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나 봐요
오랜만이네요. 좋은 소식을 전합니다. 2021년 연말, 특별승진을 했습니다.
특진 공적 서류를 작성하며 지난 몇 년간의 범죄분석 경험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보고서들을 읽어보니 다시 쓴다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더라고요. 제가 찾아낸 근거와 해석해낸 결과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때 느꼈던 감정들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나 봐요. 그저 잘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공식적으로 잘했다고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쁩니다.
공적 서류 작성, 과 추천대상자 선정, 동료평가위원회, 외부위원 면접, 최종심사위원회를 거치는 내내 파들파들 떨었습니다. 공무원이 되어 더 이상 합불의 기로에 놓이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었어요.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저 내맡겨지고 바들 떨기만 하는 순간에야 맥박이 느껴지는 아이러니.
이런 저를 찾아와 다독여준 이들이 있었습니다. 기도할게, 네 공적이 제일 좋더라, 걱정 마, 꼭 될 거야. 제 자신보다 더 강하게 저를 확신해주는 말에 기대어 숨을 쉬었어요. 저는 주변인들이 큰 일을 준비할 때 먼저 연락해서 힘내라고 하면 부담되지 않을까 걱정하곤 했었는데, 겪어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만약 승진하지 못했다고 해도 고맙게 기억했을 거예요. 앞으로는 괜한 걱정 말고 응원의 마음을 꼭 전하려고요.
연고 없는 부산에서 길지 않은 경찰 생활을 했기에 아무도 제 승진에 관심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발표 직후 쏟아지는 축하 인사를 잔뜩 받으며 실감이 났습니다. 이렇게 기쁜 일이구나. 저는 주변인이 합격한 뒤에는 바쁠까 봐 연락을 하지 못했었는데… 참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죠. 축하의 마음 또한 꼭 전해야겠어요. 축하 많이 받으니까 기쁨이 더 오래 가더라고요.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운도 좋았고요.” 답장을 적어놓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사무실 직원 분들이 많이 배려해주셨고, 함께 일한 사건 담당팀들은 적극 협조해주셨고, 지휘부에서는 저를 주요 사건에 투입시켜 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주셨고, 훌륭한 교수님께 배운 덕에, 운 좋게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작년에는 승진 심사에 떨어졌었어요. 그때 적어둔 다짐을 마침 발견했습니다. “안된 건 안된 거고 앞으로가 더 기니까.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부터 또 잘해봐야지.”
다시 다짐합니다. 내일부터 또 잘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