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의 깊이
헤어짐의 깊이를 한껏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감사하게도 일상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도 이따금씩 스쳐 지나가는 무거운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설명할 수 없어 말을 아끼고, 침묵을 선택했던 지난 몇 달. 그리고, 지인과 갔던 카페에서 뽑은 글귀에서 알게 된 마음. - 헤어짐의 깊이를 한껏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호주 갈 준비를 하며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기보단, 책임감이란 무게와 양가부모님을 챙겨야 하는 내 역할의 부재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할아버지에 대해 나도 모르게 미리 애도의 마음을 머금은 채 지내온 것 같다.
지난 5월에 남편의 친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노쇠하신 외할머니를 시어머님과 6명의 자매들이 헌신하며 돌보는 모습을 보고.. 아들만 많은 나의 친할아버지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았으면 했다. 혹여라도 호주에서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릴까 봐, 할아버지가 조금이라도 기력이 있으실 때 댁에서 뵙고 싶어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결국 다음날 중환자실에 들어가셨고, 지금은 연명치료를 받고 계신다.
이 무거운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 내 사랑한다는 말을 건넸다. 두고 갈 가족, 지인들과의 헤어짐을 한동안 깊이 느끼며 마음으로 울었던 시간들. 헤어짐은 인생의 한 과정이고 자연스러운 순리다.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며 헤어짐을 깊이 느끼다 보니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고, 떠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 기쁘게, 아름답게 잘 채워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