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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 Oct 12. 2021

투고.. 실패하면 좀 어때?!

2020년 8월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출판사에 투고했다. 자비 출판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출판사의 연락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딱 1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나, 그마저도 불안했다. 역시나 기쁨도 잠시 그다음 날 출판사의 연락은 중언부언하고, 중복되는 말이 많다는 이유로 출간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마음은 무척 속상했지만, 답장을 드렸다.


"제가 원고를 수정해야 할 부분을 간결하게 설명해 주시고,

따뜻하게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포기할 마음이 없습니다.

정말 좋은 책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제 원고를 끝까지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답장을 드리고 나서는 막상 원고를 다시 보기가 싫어졌다. 문제 풀이 오답 노트를 정리하는 게 싫었던 것처럼.. 뒤죽박죽 뒤섞여버린 것처럼 보인 원고를 다시 뜯어고치는 게 너무 싫었다. 투고 실패했다는 사실도 인정하기 싫었다. 쪽팔렸다.


"그래, 하던 일이나 하자."


원래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잠시 동안 본업에 충실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편에 묵혀지는 원고가 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틈틈이 잠을 줄여가며 썼던 원고였다. 기다가 비싼 책 쓰기 강의료를 날린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무척 아까웠다.


출판사의 노콜을 받았던 원인이 무엇일까 분석하기 시작했다.


1) 목차 수정

2) 중복 내용 삭제

3) 단문 고치기

4) 예시 보충

5) SNS 활동



내 원고가 그렇게 엉망인가? 의구심이 들어 브런치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브런치 작가로는 한 번에 통과했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한걸음 내디뎌 원고를 하나씩 하나씩 올려보았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원고를 다시 검토해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우울해서 비우기로 마음먹었다"가 11만 뷰를 돌파했다. 나에겐 너무 기쁜 소식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청소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되면서 또 한 번 용기를 주었다.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었다.


"내 원고 괜찮네. "


목차를 수정하고 중복 내용을 빼고 단문으로 고치고 예시를 정확하게 넣었다. 출간 계획서를 수정하고 작가 소개에도 당당하게 브런치 이력을 집어넣었다. SNS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약간의 이웃과 인친을 만들었다.



고쳐도 고쳐도 또 고칠게 보이는 게 원고다. 나는 2021년 3월까지도 계속 고쳤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두 번 실패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한 작가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작품이라는 것이 꼭 임신과 같아서 낳을 때가 있는 겁니다.

이제 낳을 때가 되었어요. 한번 이 출판사에 넣어봐요."


용기를 내어 소개해준 출판사에 투고했고 바로 러브콜이 왔다. 주저주저하는 순간,

"다른 곳에도 투고해 보세요." 귀띔해 주었다.

가지고 있던 출판사 이메일 리스트에 다시 재 투고를 했다.

 


총 10곳에서 연락이 왔다. 기적이었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포기한 게 아니구나'를 느낀 순간이었다. 오히려 실패한 경험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된 것을 깨닫게 되었다. 투고 후 실패했더라도 절대 그게 실패가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도 진솔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책이 팔릴 것 같은 사람하고 계약하는 출판사들을 보며 참 얄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무명이지만, 원고 하나만을 바라보고 출간 계약을 해준 출판사에게 더욱 감사 수 있었다.


작년 8월에는 나에게 무척이나 힘든 달이었지만, 올해 8월은 달랐. 실패했던 원고가 만들어지는 달이었다. 제목 하나, 표지 하나 세심하게 맞춰서 나오게 된 소중한 책이 9월 27일에 정식으로 출간이 되었다.  



브런치에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투고의 실패를 맛본 당신을 위한 글이다. 혹은 투고를 앞둔 사람을 위해서다. 다시 퇴고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스스로가 포기하지 않으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위한 여정이며, 준비 기간이다.


두 번째 책을 집필을 앞둔 사람으로서 다시 투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출간을 했기에 다음에 쓰는 원고가 또 투고 실패했을 때 더 쓰라리겠지만, 그 역시 가장 좋은 원고를 위한 명약임을 깨달으며 다시 퇴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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