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의 차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by 알바트로스

“지금 통과하고 있는 것은 동굴이 아니라 긴 터널일 뿐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으셨다는 강사분의 이 한마디 말은 내가 염세주의의 구렁텅이에 빠지려던 찰나, 나의 멱살을 잡고 다시 현실 세계로 끌어올렸다.


동굴은 끝이 있는지 없는지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운이 좋아 동굴의 끝에 도달했다 해도 그 길이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나가는 길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이 길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알 수가 없다.


valentin-jorel-0Jlc6wdDhzM-unsplash.jpg


그러나 터널은 다르다.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끝이 있으며 그 끝은 반드시 목적지로 향하는 길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뒤돌아 서지만 않는다면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aaron-burden-gmy25xvSkq8-unsplash.jpg


그래서 비슷한 듯 보이는 동굴과 터널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인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긴 터널들을 통과하면서 그 당시에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평생 갇혀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은 동굴이 아닌 터널이었음이 밝혀졌다.


2020년 6월, 나는 제 발로 회사라는 따뜻한 온실을 걷어차고 나와 또 한 번 기나긴 터널로 들어섰다. 대책 없는 퇴사와 두 번의 여행 이후 나의 삶은 360도 달라졌다. 만나던 사람들은 완전히 달라졌으며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듯한 기분마저 느꼈다.


그 터널은 너무나도 깊어서 마치 끝이 없는 동굴처럼 보였다. 이번만큼은 터널이 아닌 막다른 동굴에 들어선 것일지도 모른다는 근심과 걱정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터널이 길던 짧던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그리고 터널이 길면 길수록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한 더욱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터널을 통과하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한 가지는 터널은 목적지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깊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산을 두르고 길을 빙빙 돌아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터널 속에 들어왔음에 감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돈의 본질에 대한 거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