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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Nov 22. 2023

반려견을 위한 에어비앤비, 마당스페이스

[파운더 스토리] 얼롱 코파운더/COO 김다인님

[파운더 스토리]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는 창업자와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창업자의 열정과 스타트업의 비전이 담긴 이러한 여정이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영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김다인님, 그리고 다인님의 반려견 샤인입니다.


마당스페이스는 강아지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 플랫폼입니다. 강아지를 위한 에어비앤비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마당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얼롱은 2023년 하반기에 LG 유플러스에 인수되었습니다.


다인님은 얼롱의 공동창업자로, 제가 다인님을 처음 만난 것은 올해 중순에 있었던 학회 졸업생 모임 자리였습니다. 저희는 나이도 같고, 스타트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도 있어서 빨리 친해졌습니다. 다인님의 사업과 엑싯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같은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다인님에게서 대단함을 넘어서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강아지를 사랑하는 다인님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인데요. 저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준 다인님의 강아지에 대한 사랑과 서비스에 대한 열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하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강아지에게 진짜 행복한 순간은 마음껏 냄새를 맡으며 뛰노는 시간이겠더라고요.”

- 애견 동반 가게 정보 플랫폼에서 공간 대여 플랫폼으로 아이템 전환을 결정하며


반려견 동반 여행지 창출 & 예약 서비스, 마당스페이스


얼롱의 시작: 유기견을 줄이고 싶은 마음

예전부터 다인이 창업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다인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다인은 연세대학교에서 정보인터랙션디자인을 전공하며 AR/VR 관련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LG 유플러스의 AR/VR서비스발굴팀에 입사하여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나 기술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일반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에는 당시 AR/VR 기술에 부족함이 많았고, 회사도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대했던 것과 다른 상황을 계속 마주하며, 점차 일에 대한 회의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던 어느 날, 회사에 사내 벤처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사내 벤처 공고가 올라올 시기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것은 다인만이 아니었습니다. 다인의 입사 동기인 김소연이라는 친구도 다인과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연은 공고를 보고 다인에게 함께 사내 벤처에 지원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다인과 소연은 함께 사내 벤처에 지원하기 위한 사업 아이템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둘 다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는데, 둘은 유기견이 줄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유기견은 보통 8월 여름휴가철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강아지랑 함께 휴가를 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휴가철에 강아지를 유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숙소나 관광지는 물론 식당 하나를 가더라도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하고, 가능하더라도 몸무게나 견종 제한이 있는지,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제한이 있는지, 케이지 또는 개모차(강아지 유모차)가 필수인지 등 상세한 제약사항들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일일이 찾기도 힘들고 입장이 불가한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다인과 소연은 강아지랑 놀러 갈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짜주는 앱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서비스 이름을 ‘얼롱(along)’이라고 지었습니다.



얼롱의 시행착오: 아이템과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

얼롱은 2021년 9월에 LG유플러스 사내 벤처로 선정되었습니다. 얼롱 팀은 처음 설정한 가설을 확인해 보기 위해 가장 먼저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설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강아지와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강아지와 여행을 가기보다는 근처 카페나 식당을 가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얼롱 팀은 그렇게 ‘강아지 동반 여행 코스 추천 서비스’에서 ‘강아지 동반 카페/식당 정보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변경하였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보면 식당 및 카페 정보에서 ‘반려동물 동반’ 표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정보를 등록하거나 업데이트하지 않는 식당이 많아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식당으로 정보가 등록되어 있더라도 막상 가보면 소형견만 입장이 가능하거나, 바깥 자리만 사용할 수 있거나, 케이지 안에 들어있어야 한다는 세부 사항이 존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얼롱이 운영하던 인스타그램 계정


소연과 다인은 서비스를 결정하고 열심히 정보를 모았습니다. 기본적인 정보는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하고, 괜찮은 식당은 직접 찾아가서 사장님과 인터뷰하며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2월에 앱이 나왔을 때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반응도 좋았고 앱 설치도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익 모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사람을 모으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수익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얼롱 팀은 가장 먼저 할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반려견 동반 식당/카페 및 원데이 클래스와 제휴를 맺고, 앱을 통해서 방문한 사람들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대신 업체에게 수수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얼롱은 빠르게 10곳과 제휴를 맺고 할인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품은 하루에 한 개 정도만 판매되었습니다. 수수료 비즈니스라서 매출도 크지 않았고, 제휴 가게를 늘리는 일도 확장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아지와 가족의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수익이 저조한 상황에서 얼롱은 2021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다인과 소연은 여느 때와 같이 새벽까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말 분위기 때문인지 둘은 유독 더 큰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고민했습니다.

