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의 오파츠와 관측(1)

구석기시대의 오파츠(Oopart)

  천문학은 하늘을 관측하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관측은 천문 관련 분야에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관측(觀測)은 “(자연 현상이나 생물의 상태와 변화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관찰하여 수량적인 측정을 행하는 활동”이다. 지구과학사전에서는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라 정의하여 측정보다는 기록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기상학사전에서는 관측(observation)을 “특정 시간에 구한 기상 변수의 측정이나 평가에 관한 기록”이라 정의하여 측정과 기록 두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들 정의는 얼핏 다르게 보이지만, 측정(평가)과 기록은 선후 관계만 있을 뿐 관찰 후에 이루어지는 연속된 과정이다. 즉 관측은 관찰을 통해 나타난 현상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또는 기록하고 측정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천문관측은 하늘과 천체들이 움직이고 나타내는 현상을 관찰하여 측정하고 기록하는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사에서 천문관측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문헌을 통해서 보면 한국 천문관측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내려가기 힘들다. 하지만 농경이 천문학 발달에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인류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보면, 본격적으로 농사짓던 청동기시대에 천문관측은 이미 일상화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발견된 고고학 자료들을 보면 천문관측이 청동기시대 이전부터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분명하게 천문 유물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천문학의 기본 개념인 ‘관측’과 관련된 유물이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나타난다. 

단양 수양개 Ⅵ지구 눈금돌

 

   2014년 6월 16일 문화재 발굴기관인 한국선사문화연구원에서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는  자갈돌 하나를 언론에 공개하였다. 길이 20.6㎝, 너비 8.1㎝, 두께 4.2㎝인 자갈돌에는 23개의 눈금이 3.4~4.5㎜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 돌은 충북 단양군 수양개 유적 Ⅵ지구 3문화층에서 나왔다. 숯을 이용한 AMS 연대측정에 따르면 3문화층은 3만 9000년 전에 형성된 후기구석기 유적이다. 

  발굴보고서에 ‘눈금돌’이라 칭한 이 돌의 용도에 대해서 현재 확정된 의견이 없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눈금돌은 동아시아에서도 확인된 적이 없는 유물로 당시 구석기인들이 숫자 개념을 기호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단양 수양개 Ⅵ지구 3문화층에서 출토된 눈금돌>

수양개 눈금돌과 비슷한 선사시대 자료들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바 있다. 한 예로 1937년 유럽 체코 모라비아(Moravia)에서 발견된 늑대의 정강이뼈를 들 수 있다. 기원전 3만 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뼈는 길이가 18㎝이며 55개의 눈금이 5개 씩 묶음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 눈금은 당시 수렵으로 잡았던 동물의 마릿수 또는 시간과 관련된 표시로 해석되고 있다. 

      1962년 아프리카 나일 강으로 이어지는 에드워드 호숫가 근처 이샹고에서 발견된 원숭이 뼈에도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후기 구석기시대에서 중석기시대(19,500~8,500년 전)로 추정되는 뼈에는 168개의 눈금이 16개의 묶음으로 세 개의 행을 만들고 있다. 발견자인 벨기에의 지질학자 하이젤린(J.Heinzelin)은 눈금의 패턴이 의미 있는 수를 나타내는 순서라 생각했다. 미국의 고고학자 마샥(A. Marshack)은 각 행에서 60, 60, 48개의 눈금을 확인하고, 이들이 5개월 반 동안의 초승달과 보름달의 간격이라 해석하였다.

  이 외에도 스와질랜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이에 위치한 레봄보(Lebombo) 산과 프랑스 르 플라카르(Le Placard) 유적지에서도 눈금을 새긴 뼈들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각각 37,000년 전과 20,000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에 제작되었으며, 길이를 재는 자(尺)나 달(月)의 위상을 표기한 유물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샹고 뼈(Ishango Bone).168개의 눈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