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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Dec 09. 2020

믿던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했다

얼마 전 세명을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죄명은 사기.  

우스갯소리로 엔터 쪽에 발 디딜 사람 중 80%가 사기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잘 풀리면 사업가, 안 풀리면 사기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시장이긴 하다.

10억, 30억, 50억, 100억은 우스갯소리로 오간다. 한 작품 혹은 한 신인이 잘되면 빠르게, 억 소리 나게 팔자 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엔터를 한번 맛보면 떠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 역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쪽에 종사하고 있지만 참 별의별 희한한 사람 다 만나봤다. 우리 엄마 이거 읽으면 분명 등짝 스매싱을 맞겠지만, 나 역시 지금까지 받아야 하는 돈 다 받을 수 있다면 집 한 채+ 외제차 한 대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엄마 미안).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고, 또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배경 때문에 세상 물정 참 많이 몰랐다. 사업 초창기에는 가족 한 명 없이 나 홀로 낯선 땅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외로웠고, 누군가에게 마을을 터놓고 싶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아님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업을 하면서 참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사실 이건 사업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인 것 같다.)



얼마 전 경찰서에 가서 세명을 고소했다. 죄명 사기.

각자 다른 팀으로 배정이 되었다. 강남경찰서에는 총 경제 관련 사건, 즉 사기 관련 부서가 총 12개가 있더라. 헛웃음만 나왔다.

고소 후, 한 두어 달이 지났을까, 한 명은 소재 파악이 어려워 기소 중지, 한 명은 검찰로 송치되었고

한 명은 담당 형사가 바뀌어서 영장 작성 중이라고 하더라.


다들 한때에는 열심히 일을 만들어보자도 으쌰 으쌰 했었다.


한 명은 대기업 출신 우리 큰아빠 나이뻘 남성이었다. 마지막으로 본모습은, 우리 사무실에 와 거의 울면서 미안하다고, 다음 주까지 꼭 돈을 갚겠다고 나에게 약속을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무실에 비치되어있는 과자를 끊임없이 먹고, 심지어 나갈 때 가방에 챙겨가기도 했다. 당시 우리 직원들이, '과자 요정'이라는 별명까지 붙일 정도로 웃펐다.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참 어려운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않았고, 전화. 문자. 카톡 다 두절되었다. 결국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되었고, 경찰도 몇 차례 주소지 등을 방문해보았지만 그를 찾지 못했다고, 소재불명으로 기소 중지가 되었다.


한 명은, 아마 아이돌 팬이라면 알 수도 있겠다. 꽤나 준수하게 생긴 중국인인데, 본인이 재벌인 양 인스타그램에 비싼 외제차, 돈다발, 명품 선물, 유명 아이돌과 찍은 사진들로 도배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제작지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을 끌고, 계약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약금을 넣지 않는 그런 모습들이 이상했다. 하지만 사업적 파트너 이기전에 친구라고 생각했기에, 중국에서 다음 주에 들어올 돈이 있다는 그의 말을 믿고 개인적으로 돈을 빌렸주었다. 결국 그는 사기꾼이었고, 내 돈을 갚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내국인 외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금전 사기를 치고 다니는 상습 사기꾼이라더라. 그는 지금 영장 발부 대기 중이다. 아마 워낙 영악한 놈이라, 본인이 한국에서 정식적인 외국인 번호를 발급받아 살지도 않을뿐더러, 그냥 편하게 중국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막사는 것 같다.


마지막 한 명은 내가 사적으로 '작은 이모'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하던 사람이었다. 공연 기획을 하던 여자대표였는데, 나이도 있고 덩치도 있고, 나보다 더 여장부 같은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래서인지 본인이 꼭 책임진다는 말, 조카 같은 너에게 사기를 치겠냐는 그 말을 믿고 금전 거래를 하게 되었다. 일 년이 넘은 지금 동안 그녀는 100원 한 장 갚지 않았고, 연락 또한 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경찰 고소와 민사소송을 선택했다. 그녀는 일부러 내가 보내는 내용증명 등을 수령하지 않고 있다. 검찰로 송치가 되었는데,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사람을 사랑하되, 믿지 말라.라는 진리의 명언이 있다.

돈을 잃는 것보다 더 슬픈 건 내가 믿었던, 의지했던 또 좋아했던 사람들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돈의 액수를 더해보면 또 짜증이 밀려오긴 한다..)


10여 년간 내가 사업을 하면서, 또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면서 절실히 느끼는 명언이다.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거절하면서 친구를 잃을 일은 없지만

반대로 돈을 빌려주게 되면, 아니. 돈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엮이게 되면 그 사람을 잃기 쉬워진다.


이런 일들이 있고 나서 내가 깨닫게 된 건, 금전거래를 하지 말자는 것.

차라리 어려운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이 요구하는 액수의 돈을 빌려주지 말고, 나의 한도 내에서 안 받아도 되는 정도의 돈을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내가 고소한 세명의 사건들이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사실 이들에게 돈보다도 사과를 먼저 받고 싶다.


내가 그들을 믿고 돈을 빌려준 내 마음을 져버린 것에 대한 사과를,

그간 그들 때문에 마음고생한, 그간 피폐해진 나의 감정들에 대한 사과를.

그것만으로도 일단 나의 피폐해진 정신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올해가 가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받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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