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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May 28. 2022

행운은 내가 주는 것이다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을 오랜만에 꺼내서 페이지를 한 장씩 한 장씩 넘겨봤다. 몇 년 전에 '이달의 작가'로 조지 오웰의 대표작을 읽었고 이번에 그의 초기작인 <버마 시절>, <파리와 런던 거리의 성자>, <엽란을 날려라>을 읽으면서 사두고 읽지 않은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을 이번에 읽기 위해서 꺼낸 것이다. 목차를 쭉 내려 봤다. 빨리 읽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면서 깜짝 놀랐다. 책 중간에 오만 원짜리 몇 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 두 장이 아니라 제법 두툼한 돈다발이었다. 무려 18장이다. 이게 얼마지? 너무 흥분한 탓에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스마트폰의 계산기를 꺼내 계산해봤다. 90만 원이다.


이 돈이 언제 어떻게 생긴 건지 아무리 생각해내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책 출판 연도가 2018년 5월이다. 책이 출판되자마자 사지 않았을 것이고 최소 1년 안에 구입했다고 가정하면 2018년 하반기에서 2019년 상반기에 책을 구입했을 것이다. 돈은 그 사이에 넣어두었을 것이다. 그러자 언제, 어떻게 생긴 돈인지 어렴풋이 생각났다.


다른 책에도 이렇게 돈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생각이 옮겨갔다. 최근 수 백 권의 책을 정리했는데 그 안에 혹시 돈이 들어있었을까? 나는 습관적으로 책갈피에 돈뿐만 아니라 명함, 티켓, 영수증 따위를 꽂는다. 얼마 전에 책갈피에서 직장인 밴드 공연 티켓을 발견하기도 했다. 내 커리어가 고스란히 담긴 명함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다행히 최근에 정리한 책들은 거의 대학(원) 시절에 봤던 책들이라 돈은 들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가 우울해서 염색했다고 했을 때의 성격이 다른 다비치의 두 멤버의 답변을 얼마 전 재밌게 봤었다. 한 명은 '대박 사진 보내봐'였고 다른 한 명은 '왜 우울해'였다. 책에서 돈다발을 발견했다고 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이 궁금해 몇몇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페북에 글을 올렸다. 왜 조지 오웰의 더저널리스트를 꺼냈느냐, 그 돈으로 뭐할 거냐, 밥은 언제 살 거냐, 나도 기대된다 등 반응이 제각각으로 나왔다. 내 친구가 나에게 책에서 돈을 발견했다고 물으면 나는 아마 '그 돈 어떻게 생긴 거야?'라고 물어보고서 내 책을 뒤져봤을 것 같다. 


이런 행운이 왜 지금 나에게 생겼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그건 최근 우리 집이 긴축 재정에 들어간 것을 누군가 도우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 행운을 준 사람이 3년 전 바로 나다. 세상에 공짜 행운은 없다. 모든 행운은 과거의 내가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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