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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비슷 Nov 23. 2023

사업하는 게 참 팍팍하다 느끼는 순간

나를 배신할 수도 있는 사람을 온전히 믿어야만 할 수 있는 일

회사에서 직원으로 있을 때도 “일”을 하고, 창업을 해서 사업을 할 때에도 “일”을 한다. 같은 “일”을 하는 것인데 상황과 입장이 바뀌니까 정말 다르게 다가오는 지점들이 있다. 사업을 하기 전에 충분히 예상했던 지점도 있고, 아닌 지점들도 있는데 보통은 아닌 지점들이 더 힘들게 다가오니까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사업을 하게 되면서 가장 슬픈 지점 중 하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사람에게 당한 일이 많거나 당할까 봐 미리 조심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왜 사업을 하면 사람을 더 믿지 못하게 될까?


회사원일 때 나는 거래처 혹은 비즈니스 관련자들을 만날 때 상대방이 사기꾼인지 아닌지까지 고민해 본 적은 없다. 같이 일을 하게 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물론 많다. 다만, 그 수준이 같이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혹은 수월하게 하기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수준 정도지 그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요즘의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하는 범위의 수준이 저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혹은 전과가 있는지, 예전에 관련자들과 소송을 일삼았던 사람인지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엔 나를, 내 사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발현되는 경계심 같은 것이지만 회사원일 때를 돌이켜보면 이 정도 수준의 방어기제를 펼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회사를 다닐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회사 자체가 주는 보호막이 생각보다 꽤 두터웠다는 것을 막상 사업을 하게 되면서 점점 느낀다. 창업 전에도 당연히 사업을 하는 것이 광야에 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나는 울타리가 없는 것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질지 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평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믿어왔던 나로서는 나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데, 그게 생각보다 더 힘든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더 힘든 점은 사업이야말로 더욱더 같이 하는 사람을 믿어야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심도, 같이 일을 도모하기를 결정하기 전까 지지 일단 함께하기로 했으면 믿어야 일이 진행이 된다. 그 말은 일을 같이 하기 전에 상대방을 완벽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까. 아니다. 사업가가 국가수사기관도 아닌데 어떻게 처음 만나는 상대를 검증할 수 있겠는가. 내 짧은 소견으로는 상대방이 나를 언제든지 배신하고 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믿어주는 것이 사업가에게 필요한 마음가짐 같다. 말만 들어도 이율배반적이다. 처음 이 생각을 겨우 떠올려 피어오르던 번뇌를 다잡았을 때 나는 이 생각이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근데 적어도 내 생각엔 사업을 하는 마음은 그런 마음이 맞는 것 같다. 나를 언제든 배신할 수도 있는 사람을 믿어야만 할 수 있는 일, 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문득문득 걱정이 커져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하는데 그 기분에 잠식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에 결국엔 믿음의 성자가 돼야 잠을 잘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이제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너무 알게 되었다.


물론, 연륜이 쌓이고 기반이 잡히면 신뢰가 쌓인 사업파트너들이 생기고, 사람 보는 눈이 밝아지면서 사전에 리스크를 헷지 할 수 있는 많은 도구들이 생길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그 단계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무척이나 마음이 깎인다.


결국엔 마음과 감정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사업가가 되는 길 같다. 다만, 감정적인 인간인 내게 그 길이 무척 따갑고, 시리고, 어렵다. 그제 어제 나는 용기를 잃었지만 목표는 명확하니까 바닥난 용기를 조금이나마 끌어올려 멈춰있던 걸음을 다시 옮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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