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분양권에 당첨이 되었다. 2년뒤면 분양권을 팔아 종자돈이 생긴다. 피같은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그동안 재테크책과 부동산책을 나름 읽었다. 책만 읽어서는 답이 없다. 돈이 생기기 전에 미리 공부를 해놔야 한다. 이제는 실전이다.
'10년에 10억 만들기' 라는 모토의 다음카페가 있다. 일명 텐인텐이다. 나는 카페회원이다. 카페지기가 강의를 한단다. 거금 10만원을 들여 강의를 신청한다. 본격적인 재테크 공부의 시작이었다.
인간이 바뀌려면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던가. 그곳에서 경매공부를 하고 있는 새댁을 만났다. 사실 재테크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경매학원이 주다. 경매강의를 들어보라고 한다.
그녀의 권유로 북극성카페에서 하루특강을 듣는다. 그 카페에서 활동하는 대단한 분이 있었다. 바로 '청울림'이다. 카페에 올린 경매투자 경험담을 읽으며 용기가 생겼다.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이 솔깃하다. 게다가 무피(?)에 플피(?)도 가능하단다.
내가 사는 지역에 경매학원이 있다. 바로 송사무장님이 운영하는 '행복재테크'다. 그곳으로 간다. 경매초급반 강사는 <싱글맘 부동산 경매로 홀로서기>의 저자인 쿵쿵나리님이다. 알고보니 암수술도 했고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단다. 그녀의 절박함이 이해가 된다. 게다가 나랑 동갑이란다.
초급반을 거쳐 송사무장님의 실전반 강의를 듣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매는 나랑 안 맞는다. 겁도 많고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내게 명도는 무서움 그 자체였다.
2015년 부동산시장은 뜨거웠다. 굳이 경매가 아니어도 쉽게 갭투자가 가능한 시기였다. 복잡한 과정이 필요없는 갭투자를 하기로 맘을 먹는다. 그럼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나. 막막하다. 그때 떠오르는 지역이 있었다. 결혼전 살았던 강서구다. 부린이에게 지역간 비교분석이란 없다.
지역이 정해졌다. 나름 분석을 한다. 여러단지중 어떤 단지를 고를지 고민이 된다. 임장을 간다. 부동산에 가면 전화가 불이 난다. 뭔가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그러나 나는 아직 돈이 없다. 맘만 급하다. 답답하다.
그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동안의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바로 언니다. 언니는 가진 돈의 반을 나에게 투자하고 반을 통장에 모셔두고 있다. 아까운 돈이다. 어차피 조카가 특례입학을 위해 해외에 나간거라 2년뒤면 들어온다. 이런 상황이면 언니가 들어올때 집값은 더 올라있을거다. 언니를 위해 내가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나는 사십이 넘도록 집 한번 사 본적이 없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있었지만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이다. 실무경험이 없다. 이제 진짜 실전이다. 공부차원으로 알아보던 거랑 진짜 사려고 알아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책에서 베운대로 부동산사장님이나 집주인과 협상을 해 본다. 500만원 깎아달라고 했다가 되려 500만원을 더 주고 계약을 했다. 어이없다.
그런데 그당시 부동산 시장이 그랬다. 하루가 다르게 천만원씩 올라간다. 오늘의 가격이 가장 싼 가격이다. 지방사람들은 집도 안보고 계약금을 쏜단다. 요지경이다. 부동산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이건 상상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그런 시장에 내가 발을 담그고 있었던거다.
집을 한번 사보니 별거 없다. 사실 돈만 있으면 된다. 뭔가 허탈하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언니집을 사면서 나는 경험치가 생겼다. 이제 나도 분양권을 팔아서 종자돈이 생겼다. 나름 서울에 사 봤다고 경기도를 알아본다. 지금 돌이켜보면 서울에 사야하는거였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부린이였으니까...
책을 읽었다. 그 책에서 소개하는 지역을 몇군데 살펴본다. 나쁘지 않다. 그당시 나는 말하기 창피하지만 사야지 하고 가면 바로 사가지고 왔다. 겁도 많은 사람이 어디서 그런 대범함이 나온건지.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다. 바로 그거다.
