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고등학생들에게
Hello mr. my yesterday?
어른이 되어 돌아온 한국에서 너와 같은 고등학생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어.
모두들 자신의 꿈은 무엇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꽤나 진지하게 얘기했지.
다소 긴장된 목소리로, 그렇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말이야.
그 많은 학생들 중에 너처럼 1학년 때 방황했던 친구들도 있더라. 아주 드물게.
네 생각이 참 많이 났어.
우연이었을까?
작년 여름, 부모님 집에서 옛날 짐 정리를 하게 됐어.
거기서 뜻하지 않게 너의 고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보게 되었지.
일기장뿐만 아니라 친구들한테 받은 선물 포장지까지 잘 접어서 보물상자에 모셔뒀더라구.
감수성 풍부했던 너답다 싶었지.
거의 23년 만에 꺼내보는 일기장이니까 정말 오랜만이다, 그치?
2000년 1월 1일부터 하루하루 일기를 성실하게도 썼더구나.
그런데 정작 너가 방황하고 힘들어했던 1999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일기가 하나도 없더라구.
일기에 담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이 힘들었었니?
아니면 방황하는 너 자신이 부끄러워서?
어쨌든 너가 그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다음 해부터는 꼬박꼬박 일기를 쓸 수 있었던 거겠지?
네 일기장을 읽으며 생각했어.
'너를 꼭 만나야겠다. 그리고 얘기해 줘야지.'
시간이 흘러서 너였었던 나는 이제 아저씨가 되었구나.
이 아저씨의 삶은 너의 앞에 펼쳐질 무수히 가능한 이야기들 중 하나일거야.
내가 사는 이 세계는 너가 내린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만들어 낸 결과일테니까.
이 이야기가 너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제법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뭐 그건 내 몫이겠지.
오늘도 어디선가 방황하고 있을지 모를 my yesterday,
곧 만나자.
Hello Mr. My Yesterday, 전해주지 않을래?
"꿈이 이루어지는 그때 꼭 다시 만나자"고
- 애쉬그레이,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yyzYr21MumM
*배경사진 이미지 출처: www.youtube.com/@AllThatMel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