‘이게 맞나? 우리가 못해서 안 팔리는 건가?’


그렇게 시작한 고민은 강아지의 행복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강아지에게 제일 행복한 것은 뭘까?’


그러다 문득 강아지에게는 마음껏 냄새를 맡으며 뛰노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동반 카페나 원데이 클래스는 강아지의 행복보다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는 왜 그렇게 없을까?’


시에서 만든 반려견 놀이터, 애견운동장, 애견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과 강아지들이 함께 써야 하기 때문에 각종 싸움이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더군다나 다인의 강아지 샤인이는 다른 강아지와 사람들을 무서워하여 이러한 공용 장소에 방문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길을 가다 보면 비어있는 땅이 참 많은데, 이 장소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 주인이 허락만 해준다면, 강아지들이 정말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빈 땅에서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단독으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봐야겠다!’


강아지를 위한 공간으로 얼롱 팀은 처음에 비닐하우스를 생각했습니다. 당시가 겨울이기도 했고, 비어있는 시기에 비닐하우스를 빌려주면 주인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다인과 소연은 차를 타고 경기 남부를 돌면서 비닐하우스를 찾아다녔습니다.


예상과 달리 비닐하우스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비닐하우스는 생각보다 훨씬 비쌌고, 겨울에도 재배를 하는 농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땅이 고르지 못하고 주변에 비품도 많아서 강아지가 뛰어놀기에 좋은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다인 & 샤인


마당스페이스 출시

비닐하우스를 선택지에서 제외한 후, 다인은 진짜 마당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에어비앤비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마당이 딸린 독채를 찾아서 1주일씩 두 군데를 빌렸습니다. 에어비앤비 기간 동안 그 집에 머물면서 원래 자신의 집인 것처럼 서비스를 운영해보고자 한 것입니다. 웹사이트는 예약 상품 관리 페이지를 쉽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통해 3일 만에 만들었고, 서비스의 이름은 직관적으로 ‘마당스페이스’라고 지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새로운 서비스의 첫 결제가 발생했습니다. 다인은 조잡한 사이트임에도 사람들이 방문하고 결제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는 부족한 디자인과 사용성에도 불구하고 오픈 일주일 만에 하루 평균 2건의 결제가 발생했으며, 매출은 이전에 운영한 서비스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마당 대여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홍보하자, 단독주택에 거주하거나, 건물 옥상에 남는 공간이 있거나, 비어있는 땅을 방치하고 있던 다양한 사람들이 마당스페이스에 자신의 공간을 등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강아지와 놀러 갈 수 있는 공간이 점차 많아지자 신규 고객 유입뿐만 아니라 재구매도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는 곧 신규 호스트(공간 제공자)의 유입으로 다시 이어지는 선순환  플라이휠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인과 소연은 마당스페이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마당스페이스의 성장과 얼롱 매각

서비스를 처음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다인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기를 구워 먹으며 강아지와 노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했고, 마당스페이스 덕분에 강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뿌듯했습니다. 매출이 상승하며 ‘우리가 걸어온 길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년 6월에 팀원들과 함께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0명 달성을 축하했던 날, 12월 공식 앱을 처음 출시했던 날은 여전히 다인에게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의 과정이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좋았지만, 이외에 해야 할 것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회사를 굴리는 것은 어려웠고, 항상 돈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사비로 급하게 월급을 줬던 적도 있었습니다. 창업을 시작하고 올해 초까지 공휴일을 통틀어서 쉬었던 날이 10일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기약이 없었으며, ‘일이 아닌 나 자신’이 없다고 느껴질 때에는 숨이 막히기도 했습니다.


여러 부침과 어려움 속에서도 다인과 얼롱은 잘 성장했으며, 좋은 기회를 만나서 2023년 하반기에 팀원 전체 채용을 조건으로 LG유플러스에 회사를 매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투자 유치와 매각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마당스페이스가 더 안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각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회사를 매각한 심정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 다인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회사를 자녀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스카이캐슬> 찍는 심정으로 키웠는데 이제는 부잣집에 입양을 보낸 느낌이에요.”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부잣집 이야기이긴 했지만) 예전에는 없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성공시키려고 아등바등 키우다가, 이제는 자식이 돈 걱정 없이 클 수 있도록 놓아주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인님의 여정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얼롱은 폐업 절차에 들어가며, 얼롱 팀은 마당스페이스와 기존 LG유플러스 펫 서비스들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인님은 개인적으로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우선은 반려견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다인님과 반려견 샤인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서 인터뷰해 주신 다인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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