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는 말이 있다.
차가운 빙판 위에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 한 마리의 용기 덕분에 다른 펭귄들이 뒤따라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고, 새로운 먹이를 찾을 수 있으며, 집단 전체가 생존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 퍼스트 펭귄은 포식자의 첫 먹잇감이 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퍼스트 펭귄은 단순한 선발주자가 아니라, 위험을 감내하고 길을 여는 존재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제 우리는 '독서'라는 오래된 문화가 AI와 만나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대에 서 있다. AI는 책을 대신 읽어주고 요약해 주며,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아카이빙까지 해준다. 덕분에 독서모임의 형식과 내용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변화에 대해 "AI가 독서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AI를 독서에 굳이 왜 써야 하냐"는 식의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AI 독서문화 연구의 퍼스트 펭귄이 되고 싶은가?"
퍼스트 펭귄이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미지의 세계에 먼저 발을 들여놓는 일이다. 누군가 하지 않았던 실험을 하고, 아직 정립되지 않은 길을 열어야 한다. AI와 독서를 결합하는 시도는 지금 막 시작되는 단계다. 발제와 질문 설계, 모임 기록과 아카이빙, 나아가 퍼실리테이터 교육과 인증까지, 연구할 수 있는 주제와 실험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 길에는 분명 불확실성과 비판이 따른다. "책은 사람의 손으로 읽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 "AI는 단지 편의적 도구일 뿐"이라는 단순화된 인식은 퍼스트 펭귄을 향한 차가운 시선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먼저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을 확인하고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독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의 경험을 확장하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질문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기록을 더 체계적으로 남기며, 지식의 공유와 확산을 촉진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일이 바로 퍼스트 펭귄의 역할이다. 누군가 선례를 만들어야만, 독서모임 운영자와 연구자, 청소년과 성인, 나아가 대중들이 AI 독서문화라는 새로운 바다로 안심하고 들어설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AI 골든 듀얼 북스 랩'이라는 실험실을 세우려 한다. 이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퍼스트 펭귄으로서의 선언이다. 작은 모임에서 시작하여 발제, 토론, 기록의 과정을 AI와 함께 실험하고, 그 성과를 매뉴얼로 남기며, 인증제로 확산하는 모든 과정이 곧 새로운 독서문화로 이어질 것이다. 누군가는 이 길을 모험이라 부르겠지만, 이것은 독서가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퍼스트 펭귄은 언제나 외롭고 두렵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큰 희열을 맛보는 존재이기도 하다. 먼저 뛰어들어야 다른 이들이 따라오고, 그 순간 바다는 위험이 아닌 자원의 보고로 바뀐다.
AI 독서문화 연구라는 바다는 아직 깊고 낯설지만, 나는 그 첫 번째 도약이 누군가의 새로운 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책과 AI, 인간이 함께 만드는 더 넓은 독서의 미래를 꿈꾼다.
그대는, AI 독서문화 연구의 퍼스트 펭귄이 되고 싶은가? 그럼 지금부터 함께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