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건 발생 1일차
오후 5섯시 이 시각이후로 나의 삶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후 5섯시라는 시각만을 바라보며 모든 일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돌아올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2일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이제 그런일은 없을 것이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밥도 먹고 잠도 제대로 잘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래, 그렇게 이틀을 보내며 하염없이 금요일 오후 5섯시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5섯시 땡하자마자 그들에게서는 연락이 없었고 동시다발적으로 카톡과 라인에서 연락을 취해 있던 사람들과 연락조차 되질 않았다. 전화조차 되질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체한 금액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또한 로그인이 되질 않았다.
"해당 아이디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 이 문구만이 화면에 떠올라 나를 괴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고 정신이 아득해갔다 손도 떨렸지만 나는 서둘러 112에 전화했다. 그냥 112에 전화해야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빨리 경찰한테 말해야할것만 같았다.
112에 전화해서 횡설수설 나의 사기피해사실을 털어놓았더니 집으로 지구대분들을 보내주신다고 했다. 처음에는 눈물로 나지 않았다. 괴로워서 소리는 질렀지만 눈물보다는 제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어린 자녀들은 엄마 왜그러냐며 걱정스런 표정과 행동으로 나를 감싸 안았다. 그다음 취한 행동은 바로 엄마 부르기, 마냥 어린아이처럼 나는 친정엄마에게 전화했다.
친정엄마는 무슨일이냐며 순식간에 달려오신다고 했으며 그 사이 지구대 2분이 오셨다. 순간 집으로 경찰 제복을 입은 두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이웃주민이 본다면 어쩌지하는 사실에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이미 물건너간일이다.
나는 지구대 분들을 거실에 놓여있는 컴퓨터책상으로 오시게 한뒤 뛰어놓은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며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 피해금액, 계좌번호 까지 모두 지구대에게 말했다.
말하는 순간에도 경찰들이 나를 한심하게 여길까봐 부끄럽기도 했고 내가 왜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열심히 토로해냈다. 그런 내 말을 도중에 끊고 두번 세번 확인하는 경찰관이 답답하게도 느껴졌으며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경찰관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온 다른 경찰관분이 나름 안쓰럽다는 듯이 나를 이해한다는 듯한 태도와 표정으로 내가 사기에 당할수 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받아들여주는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그 경찰관분의 배려있는 행동과 안쓰러워하는 태도에서 내가 죄지은사람이 아니라 그저 피해입은 피해자로 인식되는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30분가량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지구대분들은 지구대에 돌아가서 대신 접수를 해줄것이며 경찰청으로 사건이 넘겨지면 그때 수사관이 배정되어 따로 연락이 올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경찰이 다녀갔지만 나의 괴로움은 이제 시작이다. 나의 부름에 손쌀같이 달려온 친정엄마, 엄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바로 "미안해"라며 말을 내뱉었다.
나의 "미안해"라는 말에는 40이나 넘은 딸이지만 이런 일을 당하는 바보 천지 멍청이 같은 사람이 되어버려서 정말 미안하다 , 돈을 잃어버려서 미안하다 ,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등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는 한마디였다.
나는 경찰관에게 이야기를 할때만 해도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화가나서 손이 떨렸다.
하지만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그 사실을 가장 가까운 내 가족에서 밝혀야 한다는 사실이 다 큰 어른으로써 부끄럽고 남편과 친정엄마의 쓴소리를 들을까 걱정이되었으며 마음한편으로는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에 무섭기도 하다.
자초지정을 들은 엄마는 황당하는 표정을 짓으며 대체 갑자기 왜 그런짓을 하게된것이냐? 왜그랬냐며 안타깝고 화도 내려고 하셨지만 손녀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큰소리 내시지 못하신것 같았다. 엄마는 결국 엄마한테 상의라도 하지 그랬냐면서 그냥 이번일은 큰 경험했다고 생각해라. 경찰들은 돈을 찾아줄수가 없을 것이다. 큰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빨리 잊어버리고 저녁이나 먹고 기운차리라고 했다.
그렇게 엄마는 결국 본인의 화보다는 자식을 걱정하는것에 더 치중하셨다.. 나는 울부짖으면서 저녁을 거부했고 마음속으로 40넘은 딸이 대출을 받는것과 이런일이 하면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굳이 60이 넘은 친정엄마에게 고민을 이야기한다는 것조차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친정엄마의 쓴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친정 엄마는 나쁜일은 금방 털어버리고 잊어버려라 하는 식의 태도로 나의 사기피해 사실은 그저 그런일이 되어버린것만 같았다.
그래도 나는 친정엄마와의 대화 몇마디에 계속울었다. 경찰관이랑 대화할때도 한방울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사기피해 사실을 알게된 1시간 만에 폭풍같이 흘러내렸다. 친정엄마 앞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사기를 당할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엄마가 이해해주길 바랬는데 엄마가 이해해준것만 같아서 안심되어서 그랬을수도 있다.
어렸을때를 제외하고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면서 소리내어 울어본게 얼마만인지 싶다. 그런 내 모습에 친정엄마는 그만울으라며 저녁이나 먹으라고 한다. 소리내며 우는 내 모습에 아이들또한 내 옆에서 같이 울어주면서 나의 슬픔을 진정시켜주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다. 아,,, 남편의 등장은 소설속 최종 보스가 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