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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한 Jan 16. 2022

특별승진 소회

아무래도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나 봐요

오랜만이네요. 좋은 소식을 전합니다. 2021년 연말, 특별승진을 했습니다.


특진 공적 서류를 작성하며 지난 몇 년간의 범죄분석 경험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보고서들을 읽어보니 다시 쓴다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더라고요. 제가 찾아낸 근거와 해석해낸 결과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때 느꼈던 감정들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나 봐요. 그저 잘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공식적으로 잘했다고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쁩니다.


공적 서류 작성, 과 추천대상자 선정, 동료평가위원회, 외부위원 면접, 최종심사위원회를 거치는 내내 파들파들 떨었습니다. 공무원이 되어 더 이상 합불의 기로에 놓이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었어요.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저 내맡겨지고 바들 떨기만 하는 순간에야 맥박이 느껴지는 아이러니.


이런 저를 찾아와 다독여준 이들이 있었습니다. 기도할게, 네 공적이 제일 좋더라, 걱정 마, 꼭 될 거야. 제 자신보다 더 강하게 저를 확신해주는 말에 기대어 숨을 쉬었어요. 저는 주변인들이 큰 일을 준비할 때 먼저 연락해서 힘내라고 하면 부담되지 않을까 걱정하곤 했었는데, 겪어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만약 승진하지 못했다고 해도 고맙게 기억했을 거예요. 앞으로는 괜한 걱정 말고 응원의 마음을 꼭 전하려고요.


연고 없는 부산에서 길지 않은 경찰 생활을 했기에 아무도  승진에 관심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발표 직후 쏟아지는 축하 인사를 잔뜩 받으며 실감이 났습니다. 이렇게 기쁜 일이구나. 저는 주변인이 합격한 뒤에는 바쁠까  연락을 하지 못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죠. 축하의 마음 또한  전해야겠어요. 축하 많이 받으니까 기쁨이  오래 더라고요.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운도 좋았고요.” 답장을 적어놓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사무실 직원 분들이 많이 배려해주셨고, 함께 일한 사건 담당팀들은 적극 협조해주셨고, 지휘부에서는 저를 주요 사건에 투입시켜 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주셨고, 훌륭한 교수님께 배운 덕에, 운 좋게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작년에는 승진 심사에 떨어졌었어요. 그때 적어둔 다짐을 마침 발견했습니다. “안된  안된 거고 앞으로가  기니까.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부터  잘해봐야지.”


다시 다짐합니다. 내일부터 또 잘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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