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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영 Aug 21. 2020

때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좋아

영화『프란시스 하』를 보고

                              

업무차 회의를 할 때, 남들 모르게 움찔 놀라는 일이 자주 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용어. 용도, 영호, 영수 등. 내 이름의 첫 글자가 같거나 비슷한 말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놀라곤 한다. 또 비슷하지만 다른 식으로 움찔하기도 한다. 팀장님은 영호라는 사촌 탓인지, 나를 자주 영호라고 잘못 부르신다. “팀장님 용호입니다” 정정을 하고 있지만, 아마 앞으로도 그러시지 않을까. 또 이사장님께서는 내 이름을 영호라고 알고 계신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이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주인공의 이름으로 제목을 완성한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그 영화의 이름은 <프란시스 하>다.

           


영화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홀리데이(Frances hallada)는 절친한 친구 소피와 동거하며, 무용수로 성공을 꿈꾸는 인물이다. 몇 년째 무용단의 견습생인 프란시스는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정작 그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극단에서는 올해 공연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함께 살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을 거절하니 헤어지게 됐다. 함께 서로의 꿈을 응원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소피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독립을 선언한다. 프란시스는 순식간의 꿈과 친구 그리고 집을 잃는다.


무용수로서 나이가 많다면 많은 27세의 프란시스. 현실적인 문제와 직면한 프란시스는 도망치듯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은 프란시스는 뉴욕으로 돌아와 무용단 사무직으로 일한다. 공연 전에는 텅 빈 관객석 앞에서 혼자 춤을 추고, 공연이 시작되면 어두운 구석에서 큐사인을 준다. 그리고 자신만의 집을 얻어 우편함에 이름표를 넣는다. 이름표가 다 들어가지 않는 비좁은 우편함 앞에서, 프란시스는 크기에 맞게 자신의 이름표를 슥 접는다. 그녀는 그렇게 프란시스 하(frances ha)가 된다.



영화  <프란시스 하>


                                                                 

세상이 요구하는 크기와 자신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다고 믿는다. 누군가 내 이름을 온전히 불러주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괜찮다. 나는 여전히 나이며,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공연장에서 춤을 추고, 이름표를 접어 넣을 수 있는 프란시스 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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