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을 始作하세요

by 시 쓰는 소년

보통 시를 쓴다고 하면, 어떤 거창한 준비나 대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시에는 행과 연의 엄격한 제한이 없지만, '함축'과 '은유', '비유'의 결정체라는 인식 때문일까요. 최대한 간결하고 담백하게 담아내야 한다는 부담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그래서 시 앞에 서면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사여구가 늘어나고 분량이 많아지면서 시가 점점 무거워질 때도 있습니다. 시의 간결함보다는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시 쓰기는 점점 어렵게 느껴지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렇다고 '1일 1편 쓰기'처럼 꾸준함을 요구하는 방식 역시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도 의무감으로 감정을 쥐어짜야 한다는 부담은, 창작의 기쁨과는 또 다른 결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여러 마음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시를 쓴다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시 역시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즉, 시작(詩作)을 하고 싶다면 먼저 시작(始作)부터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내 시가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하며 쓰는 일은 오히려 큰 부담이 됩니다. 우선은 내 수첩에, 내 메모장에 가볍게 끼적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큼 완성된 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내 감정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 힘을 빼고 툭툭 적어 내려가 보세요.


그곳은 나만의 세상이고, 나만의 공간입니다.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어떤 평가도 바라지 않는 자리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해 보세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시는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시작(詩作)이 어려우신가요? 그렇다면, 시작(始作)부터 해보세요. 따뜻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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