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 Jun 20. 2023

다이아몬드 아들을 옥돌로 만들려고 하다니..


요 근래에 아들이 미워졌다. 미워하다 보니 무엇을 하든지 다 미워 보였다. 이제 10살 밖에 안되었는데,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게 거슬렸다. 어차피 숙제를 할 거면서, 내가 말하기 전에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은 글자를 읽는 게 아직도 서툴다. 문해력을 키워주고 싶어서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책을 큰 소리를 내어 읽는 게 도움이 된다 하여 아이에게 책 한 권을 정해 큰 소리로 읽기를 매일매일 하는 숙제 내주었다.


아들은 본인도 글자 읽는 걸 잘 해내지 못한 다는 마음 때문인지 무척 읽기 싫어했다. 얼렁뚱땅 시간을 이리저리 보내다가 결국 자기 전까지 버티는 녀석을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다.


"나 좋으라고 책 읽는 거니?

너 좋으라고 책 읽는 거지!!

언제까지 말귀 못 알아듣고 그럴 거야? 어???

너 글자 읽는 거 어려워하니까

큰소리로 책 읽 하는 거잖아!!!!"


소리를 지르며 화낼 일은 아닌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아이에게 화를 낸 나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화가 나고 싫었다.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한 들 아들에게 내적으로 동기가 생길 리가 없다. 즉, 소리 지르면서 아이에게 화를 내는 방법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나에게 울면서 먼저 다가와 "엄마 죄송해요" 하는데, 그 말조차 듣기 싫었다. 왜 네가 미안해. 그리고 미안하다고 하기 전에 그냥 읽으면 되잖아. 이 마음이 더 컸다.




몇 번을 이런 이유로 싸우다가, 그 녀석이 아예 미워져 버다. 무엇을 하든 다 미웠다. 밉게 보였다. 내 자식인데 왜 이렇게 미울까. 그러던 중 같이 모임을 하는 언니에게서 이 말을 들었다.


"아들은 다이아몬드로 태어났는데, 엄마가 자신이 옥돌을 좋아하니까 아들을 옥돌로 만들어버리려고 해, 그러니 나중엔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어버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되지. 그거 욕심이야.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줘."


나는 아들이 알아서 책을 잘 읽고, 어떤 글을 읽어도 이해력이 빠르며,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길 바랐다. 그래서 더 집착했다. 사실 아들이 잘하는 것은 전기기계를 고치거나, 만들거나 하는 건데, 엄마인 내가 고치는 거 이전에 글이 더 중요해라는 생각이 크다 보니 아이의 부족한 모습만 자꾸 바라보게 되었다.




다이아몬드 아들을 다이아몬드로 바라보려고 한 날부터 아들의 호칭이 바뀌었다. 아들은 자기가 "예쁘니"로 불려지길 원했다. 그래서 "예쁘니"로 불러주었다.


예쁘니라는 호칭 때문인지 웃음이 나고 부드럽게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의 좋은 모습을 찾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아들은 예쁜 짓만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2주 전만 해도 미워 죽겠던 아이가 예쁘니가 되었다. 부르는 호칭에 따라 말투도 달라지는 것 같다. 옥돌로 만들어버리려고 했던 다그치는 말투는 이제 그만두어야겠다. 한 번씩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점점 줄여나가다 보면 분명 더 좋아질 꺼라 믿는다. 예쁘니 올 시간이 기다려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