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한다면 예술도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논제는 아마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을 둘 때 가장 많이 들렸던 논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이 지닌 불확실성 마저 닮을 수는 없을 것이고, 만약 불확실성 역시 철저히 프로그래밍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인간다워져도 인간'다워'질뿐, '인간'이 하는 예술만큼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2016년, 지금으로부터 햇수로 7년 전의 생각이다. 7년이 지나고, 지금의 나는 당시를 회상하며 스스로 했던 생각이 얼마나 우스운 것이었는지에 관해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시대는 인공지능이 대중화가 되어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고, 그들의 알고리즘에 맞추어져 우리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물론, 교육을 듣기도 하며, 하다 못해 사사로운 고민 따위를 묻는 행위 역시 인공 지능에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은 단순히 그들이 인간과 똑같거나, 더 위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7년 전 나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지닌 불확실성을 프로그래밍해도, 인간'다워'지는 것에서 발전이 없을 것이라 선을 그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아마 앞으로의 세상은 인간과 동일할 정도로 인간'다워'지는 것은 모두 다 인간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각자 고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문화가 선명해지는 현 사회 현상을 바라봤을 때, 그것이 물건이 되었든, 동물이 되었든 '타자'로써 인정 받게 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아마 머지 않은 미래에... 인간 집단이 문화적으로 인간다워진 '그것'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사회 동물로써의 인간의 경계는 희미해질 것 같다(영화 스타워즈 속 배경이 현실이 될 수도!).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기술이 발전한다면 예술도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관한 답을 의심 하나 없이 YES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단순히 고유의 정체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기술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유(물론, 위 정의에서 파생 된 것이긴 하지만)로 YES한다. 나는 예술이 '인정'하는 것이 아닌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도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이다.
정리하면, 예술은 이성적인 설득 외에도 감성과 본능의 설득이 행위자와 향유자 간에 이루어져야 온전히 성립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생각을 질문에 대입하면, 답은 너무나도 쉬워진다. 향유하는 자가 행위하는 그것을 바라보고, 이를 이성과 감성, 본능으로 서로를 설득하며, 직/간접적으로 교감한다면, 그 모든 행위, 상황, 물체, 현상은 예술이 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 예술을 행위자 초점에서 정의하는 것을 삼가기로 했다.
ps
조금 다른 이야기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변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건 지난날을 살아온 나를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 살아갈 나를 위해서 필요한 하나의 중요한 삶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