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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Feb 13. 2024

노력형 창업가 일론 머스크의 유년기: 독서와 게임

일론머스크 일대기 (1)

일론 머스크는 많은 것을 이뤄낸 대단한 기업가입니다. 테슬라를 통해 전기차 시대를 열었으며, 스페이스X를 통해서 민간 우주 기업의 가능성과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의 도전적인 행적과 압도적인 성과를 보며, 그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천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일론의 일대기를 다룬 윌터 아이작슨의 책 <일론 머스크>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의 성공에는 누구보다도 많은 고난과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인데요. 오늘은 일론 머스크의 유년 시절을 살펴보며 어떤 경험이 그를 이렇게 성공에 집착하고 큰 꿈을 꾸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일론 머스크


불안정한 남아공과 아버지의 정서적 학대

일론 머스크는 1971년 6월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남아공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법을 배웠습니다. 12살 때는 벨트스쿨이라는 야생 생존 캠프에 보내졌는데,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각각 소량의 음식과 물을 배급하고 서로 싸워서 배급품을 빼앗는 게 장려되는 곳이었습니다. 일론은 이에 대해 "소설 <파리대왕>에 나오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예비군들로 구성된 준 군사조직이 운영하던 캠프라고 보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캠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의 남아공은 기관총 난사나 칼부림 사건이 빈번하던 폭력적인 사회였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끼리의 난투극은 일상이었고, 일론과 그의 형제 킴벌은 기차역에서 머리에 칼이 꽂힌 채 죽은 사람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도 아버지인 에롤 머스크에게 받은 정서적 학대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일론의 형제들은 아버지인 에롤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녔다고 말합니다. 에롤은 다정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돌변해서 1시간 넘게 가차 없이 폭언을 퍼붓곤 했습니다. 폭언은 매번 일론이 얼마나 한심한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났으며, 일론은 늘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서 아버지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에롤은 자식들의 앞에서 아내인 메이 머스크를 때리기도 했으며, 결국 에롤과 메이는 일론이 여덟 살이 되던 해에 이혼했습니다.


일론의 첫 번째 부인인 저스틴은 일론의 유년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남아공이라는 환경에서 일론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매번 바보 천치, 멍청이라고 부른다면, 자신이 다루기 힘든 감정적 요소를 드러내게 만드는 내면의 어떤 것이든 차단하려는 게 유일한 반응 아니겠어요?" 이러한 감정 차단 밸브는 그를 냉담하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자가 되는 데에도 일조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그의 아버지인 에롤 머스크


일론의 어머니인 메이에 따르면, 남동생 킴벌이나 막내 여동생 토스카는 학창 시절에 입학 첫날부터 친구를 사귀고 집에 데려오곤 했는데, 일론은 집에 친구를 데려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친구는 사귀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론은 자신이 바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공손히 대하는 법이 없었고, 그런 태도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유치원 시절에도 일론은 선생님이 다가와서 야단을 쳐도 선생님을 쳐다보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메이에게 "몇 가지 근거로 볼 때, 아이의 지능 발달이 정상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고, 동석한 교사 중 한 명은 다음과 같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내내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서 제가 수업에 집중하라고 하니까 '잎사귀들이 이제 갈색으로 바뀌고 있어요'라고 하더군요."


일론은 자신이 무언가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하면 모든 감각 시스템이 차단된다고 말합니다. "다른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아요. 뇌가 지금 생각하는 것과 관련해서만 돌아가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설 틈이 없는 거죠."


일론은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그의 평균 성적은 100점 만점에 83점이었으며, 성적표의 종합의견란에는 매번 다음과 같은 평가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몽상에 빠지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느라 학업 속도가 극도로 느림."

"무엇이든 끝까지 마무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

"수업 시간에 공상에 빠지지 않도록, 수업에 집중하도록 지도 요망."

"글짓기에서 생생한 상상력을 보여주지만,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함."


왼쪽부터 (장남) 일론 머스크, (어머니) 메이, (차남) 킴벌, (막내) 토스카


상상력의 기반이 된 SF 소설과 비디오 게임

독서는 일론에게 심리적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때때로 그는 오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9시간 내내 독서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버지 집에 있는 백과사전 두 세트를 모두 읽었으며, 시내에 나간 날에는 거리를 배회하다 결국 서점에 들어가서 바닥에 앉아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보기에는 '천재 소년'이 따로 없었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괴짜일 뿐이었습니다. 한 번은 사촌 중 한 명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와, 저 달 좀 봐. 100만 마일은 떨어져 있는 것 같아." 그러자 일론이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아냐, 약 23만 9,000마일 떨어져 있어. 궤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당시에는 그냥 소설광으로 보였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일론이 읽었던 책들은 그와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론에 따르면 그는 이온추진기로 발사되는 로켓에 대한 책을 통해 다른 행성에 가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아시모프의 <로봇과 제국>과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스페이스X 설립의 근본이 되었습니다.


일론은 소설 못지않게 게임도 좋아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던전앤드래곤'이라는 롤플레잉 게임이 전 세계의 게임광들을 사로잡을 때, 일론과 킴벌 그리고 사촌들 역시 테이블에 둘러앉아 캐릭터 시트와 주사위에 따라 판타지 모험을 떠나는 그 게임에 몰두했습니다.


일론은 11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보았습니다. 요하네스버그의 쇼핑몰에서 처음 컴퓨터를 본 그는 몇 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이후 잡다한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개인용 컴퓨터 중 하나인 코모도어 VIC-20을 구입했는데, 이는 '갤럭시안'이나 '알파 블래스터'와 같이 플레이어가 외계 침략자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려고 시도하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였습니다. 컴퓨터를 구입하자 60시간의 레슨이 포함된 BASIC 프로그래밍 학습과정이 함께 제공되었고, 일론은 잠도 거의 자지 않고 3일 만에 교육 과정을 다 끝마쳤습니다. 이후에도 독학으로 파스칼과 터보 C++를 사용하여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배웠으며, 13살 때 '블래스타'라는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만들어서 잡지사에 500달러에 판매했습니다. 그는 뒤이어 다른 두 게임도 그 잡지사에 팔았는데 하나는 '동키콩'과 유사한 아케이드 게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룰렛 및 블랙잭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게임 blastar가 실린 잡지


<일론 머스크>를 읽기 전에도 그동안 일론과 관련된 여러 기사를 보며 그가 남아공 출생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저는 그가 유복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천재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론은 유복하지 않았고, 속한 환경은 전혀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 에롤의 사업이 성공했다가 망했었기에, 한때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천재가 아니었으며,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상상력이 많고 몰입할 줄 아는 범재였습니다. 인간적이면서도 안타까운 그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알고 나니, 현재의 일론 머스크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설과 게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부모님들은 자녀가 만화책이나 게임에 빠져있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해서 말리곤 하는데, 일론 머스크는 만화책과 게임 덕분에 상상력을 기르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자신의 자녀가 만화책과 게임에 빠져있다면 어떻게 할 것 같으신가요? 말릴 것인가요, 아니면 자유롭게 하도록 둘 것인가요? 제가 독서모임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했을 때에는 대체로 '소설이나 만화책은 자유롭게 두는데, 게임은 오래 하면 말릴 것이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소설이나 만화책은 스토리가 있고 상상력을 길러줄 수 있지만, 게임은 대부분 단순하게 반복되는 도파민 자극에 가깝고 채팅 문화가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유년 시절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다음 콘텐츠에서는 그의 대학 시절과 첫 창업에 대해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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