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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비슷 Oct 13. 2023

바야흐로 대창업의 시대

사업가는 타고나는 것일까

살면서 한 번이라도 사업가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그랬다. 다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업을 시작하게 될 줄이야. 개업한 지 이제 두 달이면 1년이 돼 가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봐도 뭐가 씌었던 것 같다.


자영업자의 자식으로 살아오면서 들쭉날쭉하는 가계 수입에서 오는 불안정한 생활에 힘들 때마다 왜 우리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지 않는 것일까 하고 어린 마음에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많았다. 그때 나름 결심했었던 것 같다. 절대 가족을 고생시키면서까지 내 꿈을 실현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그런 내가 창업이라니... 너무도 갑작스러운 사업의 시작이었지만 그래서 그 찰나 같은 순간에 아버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원망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온 죄책감이랄까.


아무튼 간에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을 느꼈던 것 같다. 하루키가 야구를 보면서 소설가가 돼야지라고 결심했다는 글을 읽었을 때 작가라서 되게 멋있어 보이려고 한 말로 치부하고 넘겼었는데 이제 헛소리라고 생각한 예전의 나에게 감히 하루키 선생님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우리는 흔히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정말 그런 것일까? 당대에 회자되는 대단한 사업가들은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했던 과거에는 주변에 어떤 인물들이 있느냐에 따라 사업가가 될 확률이 높았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봐도 사업을 하는 집안의 지인들은 사업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현재는 구글과 유튜브 검색만으로도 과거에 대단한 노하우 혹은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던 많은 것들이 쉽게 해소되곤 한다. 심지어 학연, 지연 등 폐쇄적인 인맥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한 시장도 SNS나 기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인간관계 속 많은 사업가들이 집안 대대로 사업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았다. 바야흐로 대창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느끼고, 전략적인 판단 하에 사업을 시작한 것은 절대 아님을 앞서 밝히긴 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회사원 시절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을 느꼈다고 한다면 정확한 해석일 것 같다.


누구나 사업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업이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예전보다 사업의 '시작'이 쉬워졌을 뿐이다. 지속가능하면서 거듭 발전하는 사업으로 키워내는 것은 지금의 시대에도 너무나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사업가'로 길러지지 않는다. 철저히 '급여생활자'로 길러진다. 애초에 사고자체가 '급여생활자(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일단은 사업가에 고용되어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 자로서 사업가의 반대 말로 사용하고자 한다.)'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길, 배우지 않는 길인 '사업가'로서의 길을 가기 위해 뇌구조를 바꾸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게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앞으로 삼십 대의 끝자락에서 평생 잘 안 내던 용기를 낸 평범한 사람의 좌충우돌 창업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사업가의 길은 미지의 세계라서 흥미롭다. 또한 사업가마다 구축한 세계가 다 다르다. 내가 쓰는 창업기는 그래서 보편론은 될 수 없겠지만 나의 특수론으로도 또 다른 특수론에 조그마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을 가지고 작지만 힘 있는 한 걸음을 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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