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 창업기 9. 래티스: 본격적인 창업의 시작
재하 창업기
안녕하세요,
간편한 계약 관리(CLM) 서비스 <프릭스(Prix)>를 운영하는 래티스 주식회사의 공동창업자/CPO 이재하입니다.
오늘도 지난 글에 이어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자아성찰 기간 비하인드
팀을 해체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아성찰 기간 동안, 저는 스프링캠프라는 투자사에서 예비창업자에게 제공하는 라운지로 출근했습니다. 사실 출근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노트북과 읽을 책을 챙겨 가서 저녁까지 혼자 고민을 하거나 책을 읽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스프링캠프 라운지에 들어가게 된 것도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팀을 해체하기 전인 2023년 4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저희 팀의 사무실은 제 사비로 마련한 성수의 작은 공유오피스였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공유오피스 비용은 점차 부담으로 느껴졌고, 새로운 공간을 알아보던 중 지인의 소개로 스프링캠프 라운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팀은 해체됐지만, 스프링캠프 측에서 흔쾌히 허락해 주어서 자아성찰 기간에도 라운지 공간을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창업에 대한 목표를 확실하게 정의한 저는 본격적으로 다시 창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선은 팀원을 구하기 전에 혼자서 여러 사업 아이템을 조사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하나씩 시도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스프링캠프 공용 라운지 2층의 입구입니다. 멋진 문구죠?이전 경험을 통해서 팀원을 모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아이데이션과 동시에 여유를 갖고 틈틈이 좋은 분들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아이템이 결정되고 어느 정도 검증을 한 이후에는 팀원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스프링캠프 라운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온라인(슬랙) 채널에 저를 소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연락을 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뛰어난 대표이자 멋진 동료, 상원님과의 만남
이때 만난 사람 중 한 분이 바로 현재 함께 창업을 하고 있는 상원님입니다. 상원님은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이셨는데, 사실 상원님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조금 경계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습니다. 종종 전통 산업에서 경력을 쌓아오신 분이 스타트업에 대해 쉽게 생각하여 사업에 여러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상원님은 훨씬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상원님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차석으로 합격하셨으며, 김&장을 나오신 후에는 법무법인을 창업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사모펀드 및 스타트업 경영진으로서 일해본 경험이 있으셨는데, 뛰어난 경력도 경력이지만 사실 제가 경계심을 풀고 매력을 느낀 부분은 상원님의 겸손하고 열정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2023년 5월 중순에는 지정석이 있는 3층 공간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측 두 책상이 상원님과 저의 자리였습니다.사업에 관심이 많던 상원님은 사법연수원 시절에 높은 성적을 받으면 검사나 판사로 가던 사람들과 달리 M&A 관련 업무를 하기 위해 로펌에 가셨습니다. 이후에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법무법인을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의 경영진으로 합류하는 등 항상 새로운 도전을 추구해 오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원님과 함께하면 창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특정 비전이나 아이템에 꽂혀서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수요가 있는 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아이템부터 시도하며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상원님의 말씀이 ‘조직의 성장’이라는 제 창업 목표와 맞닿아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기획 및 개발에 강점이 있는 저와 비즈니스 및 영업에 강점이 있는 상원님의 역량의 조합도 매우 좋았습니다.
다행히 상원님도 저를 좋게 봐주셨고, 그렇게 저는 공동창업자이자 CPO로 상원님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래티스 주식회사의 로고입니다 :)래티스 주식회사의 시작
2023년 4월 17일, 상원님이 창업을 시작하며 래티스 주식회사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래티스(Lattice)는 '격자 모양'이라는 뜻을 가진 찰리 멍거의 가치관에 대한 용어로, 상원님이 찰리 멍거를 좋아해서 회사 이름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워렌 버핏의 동료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인 찰리 멍거는 지적 결정을 내리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정신적 격자 모형을 소개하는데,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러 학문의 관점을 융합해서 사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2023년 5월 2일 제가 코파운더로 합류하며 래티스 주식회사는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