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세 가지를 가져간다면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는 확실했다. 음악과 책. 그리고 나머지 한 개는 그때그때마다 달랐던 거 같다.
두 달 전 제주 애월에 가기로 마음먹고 비행기 표를 끊고 숙소를 정했다. 드디어 내일 출발이다. 50만 인구가 살고 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제주가 무인도는 아니지만 그곳에서 사실상 나는 무인도처럼 생활할 듯하다. 숙소가 애월 해변으로부터 무려 8km나 떨어진 곳이다. 음식 배달조차 안 된다. 과자라도 사려면 30분은 걸어 나가야 한다. 왠만하면 14일을 꼬박 그곳에 있을 예정이다. 어차피 14일간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다. 그 일을 하지 못하면 무인도를 탈출할 수 없다.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준비를 마쳤다. 첫번째는 음악이다.
제주로 가는 길에서 들을 플레이리스트
페퍼톤스-Wish-List
어떤날-출발
쿨-One Summer Drive
마이 앤트 메리-공항 가는 길
볼빨간 사춘기-여행
거북이-비행기
언니네이발관-소년
전기뱀장어-적도
불독맨션-Buenos Aires
10CM-아프리카 청춘이다
태연-제주도의 푸른 밤
제주소년-귤
에피톤 프로젝트-유채꽃
thesomebodypain-여기, 제주도
Hisaishi Joe-바다가 보이는 마을
규현-애월리
장필순-애월낙조
잔나비-Pony
페페톤스-Bikini
몽니-그대와 함께
델리스파이스-항상 엔진을 켜둘게
언니네 이발관-바람이 부는 대로
마이 앤트 메리-푸른 양철 스쿠터
브로콜리너마저-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언니네 이발관-어떤날
Glorywave-안녕, 제주
조동익-혼자만의 여행
책을 쓰면서 들을 음악
오전엔 클래식, 오후엔 팝락, 저녁엔 재즈
쉬면서 읽을 책
각각 에세이, 단편소설, 시로 준비했다.
헤밍웨이 <내가 사랑한 파리>
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그래도 굶어 죽지는 않아야 하니 미리 밀키트도 준비했다. 나머지는 먹는 것과 입을 것들. 두어장의 속옷과 티셔츠, 남방, 치약치솔과 수건, 눈 약, 만년필, 노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노트북까지
난 여지껏 단 하루도 혼자 있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14일간 혼자 지내야 한다. 혹시 언어라도 잃어버리지 않을까 모르겠다.
제주행을 앞두고 조금은 설레였었는데 막상 가려고 하니 남겨두고 가는 일, 그리고 가서 할 일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