을 돌아보며 언니인 나는 이런 말을 읊조리기 시작한다.

“아. 때때로 모든 것을 걸 만한 위험이 없는 삶이란 아무 가치가 없어”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너무 낯선 생각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66p)

이 말에 니나는 언니의 삶이 너무 조용해서 불만스러운 것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삶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낄 때 불만을 느끼곤 한다. 조용하게 흘러가는 것도 행복인걸 나중에 깨닫곤 한다.)


결국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유부남이며 그렇기에 부도덕할 수 없는 니나는 결정한 거다. “지금 내가 더 이상 소동을 만들지 않기 위해 떠난다면, 무슨 나쁜 일을 저질렀다는 불쾌한 감정도 함께 가지고 떠나는 거야.”(71쪽) (도전적이고 능력 있는 니나는 이 시대 타인에 의해 시기. 질투와 관습에 저항하는 자유분방한 부정적인 여성으로 비친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니나는 자신의 신념과 책임을 끝까지 짊어지고 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당찬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슈타인의 고뇌는 무엇일까? 니나와 너무나도 다른 삶에 대한 가치관이 원인인 걸까?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남자가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75쪽) 

니나의 위험을 무릅쓰는 삶은 슈타인의 삶과는 정반대였다.(그래서 둘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슈타인의 우유부단함 이면에 니나에 대한 사랑보다는 완벽한 한 여성을 원하는 자신만의 틀이 니나를 너무다 답답한 게 만들어버린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언니)는 니나의 삶을 동경해 간다.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너라는 생각이 들어. 너는 네 안에 있는 자아들 중의 하나에다 너를 고정시키지 않았잖아. 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78쪽) 

(언니는 조용한 삶을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니나의 삶은 파도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울의 삶이 다를 뿐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잘 지켜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니나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 남자>의 전화를 받게 된다. 니나가 원하는 대로 영국으로 떠났다고 거짓말한다.





슈타인의 니나에 대한 사랑으로 쉼 없이 방황한다.  자신처럼 정착한 배가 아닌 바람을 안고 가는 배와 같은 니나의 삶은 자신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걸 알지만 끊임없이 니나의 그림자가 되어 살게 된다.


니나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대학을 휴학한 후 고모할머니 가게에서 간호하며 살아간다. 도전적인 그녀는 이 삶을 어찌 이겨냈을까? 끊임없는 슈타인의 구애에 니나는 자신은 공부·직업. 일·소설을 쓰며 계속 살아갈 것이며 결혼은 관심이 없다고 한다.(니나는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녀가 극복할 수 있는 힘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신념? 책임감? 책임감도 따르지만. 자신의 힘든 삶을 글쓰기 소재로 하나하나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게 되면서. 그녀는 삶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작가 니나가 쓰다만 <한나 B의 이야기>를 읽는다. 반나치운동으로 감옥 수감생활을 했던 한나 B가 니나라는 걸 알게 된다. 니나는 독자가 재미. 영웅. 결말이 있는 소설을 원한다고 한다. “고쳐야겠어. 나는 내 일에 번 네 번 다시 써. 소재가 본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될 때까지 맷돌에 갈고 또 가는 거야”(150쪽)( 루이제 린저가 니나를 자신에게 투영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좋은 글을 쓴다는건 퇴고의 연속이다. 삶도 좋은 삶은 퇴고의 연속이 아닐까?)


니나는 슈타인을 반나치운동에 이용한다. 슈타인은 기꺼이 이용당해 준다. 그 이후에도 체포될 두려움에 떠는 슈타인과 달리 니나는 평온해 보인다. 고모가 운명하는 순간 현장을 외면하고자 하던 니나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봐라. 너는 중요한 인식의 순간에 적나라한 진실 앞에서 도망치고 있다.다시 들어가라. 모든 것을 경험해야 한다. 추악한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은 중요한 것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190쪽)

(<삶의 한가운데> 주제가 되는 문구로 다가온다. 삶을 살아가는 건 운명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거부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신 집중하고 내 삶을 정면으로 부딪혀 극복해 나가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걸 깨닫게 해 준다.)






니나는 슈타인에게 돌아온 듯하다. 하지만 자유·생명에 대한 갈망은 결국 둘 사이를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결국 슈타인은 니나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이후 니나는 열정적으로 산다. 평범한 매력 있는 피시와 결혼을 약속하고. 알렉산더와 하루의 사랑으로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퍼시는 그 사실을 알고도 니나를 받아들인다. 퍼시는 니나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을까?


시간이 흘러 슈타인은 절망한 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으며. 니나를 잃은 고통은 장난감을 읽은 고통과 다름없었다. ‘(277쪽) 슈타인의 니나에 대한 사랑은 결국 <인생에 대한 희망> 동경의 대상이었다.


생명 존중을 부르짖던 니나는 슈타인에게 퍼시의 아이를 지워달라 한다. 하지만 슈타인은 응하지 않는다. 결국 니나는 자살을 선택한다. 슈타인에 의해 다시 회복하지만 니나는 원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른다. 슈타인은 '속박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339쪽) 깨닫게 된다.


니나는 이혼을 한 후 사회운동을 하고 위험에 맞선다. 슈타인은 불안하다.

“당신은 한 번도 모험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신은 아무것도 얻지도 못했고 잃지도 않았어요. 당신은 행복한가요? 그렇지 않아요. 행복이 무엇인지 당신을 전혀 몰라요. 그러나 나는 행복해요.’(349쪽) 제멋대로 사는 것이 아닌 나만의 삶을 살고 있다고 소리친다.(니나는 도전적인 삶에 부딪히고 극복하며 행복을 느낀다. 그것이 그녀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슈타인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니나를 만난 지 딱 18년 되는 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나는 이런 아름다운 만남을 선사한 인생에 감사한다.’(369쪽) 니나는 영국으로 떠난다. 나는 니나가 사랑하는 <그 남자>를 홀로 맞이하며. 결국 니나의 주소를 건넨다. 영국으로 떠난 니나는 그 이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전형적인 엘리트로 안정된 성공과 명예를 가진 '슈타인', 자신의 삶에 평온을 느끼며 사는 언니인 ‘나’, 모든 삶을 경험하고 모험. 도전에 맞서 때론 싸우기도 하며 불같은 사랑·자유·생명을 중시하고 적극적인 삶을 사랑하는 여자 ‘니나’, 세 명의 인물은 우리의 삶의 인생 조각을 합해놓은 듯하다. 루이제 린저가 니나를 통해 말하듯 우리는 작품 속 다양한 인물 또는 한 인물의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틀에 짜인 삶을 살 것인가? 도전적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 것인가? 현재 삶에 만족하며 살 것인가?

'삶의 한가운데' 끊임없는 인생의 선택은 결국 스스로가 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부모가 더 읽어야 할 고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