서울 언니집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내가 산 집은 오를 생각이 없다. 뭔가 잘못되었다. 돈앞에서 사람은 야비해진다. 언니집이 내집이었으면 했다. 억울하다. 그때 돈이 있었으면 그건 내집이었을텐데... 별의 별 생각을 다한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투자를 하고 마음이 편지 않았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그때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저자가 운영한다는 카페에 가입했다. 그곳은 바로 '월급쟁이부자들'이다. 그때만 해도 너바나님은 강의를 하지 않았다. 함께 경매로 동거동락했다는 쏘쿨님이 수도권 아파트 투자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사람들이다. 너나위, 코크드림, 주우이. 나는 투자경험이 있다보니 쏘쿨님 강의가 별 도움이 안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투자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코크드림님은 동기 총무다. 첫날 뒷풀이에서 내 앞에 앉아 수줍게 미소짓던 조각미남 주우이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이후 나는 다른 커뮤니티를 불나방처럼 쫓아 다녔다. 여전히 나는 팔랑귀다. 누가 좋다고 하는 강의를 이거 저거 막 들었다. 투자가 목적인지 강의가 목적인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당시 나는 투자금이 없었다. 분양권을 팔아서 생긴 투자금의 절반을 남편에게 준 상태였다. 남편은 인터넷쇼핑몰을 시작했다. 결국 6개월만에 투자금만 날렸다. 지금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그돈이면 서울에 아파트 한채를 사서 몇억을 벌수 있었다. 말하면 뭐하나.
책을 읽고 강의를 들을수록 아이디어를 얻는다. 돈이 돈을 버는게 눈에 보이는 시장이다. 그러나 나에겐 늘 투자금이 없다. 대기업을 다니는게 아니니 신용대출도 어렵다.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러갔다 한도 500만원이라는 말에 내 신세가 초라해졌다.
그런데 보험약관대출로 투자를 한단다. 그거다. 나에게도 보험이 있다. 대출금액을 알아본다. 3천만이 가능하단다.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알아본다.
사실 투자원칙이라곤 1도 없었다. 묻지마 투자가 따로 없다. 1기신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강의를 들으며 분당과 평촌이 좋다는 걸 알았다. 분당은 5천만원이 필요하다. 평촌은 3천이면 충분하다. 이번엔 한번에 사지 않는다. 나는 이제 초보 투자자가 아니다.
두 지역의 모든 아파트의 시세지도를 그린다. 지도를 프린트해서 한땀 한땀 적어간다. 드디어 적당한 아파트가 나타났다. 사실 그돈이면 분당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평촌을 택했다. 이유는 역세권이라서다. 그러나 나중에 분당이 3배가 되고 평촌은 2배가 되는 것을 보았다. 역세권보다 지역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한 투자다. 강의를 듣고 공부를 했다는게 이거밖에 안되나 싶다. 하지만 그당시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나는 돈을 벌수도 없었을 뿐더러 실전경험을 쌓지도 못했을거다. 그러다 꼭지에 집을 사는 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었다.
세상에 버릴 경험은 없다. 다만 경험을 통해 복기하고 다음에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잃는 투자는 한 건도 없었다. 그거면 된거다. 투자 하루이틀 하고 말거 아니지 않은가.
2018년 남편은 아주버님과 함께 시작한 사업이 잘 안되었다. 아주버님은 집을 날렸고 남편은 카드빚을 떠 안았다. 본인이 하던 일은 아니라며 한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게 남편의 주장이었다. 40대 초반부터 이거 저거 하면서 나를 많이도 힘들게 했다. 결국 카드빚을 갚기 위해 본인이 하기 싫다던 일로 해외 근무를 시작했다.
남편이 해외에 나가자 편하기도 했지만 주말에는 심심했다. 어느날 문득 티비를 보고 있자니 독거노인의 삶이 따로 없다 싶었다. 지금은 직장이라도 다니지만 은퇴후 50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곳을 찾았다.
월급쟁이부자들. 이때는 너바나님의 정규강의가 있었다. 열반스쿨은 투자강의라기보단 인생강의였다. 노후의 삶을 어떻게 살건지, 왜 우리가 부자가 되어야 하는지등등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3년전 함께 공부를 시작했던 세 사람은 월부의 강사가 되어 있었다. 누구는 강사로 누구는 수강생으로 다시 만난거다.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그들은 3년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임장과 투자를 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나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녁엔 강의를 듣고 주말엔 모임과 임장을 다녔다. 독서를 좋아하는 나는 독서모임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월부에서 보낸 1년은 내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이다.
출근전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시간가계부를 적으며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매일 매일 임장을 다녀야 하는 실전반은 내게 두려움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나는 투자공부가 아닌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그곳에서 배우고 있었다.
없는 살림에도 2년마다 꼭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검진으로는 암을 확인하긴 어렵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검사를 꾸준하게 하고 있었다.
40이 넘어가자 여기저기 혹들이 발견되었다. 다만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관리의 차원이었다. 미루고 있다 실전반을 마치고 건강검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