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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Aug 04. 2020

내가 나에게 연금을 줄 수 있을까?

책 <마법의 연금 굴리기>를 읽고 실천해봤습니다

노후, 은퇴, 노후자금, 연금... 생각하면 막막하고 답답해지니 애써 외면해 왔던 단어들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해성사는 이 정도로 하겠다. 때는 13월의 월급을 받는 기회라는 연말 정산. '19년의 연말 정산을 하던 나는 또다시 절망했다. 올해도 역시나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이 없어, 세금을 더 내야 했다. 세금의 세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1인 가구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건 잘 알겠다. 무슨 상품에 가입하면 연말 정산 때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 가입을 권유하던 은행 직원분의 말이 생각났다. 올해는 이미 틀렸고, 도대체 무엇이 13월의 월급을 가능하게 한단 말인가. 찾아보니 연금저축이나 IRP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 연말정산을 위해 연금저축이 정말 필요할지 (언젠가) 생각해보기로 생각했다. 미래의 내가 잘 생각해서 결정했으면 좋겠다...


그 미래가 언제인지 생각도 못한 채 2020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미뤄놓은 생각이라는 걸 해야 하는 때다. 사회 초년생 때 '변액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매달 50만 원이 넘는 돈을 넣었으니, 그때의 나에게 꽤 큰 액수였다. 보험 설계사의 설명을 들을 때는 들어두면 무조건 좋을 것 같았으나, 사실 그게 뭔지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다. 내가 든 변액보험은 A보험사의 상품이었는데, 어느 날 A보험사 직원과 소개팅을 하게 됐다. 그가 회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여, 나는 A사의 변액보험 상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정말 변액보험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내고 있는지 묻더니, 웃었다.


"저는 변액 보험 도대체 누가 드나 했어요. 진짜 하는 사람이 있구나..."

?!

 

직원조차 가입을 비웃는 상품에 내가 다달이 큰돈을 붓고 있었단 말인가? 사실 그가 그렇게 말해도 변액보험이 뭔지도 잘 몰라 할 말도 없었다. 그와 그날 나눈 대화 중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저 말 한마디다.


"변액 보험 진짜 드는 사람이 있구나..."


그 말을 듣고 당장 변액 보험을 해지하진 않았다. 아마, 알아보기도 귀찮아서 그랬을 거다.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변액보험을 해지했다. 잘 모르는 상품은 절대 가입하지 말아야지... 결심한 때이기도 했다. 그 결심이 앞으로는 잘 알아보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으면 좋으련만, 그냥 절대 가입을 하지 않는 지조 있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연금저축에 대한 의심도 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덧 일 년의 반이 지나버린 6월, 알아보는 척이라도 하자 싶었다. 우선 유튜브를 검색했다. '연금저축'이라고 검색만 해도 엄청난 양의 영상이 쏟아졌다. 유명한 재테크 유튜버들이 입을 모아 당장 연금저축'펀드'를 가입하라고 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거의 모두가 가입을 권유했다. 일부러 반대 의견도 찾아보았으나,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다 나 하나 가입시키려고 영상을 만든 건 아닐 테고...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그래도 뭐든지 책으로 읽어야 공부하는 기분이 드는 나는 연금 책 중에 가장 유명해 보이는 '마법의 연금 굴리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숫자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책은 오랜만에 읽었다. 다 읽고 나니, 두 가지 이유에서 연금저축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첫째, 쉽게 인출하기 어려운 약간의 강제성이 있는 계좌에 돈을 모아두면 좋겠다. 둘째, 내가 매년 좌절하는 연말 정산에서 미약하게나마 방어를 하고 싶다. 그리고 연금저축 중에서도 연금저축펀드는 납입이 부담스러우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멈춰도 된다. 저자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아무것도 안 할 독자를 꿰뚫어 보듯 책의 말미에 친절하게 생초보를 위한 포트폴리오까지 제시한다. 뭘 어떻게 얼마나 살지까지 제시된 표를 보고 연금저축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1) 증권사 계좌 개설 앱을 다운로드한다.

2) 증권사 거래 앱을 다운로드한다.

3) 연금저축 계좌를 생성한다.

4) 그 계좌에 돈을 입금한다.

5) 증권사 거래 앱에서 사려는 ‘ETF’를 찾아낸다.

5-1) 'ETF’를 사려고 하는데 장이 종료됐다고 한다.

6) ‘ETF’를 산다.


1번에서 3번까지 가는데 3일이 걸렸고, 6번까지 완료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모든 게 비대면 온라인 뱅킹으로 진행되는 세상의 편리함에 감탄해야 마땅하지만, 1번에서 6번으로 갈 때까지 당장 은행에 걸어 들어가서 인간과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과 계속 싸워야 했다.


출처 : 책 ‘마법의 연금 굴리기’ 


지금은 두 달째 연금저축 계좌로 '마법의 연금 굴리기' 포트폴리오의 '중립형'과 똑같이 ETF를 사고 있다. 연금저축은 연 400만 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달로 치면 34만 원이고 20대의 내가 가입했던 변액보험보다 적은 액수다. 고작 두 달을 넣어두고 벌써 연금을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조금 염치없긴 하지만... 미래의 나에겐 항상 짐만 떠넘겼는데, 그래도 이건 미래의 내가 고마워하지 않을까? 미래의 나여... 보고 있니?




도움이 되었던 유튜브 영상도 함께 소개한다.

https://youtu.be/0NoQp9z1l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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